태평천국의 난이 진압될 무렵, 청조를 괴롭힌 또다른 반란이 일어났다. 서북지역 무슬림들이 반기를 들어 청조에 대항한 것이다. 동간반란(東干反亂) 또는 동치회란(同治回亂)이라 불리는 이 반란으로 신장지역이 독립해 러시아와 영국이 개입하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 제국이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면서 카자크, 위구르, 키르키즈, 타타르, 우즈벡족등 투르크 계열의 무슬림 종족을 둥간(Dungan, 東干)이라 불렀다. 중국에서는 서역(西域)j의 개념이었다. 신장 위구르족은 20세기에 개념화되었고, 당대인들은 중앙아시아와 중국서부에 사는 무슬림(回族)을 동간인(東干人) 또는 동간족(東干族)으로 분류했다. 중국내 무슬림은 신장(新疆), 산시(陝西), 간쑤(甘肅) 지방에 널리 퍼져 있었다.

 

 

반란은 1862년 봄, 태평천국군이 정부군에 쫓겨 산시 지방으로 밀려오며서 시작되었다. 산시성의 회족들은 태평군을 지지하는 쪽과 청조를 지지하는 쪽으로 나뉘었다. 태평군이 접근하자 만주족 청군이 회족을 몰살시키려 한다는 근거 없는 루머가 난무했다. 이런 소문에 베이징의 동치제(同治帝)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회족들은 건륭제 시기(1733–1796)에 집단살해와 강제이주를 겪은 기억을 되살리며 소문을 믿게 되었다.

회족은 산시성에 500만, 간쑤성에 800만명이 살고 있었다. 이들은 한족의 풍속과 언어를 받아들였지만, 청조에 의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었다. 당시 중국내 무슬림은 신파(新敎)와 구파(舊敎)라 나뉘어 서로 대립했는데, 신파가 청조에 반감을 품고 저항적 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비해 구파는 청조에 순응하며 타협적 태도를 취했다.

봉기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었다. 산시성 위하(渭河) 유역에서 생산된 대나무 가격을 놓고 한족 상인과 회족 생산자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당시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대나무는 군사용 방패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대나무 가격 분쟁은 종족 갈등으로 발전해 회족이 한족을 습격하고, 한족의 뒤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조정의 관아를 공격했다. 회족들은 차별의식과 불만이 높았기 때문에 1862년 봉기는 산시와 간쑤성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중 열광적인 지도자가 마화롱(馬化龍)이었다. 마화롱은 무슬림 신파 5대교주였다. 1863년 그는 청나라에 반기를 들고 병사를 일으켜 영주(靈州) 일대 지역을 장악한 뒤 스스로 양하대총융(兩河大總戎)이라 불렀다.

회족 반란군은 산시성과 간쑤성을 장악하고, 서역으로 가는 하서주랑(河西走廊)을 차단했다. 하서주랑이 막히면서 청 조정과 신장 수비대 사이에 통신은 물론 물자운송이 중단되었다.

1864년 6월 신장 텐산남로의 주요도시 쿠차에서 투르크족(위구르)이 봉기를 일으켜 한족의 거점을 장악했다. 만주족 지배자들이 토착 위그르족을 경멸하고 자신들의 방탕한 생활을 만족시키기 위해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고 공물을 바치도록 하자 현지인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 봉기는 폭력화하며 3일 동안에 한족 1,000명, 몽골족 150명이 살해되었다. 하지만 회족에겐 뚜렷한 지도자가 없었다.

이때 중앙아시아 코칸트 칸국(Khanate of Kokand)의 장수 야쿠브 베그(Yaqub Beg, 1820~1877)가 자신의 병사를 이끌고 신장 카슈카르(喀什)로 건너가 청나라 군대를 제압했다. 그가 중국에 건너간 것은 1864~65년으로 추정된다.

야쿠브는 타지크인으로 코칸트 칸국의 피스켄트(Pskente)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주의 한 마을이다. 그의 이름 야코브는 야곱(Jacob)의 아랍식 이름이며, 베그(Beg)은 투르크계 귀족 호칭이다. 중국어로는 야구보 파샤(阿古柏 帕夏)로 표기한다.

그는 1847년에 코칸트 칸국의 키질로르다 요새 성주로 부임해 1853년 러시아군의 공격에 요새를 빼앗겼다. 그는 도주에 성공해 요새를 다시 탈환하려다 실패했다. 이어 1864년에 러시아가 타슈켄트를 공격하자 방어전에 참여했고, 중국 신장에서 회족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중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야쿠브는 현지 회족 지도자들을 제압하고 카슈가르 칸국(哲德沙爾汗國)을 수립했다. 야쿠브가 중국 서부에서 나라를 세우자 중앙아시아의 부하라 칸은 승리자라는 의미의 ‘아탈릭 가지’(Athalik Ghazi)라는 칭호를 주었고, 이슬람 종주국 오스만 투르크는 아미르(Amir)라는 제왕의 지위를 주었다.

 

 

청 조정은 태평천국과 염군(捻軍)의 난을 진압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동간의 반란에 유능한 장군과 병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었다. 산시, 간쑤, 닝샤, 신장 지역이 반란자의 수중에 떨어졌고, 중국 역사상 최대의 무슬림 봉기는 방치되고 있었다. 1866년에는 염군이 산시성에 돌입해 회족 반란군과 합류해 위험은 더 커졌다.

1867년, 청 조정은 회족 반란이 시작된지 5년 후에야 한족 명장 쭈어중탕(左宗棠)을 산시·간쑤 총독으로 제수해 반란 진압을 지시했다. 하지만 쭈어중탕은 염군을 토벌하고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부임할수 없었고, 염군을 완전 진압한 1868년에야 산시성과 간쑤성의 회족 문제로 눈을 돌릴수 있었다.

1868년 10월, 쭈어중탕은 산시성으로 진군했다. 그는 회족 가운데 구파는 협상을 통해 안주시키고 신파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쭈어중탕은 회족 구파의 협력을 얻어 산시와 간쑤의 도시를 하나씩 제압해 나갔다. 1871년엔 회족의 근거지 금적보(金积堡)를 함락하고 마화롱을 처형했다.

 

이제 신장의 야쿠브가 남았다. 야쿠브는 중앙아시아를 놓고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을 벌이던 영국과 러시아를 저울질했다. 영국은 야쿠브의 제국을 완충지대로 만들어 러시아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대표단을 신장으로 보냈다. 이에 러시아가 당황해 1871년 중국령 이리(伊犁) 분지를 점령했다.

러시아는 청나라가 신장 반군 야쿠브를 제압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때마침 일본이 오키나와 어부가 대만에서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대만을 침공했다. 청국은 가까스로 태평천국과 염군의 반란을 제압한 터에 일본과 신장 반군과 싸워야 했다. 러시아는 중국이 신장을 다시 회복하면 돌려준다는 미명 하에 중국을 대신해 이리를 점령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다.

청 조정에는 리훙장(李鴻章)을 중심으로 한 해방론(海防論)과 쭈어중탕을 중심으로 한 육방론(陸防論)의 논쟁이 달아 올랐다. 청나라의 국가방위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중시하자는 논쟁이다. 리훙장은 신장을 포기하더라도 해안을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내륙에서 회족을 진압하던 쭈어중탕은 변방의 방어를 중시하며 신장 공격을 주장했다. 두 논쟁은 청조가 대만문제에 대해 일본과 비굴하게 타협함으로써 사그라들었고, 이로써 쭈어중탕의 신장 공격이 속도를 더하게 되었다.

 

 

1870년대 말 쭈어중탕은 본격적으로 신장 공격에 나섰다. 1876년 3월 그는 8만9,000명의 병력을 이끌고 야쿠브 베그의 거점을 하나씩 탈환해 나갔다. 다급해진 야쿠브 베그는 런던에 사절단을 보내 중재를 요청했다. 하지만 영국은 중국의 눈치를 보아야 했으므로, 야쿠브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해 7월 쭈어중탕의 청군은 텐산북로를 모두 장악했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던 야쿠브는 1877년 5월 29일 자결했다. 러시아와 영국은 천천히 움직이면서도 속공을 가하는 청군의 저력에 놀랐다. 쭈어중탕이 회족반란 진압의 명을 받은지 10년만에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청나라는 신장을 되찾은 후 러시아에게 이리 지역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청과 러시아 대표는 1879년 리비디아 조약을 체결했으나 청 조정의 반대로 무산되고, 1881년 2월 이리(일리) 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청나라는 이 조약으로 이리 분지의 70%를 러시아에 내주고 그동안 일리를 지켜주었다는 이유로 500만 루블을 러시아에 주어야 했다.

청나라는 쭈어중탕의 요청으로 그후 신장 지역을 성(省)으로 승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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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Wikipedia, Dungan Revolt (1862–1877)

Wikipedia, Ma Hualong

임계순, 淸史, 신서원, 2000년, p414~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