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11대 광서제(光緖帝)는 네 살에 황제에 올라 서태후의 섭정을 받다가 19살 되던 1889년에 친정을 하게 되었다. 서태후는 이화원(頤和園)에 물러나 외견상 정치에 간여하지 않은 듯 했지만 실권은 모두 쥐고 황제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친정을 한지 10년 동안 광서제는 적들이 좁혀 오는 것을 느꼈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이기고 랴오둥반도를 달라고 요구하고, 러시아는 만주를 집어삼키려 덤벼들고 독일마저 산둥반도 칭다오를 떼어갔다. 황제는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는 물론 황제인 자신의 안위도 위태로워질 것임을 직감했다.

나이 28세의 황제에게 희망의 소식을 전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캉유웨이(康有爲)이었다. 캉유웨이는 변법(개혁)을 하지 않으면 황제도 명나라 마지막 황제처럼 비참한 처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캉유웨이는 황제에게 감추거나 돌려서 말하지 않았다. 그의 직설화법은 황제에게 진솔한 관리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1898년초 광서제는 캉유웨이를 직접 만나보려 했지만,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대신들이 그를 만났다. 리훙장, 롱루(榮祿) 장군 등이 캉유웨이를 만나보고 접견내용을 정리해 황제에게 올렸다. 황제는 캉유웨이의 논리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리고 캉유웨이로 하여금 수시로 상서를 올리도록 하고, 중간관리들이 상서를 제지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직접 면담만 없었을 뿐 캉유웨이는 언제나 광서제에게 변법의 논리를 펼수 있게 되었다.

1월 29일 캉유웨이는 여섯 번째 상서를 올렸는데, 그 내용은 변법을 주도할 제도국(制度局)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헌법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12개 관리국을 건립해 사법, 금융, 교육, 농업, 공업, 상업, 철도, 우정, 문화, 국제교류, 군사 등을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달, 캉유웨이는 광서제에게 러시아 표트르 대제와 일본 메이지 천황을 본받을 것을 건의하면서 러시아와 일본의 근세사를 정리한 자신의 책자를 올렸다.

6월 8일 캉유웨이는 광서제에게 여덟 번째 상서를 올려 황제로 하여금 개혁조치를 서두를 것을 요구했다.

6월 11일 광서제는 그의 요청에 동의해 첫 번째 개혁법령을 반포했다. 이날이 무술변법(戊戌變法)의 첫날로 기록된다. 광서제는 이 때까지 캉유웨이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다. 한림원 학사 쉬즈칭(徐致淸)이 황제에게 캉유웨이를 접견할 것을 권고했다. 마침내 6월 16일 광서제와 캉유웨이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날 접견은 4시간 동안 이뤄졌는데, 이런 장시간의 황제 접견은 전례가 없었다고 한다. 캉유웨이의 제자이자 무술변법 지도자였던 량치차오가 후술한 이날 접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캉유웨이: 사방에 오랑캐가 동시에 압박해 오고 있어 나라의 분할이 불가피하게 되었으며, 멸망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광서제: 이제는 정말 변법을 하지 않으면 안되오.

캉유웨이: 변법은 법률부터 차례로 개정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광서제: 그대의 계획은 매우 상세하다.

캉유웨이: 황상은 빨리 알아차리는데, 어째서 오랫동안 행하지 않으셨습니까.

광서제: (병풍 밖을 쳐다보며) 방해를 하니 무엇을 할수 있겠는가.

캉유웨이: 황상의 권한으로 개혁할수 있는 것부터 행하십시오. 비록 개혁할수 없어도 핵심을 잡고 시도하면 중국을 구제하기에 충분합니다. 오늘날의 대신들은 모두 연로하고 보수적이고, 외국 물정을 모르기 때문에 그들에게 의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같을 뿐입니다.

광서제는 캉유웨이이게 아직 할말이 더 있으면 상주문을 작성해 상세하게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면담을 마쳤다.

 

 

황제는 그날로 캉유웨이를 총리아문의 장경(章京)에 임명했다. 광서제는 더 높은 자리를 주려 했지만 서태후 일파의 영록 장군 등 보수세력에 막혀혔는데, 캉유웨이는 그나마 황제 곁에서 늘 상주할 위치에 있게 되었다.

캉유웨이가 황제 곁에 포진하면서 각종 변법조치가 쏟아져 나왔다. 우선 과거제도를 혁신해 팔고문(八股文) 제도를 폐지한다, 정부내에 제도국을 만들고 12개 관리국을 창설한다, 국회를 설립한다, 행정, 입법, 사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쏟아져 나왔다. 캉유웨이가 원하는 나라는 유교적 왕조를 탈피해 서양식 입헌군주국을 지향하는 것이었다.

황제가 행동에 나서고 캉유웨이가 뒤에서 조정하는 양상이 드러나자 온건한 개혁주의자들의 반발도 컸다. 캉유웨이의 스승인 웡퉁허(翁同龢)는 변법조치가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고 파악하고 황제에게 캉유웨이에 대해 험담하고 변법 추진을 저지하려 했다. 그러자 캉유웨이 일파는 웡퉁허가 뇌물을 받은 사실, 비행을 저지른 사실 등을 적시하며 탄핵했다. 서태후도 웡퉁허가 캉유웨이를 황제에게 소개해준 죄를 물어 그의 탄핵을 지지했다. 웡퉁허는 관직을 삭탈당하고 말았다. 변법파들은 기세좋게 반대파를 제거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광서제는 캉유웨이의 제자인 량치차오, 양루이, 루꽝띠, 린쉬, 탄스퉁 등에게 4품 관직을 주어 변법개혁의 핵심인물로 포진시켰다. 6월 11일부터 9월 20일까지 103일동안 변법파들은 황제를 등에 업고 교육, 행정관리, 공업, 국제교류 등에 관해 50여개에 이르는 법령을 빠르게 공포했다.

개혁조치는 기득권자들의 반발을 샀다. 우선 팔고문이란 형식에 맞춰 과거 공부를 하던 수험생들이 제도를 폐지하는 바람에 혼선을 빚었다. 12개의 관리국은 기존 정부조직을 허물어야 하기 때문에 보직을 잃은 관리들의 불만을 샀다. 그들은 황제의 급진 조치에 예의주시하면서도 개혁이 제대로 될까, 의문을 품었다. 황제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서태후가 개혁조치에 불괘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희태후(서태후)는 이화원에 틀어박혀 있으면서도 자금성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낱낱이 보고받았다. 영록장군, 태감 이연영(李蓮英)이 태후의 오른팔이었다. 변법파들도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서태후에게서 권력을 빼앗아 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서태후는 본능적으로 변법유신이 자신의 지위를 약화시킬 것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변법파들이 광서제를 앞세워 서태후의 내정간섭을 억제하는 것이었다. 기구개편과 국회개설 등도 자신의 권한 축소를 의미했다. 노회한 태후는 광서제를 폐위할 것을 시도했다.

서태후는 영록과 이연영을 동원했다. 영록은 북양군(北洋軍)의 대신이었다. 북양군은 청일전쟁에서 완패하는 수모를 당했지만, 정권방위에는 유난히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10월 22일 북양군의 거점 텐진에서 열병식이 열리고, 황제가 참석하기로 예정되었다. 열병식에서 북양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황제를 폐출시키는 쿠데타 시나리오가 마련되었다. 황제와 변법파도 서태후 일당의 음모를 눈치챘다.

텐진에는 위안스카이가 7,000명의 정예병을 훈련시키며 주둔하고 있었다. 위안스카이는 영록의 부하였다. 위안스카이가 어떤 위치에 서느냐에 따라 정권의 향배를 결정할 상황이었다.

캉유웨이의 부하 탄수퉁이 위안스카이에게 이화원을 점거, 서태후와 영록장군을 죽이자고 제의했다. .위안스카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탄수퉁의 보고를 들은 캉유웨이, 량차치오는 일이 잘못 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하고 홍콩으로 도주했다. 영국 선박이 지원했다.

위안스카이는 정의감이나 대의를 중시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는 어느 권력이 더 세냐를 가늠한후 대세에 따르는 전형적인 정치군인이었다. 그는 베이징으로 올라와 영록장군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상세히 보고했다. 서태후 일파는 거사일을 하루 앞당겨 9월 21일 자금성을 공격해 광서제를 유폐시켰다. 서태후는 황제가 질병에 걸려 있어 자신이 정무를 대행한다고 선포했다.

이로서 백일유신은 종말을 고했다. 탄수퉁 등 변법파 6명은 처형되었는데, 육군자(六君子)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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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근현대 중국사(상권)-제국의 영광과 해체, 이매뉴얼 C.Y. 쉬, 2013년, 까치, p326~363

淸史, 임계순, 신서원, 2000년, p414~444

연인 서태후(Imperial Woman), 펄 벅, 2007년, 길산

Wikipedia, Kang Youwei

Wikipedia, Hundred Days' Re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