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들여 만든 정선스키장, 복구한다는 발상
수천억 들여 만든 정선스키장, 복구한다는 발상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7.0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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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성화, 스키 인구 확대 등 위해 재고할 필요성

 

강원도 정선군 북평명 숙암리 일대는 한여름인데도 저녁엔 서늘하다. 긴팔 옷을 입어야 할 정도다.

여기는 바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정선알파인경기장이 있는 곳이다. 스키경기장은 대회가 끝난후 더 이상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여름에 비만 오면 토사가 흘러나와 곳곳이 파헤쳐져 있다. 동계올림픽 기간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알파인경기장의 모습은 찾아볼수 없다.

문제는 이렇게 잘 만들어진 스키장을 숲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알파인스키장을 만들 때 환경론자들은 수백년 자란 나무를 잘라야 한다며 반대했다. 환경론자들은 올림픽을 치러야 한다는 시급성에 일단 후퇴하면서 경기 후에 복원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경기를 치렀으니 다시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곤돌라만 3년간 운영하고, 스키장은 원상복구한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지역단체와 환경단체가 합의해 조정한 결과라는데, 현지 주민들은 이 합의에도 불만이 많다. 스키장을 운영하지 않고 곤돌라만 돌리면 수익이 나겠느냐는 것이다. 이왕 잘 만들어 놓은 스키장을 왜 수풀로 다시 복원하느냐는 것이다.

주민대표들은 628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앞에서 정선알파인경기장 전면복원을 반대하는 집회도 열었다. 올림픽유산 주민대책위라는 주민단체는 탄원서에서 "정부가 결정, 발표한 곤돌라 시설 외 전면복원 계획을 무효로 하고 지역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하단부만이라도 스키장으로 활용하라"고 주장했다.

 

정선알파인경기장 /박차영
정선알파인경기장 /박차영

 

정선 알파인경기장은 2018 동계올림픽 참가자들이 감탄을 자아냈던 경기장이다. 유럽 선수들도 이런 경기장은 처음이라고 칭찬했다. 가리왕산은 정상에서 하단부까지 1,000m의 고도차가 나는 천혜의 스키장 적합지다. 잘 다듬어진 스키장에 최신설비를 도입했다. 예산만 2,000억원 이상이 투입되었다.

그런데 현정부 내에 포진한 환경론자와 산림청의 탈레반들이 경기후 복원이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바람에 이 좋은 시설은 다시 숲으로 돌아갈 처지다. 500년 된 나무를 잘랐으니, 원상복구되려면 500년이 걸리는 원대한 구상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스키장 시설을 활용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스키 인구가 늘어나고, 세계적인 스키대회를 유치할수 있다. 정선 일대에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억 예산을 들여 좋은 시설을 만들어 놓고 다시 수백억원의 돈을 들여 복구하는 넌센스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돈을 다른 곳의 환경보호에 쓰면 더 큰 효과가 있을 터인데……. 스위스는 자연보호를 할줄 몰라 스키장을 만들고 케이블카를 설치하는가.

 

정선 알파인 경기장 /업체등록사진
정선 알파인 경기장 /업체등록사진

 

주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산림청은 정선군 관내에 2,600만평을 삭벌했다고 한다. 목격자의 증언을 들으면, 스키장 정상부 건너편에 엄청난 야산에 채벌되었다는 것이다. 그곳에는 30년 이상된 소나무가 잘려나갔다고 한다. 이렇게 산림을 마구 잘라내면서도 175,000평 밖에 되지 않은, 그것도 수천억원의 돈이 들어간 경기장을 숲으로 돌린다고 한다.

참 답답한 일이 벌어지는 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돌아왔다.

 
정선알파인경기장 인근의 현대파크로시호텔 /박차영
정선알파인경기장 인근의 현대파크로시호텔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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