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실은 왜 모란꽃을 애호했나…풍요와 영화의 상징
조선왕실은 왜 모란꽃을 애호했나…풍요와 영화의 상징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1.07.0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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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박물관 모란 특별전, 7.7.~10.31.…왕실혼례복 등 120여 점 공개

 

모란은 예로부터 꿏중의 꽃’(花中王)으로 불리었다. 꽃이 화려하고 위엄과 품위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모란을 부귀화(富貴花)라고도 했다.

모란은 장미와 함께 가장 화려한 꽃으로 간주된다. 모란은 중국이 원산지인데, 수당(隨唐) 시기에 히말라야 지방에서 들여왔다는 설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 당 태종이 붉은색ㆍ자주색ㆍ흰색의 세 가지 색으로 그린 모란과 그 씨 석 되를 보내왔다는 삼국유사기록이 있다. 선덕여왕이 당 태종이 보낸 모란 그림을 보고 이 꽃은 정녕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 씨를 뜰에 심었는데, 과연 여왕의 말과 같이 모란에는 향기가 없었다.

삼국사기설총전에 화왕계(花王戒)가 나온다. 화왕(花王)은 아첨하는 미인(장미)과 충간하기 위해 찾아온 백두옹(할미꽃) 두 사람을 두고 누구를 택할까 망설이는 것을 보고 백두옹이 화왕에게 간언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설총은 꽃의 왕(火王)으로 모란을 설정했다.

조선 왕실에서도 모란을 애호했다. 창덕궁 낵선재 화계(花階, 계단식 화단)에는 모란을 심었고, 공주가 결혼할 때 모란을 장식한 혼례복을 입었다. 왕실 병풍에도 모란을 장식했다. 꽃중의꽃을 장식함으로써 왕실의 부귀를 상징하려 한 것이다.

 

산수화훼도첩 중 ‘모란’ (신명연 그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문화재청
산수화훼도첩 중 ‘모란’ (신명연 그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이 77일부터 1031일까지 모란꽃을 매개로 조선왕실 문화를 살펴보는 특별전 안녕安寧, 모란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모란도 병풍을 비롯, 궁궐의 그릇, 가구, 의복 등 각종 생활용품과 의례용품에 즐겨 장식되던 모란꽃을 담은 유물 120여점이 대거 공개된다. 또 모란이 수놓인 창덕궁 왕실혼례복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창덕궁 낙선재에서 포집한 모란향으로 제작한 꽃향기가 전시공간에 퍼지도록 하고, 빗소리와 새 소리 등 정원에서 들을 수 있는 생생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허련의 모란 그림 화첩, 소치묵묘첩(小癡墨妙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문화재청
허련의 모란 그림 화첩, 소치묵묘첩(小癡墨妙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문화재청

 

3부로 구성된 전시에는 조선왕실이 모란이라는 식물과 그 무늬를 어떻게 사용하고 즐겼는지, 그리고 그 안에는 어떠한 상징이 담겼는지를 집중 조명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18~19세기의 대표적 모란 그림인 허련(1808~1832), 남계우(1881~1890) 등의 작품을 등장한다.

전시는 또 조선왕실 생활공간을 장식한 무늬로서의 모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새겨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늬는 장식적 기능과 함께 특정한 상징을 담는 기호이기도 하다. 왕실에서는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을 각종 생활용품에 무늬로 사용하면서, 풍요와 영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나전 가구, 화각함, 청화 백자, 자수물품 등 다양한 유물에 장식된 모란을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궁중 여성 혼례복 /문화재청
궁중 여성 혼례복 /문화재청
복온공주 혼례복 /문화재청
복온공주 혼례복 /문화재청

 

모란 무늬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왕실 혼례에 사용되는 혼례복과 가마다.

2벌의 혼례복이 전시된다. 한 벌은 복온공주(순조의 둘째딸, 1818~1832)가 혼례 때 입은 것인데, 남아 있는 활옷 중 제작 시기와 착용자가 명확한 유일한 것이다.

나머지 한 벌은 창덕궁에서 전해 내려오는 활옷인데, 재미있는 것은 보존처리 중에 옷 속에서 발견한 종이심이다. 겉감과 안감 사이에 넣어 옷의 형태를 유지하도록 한 이 종이심이 살펴본 바 1880년 과거시험 답안지를 재활용한 종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창덕궁 활옷은 이번 전시에서 일반에 최초로 공개된다.

 

유리창에 모란을 그린 가마 /문화재청
유리창에 모란을 그린 가마 /문화재청

 

왕실의 흉례(凶禮)와 조상을 모시는 의례에 사용된 모란도 조명했다. 흉례의 절차마다 모란 무늬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각종 의궤, 교의(交椅), 신주 신여(神輿, 가마), 향로와 모란도 병풍을 통해 소개했다.

 

복온공주 혼례용 방석 /문화재청
복온공주 혼례용 방석 /문화재청

 

모란도 병풍도 전시된다. 흉례의 전 과정에 모란도 병풍을 사용한 것은 왕실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전시장 3면을 모두 모란도 병풍으로 둘렀으며, 관람객이 병풍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유물과 유리면 사이 거리를 좁혔다.

왕의 어진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선원전을 연상시키는 공간을 조성해 모란도 병풍과 향로, 교의, 의궤를 함께 전시해 왕실의 조상을 모시는 의례와 모란의 관계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모란도 병풍 /문화재청
모란도 병풍 /문화재청
교의 (창덕궁관리소 소장) /문화재청
교의 (창덕궁관리소 소장) /문화재청

 

이번 전시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사전예약과 현장접수를 합해 시간당 100, 일일 최대 1,000명으로 제한한다. 개인 관람으로만 입장이 가능하고 마스크 착용과 발열 여부 점검, 한 방향 관람 등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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