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화단 사건①…청 조정이 후원한 무술집단
의화단 사건①…청 조정이 후원한 무술집단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1.07.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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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을 맞아도 다치지 않는다“는 신앙심…서태후의 지지 얻어

 

복서(boxer)는 영어로 권투선수를 말한다. 역사에서 복서(Boxer)는 청말기 의화단의 난을 일으킨 권법(拳法) 집단을 의미한다. 권민(拳民)이라고도 한다. 이 무술집단이 봉기를 일으킨데는 권력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1898년 무술정변으로 광서제를 유폐시킨 자희태후(서태후)가 외국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 세력을 이용했다. 조정은 이들을 의롭고 화해를 도모하는 단체라는 뜻으로 의화단(義和團)이란 좋은 이름을 지어주었고, 그 권법을 의화권(義和拳)이라고 했다. 조정의 부추김을 받은 이들은 그동안 갈고 닦은 무술을 폭력행위에 활용했다. 대상은 외국인과 국내 기독교인이었다.

권민은 농업이나 수공업 등 생업에 종사하면서 남은 시간을 활용해 중국 전통무술을 배우는 집단을 일컫는다. 무술을 배운 사람들은 으쓱대고 싶어한다. 이들은 이상한 복장을 하고 무리를 지어 다니며 시장에 천막을 치고 노름을 했다. 19세기초의 권민은 그다지 주목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1890년대 들어 권민들은 외국인을 배척하는 세력으로 급부상한다.

 

의화권 세력이 팽창한 것은 189711월 산동성 자오저우(膠州)에서 독일인 선교사 2명이 대도회(大刀會) 소속 무술집단에 의해 살해되면서였다. 독일은 이 사건을 빌미로 산둥성 순무 리핑헝(李秉衡)을 해임하라고 청 조정에 요구했고, 자우저우를 할양받게 되었다.

순무 리핑헝은 산둥성을 떠났지만 그동안 권민들을 보호하고 감싸온 인물이었다. 그를 이어 산동성 순무가 된 위시엔(毓賢)도 권민 세력을 감싸고 돌았다. 위씨엔은 전임자보다 적극적으로 권민들을 보호하고, 자금도 지원했다. 위씨엔의 노력으로 권민들은 청조를 지지하고 서양을 배척한다는 부청멸양(扶淸滅洋)의 기치를 내걸게 된다.

지방정부의 도움으로 1890년대말에 대운하 서쪽 지방에 800개의 권민 집단이 조직되었고, 병사들을 훈련시켰다. 그들은 의화단이라는 이름으로 자긍심을 갖고 서양세력과 기독교에 대한 공격에 가세했다.

 

위씨엔 /위키피디아
위씨엔 /위키피디아

 

권민들은 외국인들을 혐오했다. 아편전쟁 이후 50년이 지나도록 중국인들은 서양인들에게 수모를 당해왔다. 지식인들 사이에선 서양을 배우고 자강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났지만, 민중들은 잘난척 하는 서양인들이 꼴보기 싫었고 즉흥적으로 대응했다.

특히 기독교에 대한 증오감이 컸다. 1858년 텐진조약으로 중국 전역에 기독교가 자유롭게 전파되었다. 중국인들 사이에 자발적으로 기독교도가 된 이는 드믈었다. 교회에 가면 먹을 것을 주었고, 돈도 주었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 교회에서 기식하는 경우도 많았다. 밥을 먹여주었기 때문에 교회에 가는 사람들은 빈민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중국인 기독교도들은 불상 앞에서 경건하지 않았고, 공자와 조상에 대해서도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 향촌의 마을신도 무시했다. 이런 행태로 인해 지방의 토착인들은 기독교에 순종하는 중국인을 서양인만큼이나 미워하게 되었다.

서양물자의 유입도 중국민중의 배외사상을 고조시켰다. 산업혁명으로 영국산 면포가 쏟아져 들어왔는데, 가격은 중국산 면포의 3분의1에 불과했다. 가내수공업으로 운영되던 중국내 면직물 산업이 대부분 파산하게 되었다. 1897, 1898년에는 기근이 성행해 가난한 사람은 토비, 유민이 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재난을 서양 귀신의 탓으로 돌렸다.

1897년에는 텐진~베이징 사이에 경진(京津)철도가 부설되었는데, 이 철도가 깔리면서 대운하와 전통적 육상로를 이용하던 짐꾼, 선박운송업이 파산하거나 적자로 전락했다. 대량의 실업자들이 길거리에 나오면서 누군가를 적으로 규정해야 했는데, 그 대상이 서양인이었다.

청 조정의 재정은 악화 일로였다. 1899년 중국의 무역적자는 6,900만냥이었다. 이해 연간 세수는 8,900만냥이었는데 비해 세출은 1100만냥으로, 재정적자가 1,200만냥에 이르렀다. 조정은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 세율을 올렸는데, 그 부담은 백성들의 어깨를 짖눌렀다.

 

권민(연출) /위키피디아
권민(연출) /위키피디아

 

18992월 이탈리아가 저장성 싼먼(三門)항을 할양할 것을 조정에 요구했다. 독일도 자오저우의 땅을 해먹었으니, 이탈리아도 제몫을 챙기겠다는 것이었다. 서태후는 저장성 순무에게 일체의 양보도 하지 말 것이며, 만일 적군이 뭍으로 상륙한다면 격퇴하라고 명령했다. 이탈리아는 이리저리 재다 공격을 포기했다. 베이징의 고관들은 처음으로 서양과 싸워 이겼다고 환호했다. 189911월 서태후는 의기양양하게 각성에 더 이상 서양과의 강화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라고 훈령을 내렸다.

189912월 산둥순무 위시엔은 해직되었다. 서양세력들이 그를 해임하라고 요구한 것을 조정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위시엔은 베이징에 이르러 조정에 권민을 억압할 것이 아니라, 이용할 것을 건의했다. 그의 말에 단친왕(端親王), 정친왕(莊親王), 군기대신 캉이가 동조했다. 서태후도 그 내용을 전해듣고 위시엔의 주장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태후는 서양세력을 혼내주기 위해 권민세력을 이용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조정은 위시엔이 서양세력의 압력에 굴복해 좌천된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산시(山西) 순무로 발령했다.

해를 넘겨 20세기가 시작된 19001, 서태후는 권민에 대한 태도를 전환했다. 태후는 각 성에 권민을 억압하지 말라는 교지를 내렸다.

 

조정의 지지를 얻으면서 의화단 일파의 기세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갔다. 청조는 권민을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수망상조(守望相助)의 일환이라고 치켜 새웠다. 외적이 침입할 때 인근 마을 간에 서로 망을 보며 위험에 처했을 때 서로 돕는 자생적 군대라는 것이다.

권민들은 중국 전통의 토속신앙을 합쳐서 숭배했다. 도교의 옥황상제, 관우, 항우, 제갈량을 그들의 신으로 모셨다. 이들은 미신적 요소에 빠져 있었다. 특히 이들은 도술(道術)을 믿었다. 이들은 도술을 100일간 훈련하면 총을 맞아도 죽지 않고 상처도 없다고 주장했다. 부적과 주문, 의식을 통해 초자연적인 힘을 얻을수 있다고 믿었다. 주문을 외우면 하늘의 장수(天將)와 하늘의 병사(天兵)가 몰려온다고 했다.

이들은 재래식 칼과 창으로 무장했지만, 총과 대포는 사용하지 않았다. 청과 대포는 서양의 무기란 이유였다. 권민들은 1마리 용, 2마리 호랑이, 300마리 양을 잡겠다고 맹세했다. 한 마리 용은 무술변법을 단행한 광서제였고, 2마리 호랑이는 서양과의 협상파 경친왕(慶親王)과 리훙장이었다.

이러한 미신과 허풍은 서태후에게 딱 들어맞았다. 제대로 학문적 소양을 갖추지 못한 태후로선 미신적 요소를 믿게 되었고, 그들이 저주한 대상은 자신이 증오하는 인물이었다. 특히 서양의 총포을 맞아도 죽지 않고 다치지도 않다니 신통방통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서태후는 이런 주장을 믿었다고 한다.

 

의화단 병력 /위키피디아
의화단 병력 /위키피디아

 

서태후의 지지를 받은 의화단 패거리들은 의기양양했다. 19005월 이들은 서양 제국주의의 상징인 철도와 전선을 훼손하는 사건을 벌였다.

조정 내 강경파들은 의화단을 공식적인 군대로 편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때 위안스카이(袁世凱)는 이를 반대했다. 태후도 더 이상 밀어붙이지 못했다.

다만 권민들을 자금성으로 불러 사람들에게 무술시험을 보이게 했다. 그들의 무술은 뛰어났다. 서태후의 칭찬이 이어졌고, 왕공들은 권민들을 초빙해 자택 방어에 활용하고, 그들의 신에게 향을 피우고 공양했다. 사람들은 복서(the Boxer)들의 미술을 익히기에 여념이 없었다.

 

베이징 조정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서양 외교사절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서양인들은 저 무뢰한과 폭력배들이 조직화해 공격해 올 것에 대비하게 되었다. 베이징의 외교사절들은 1900528일 자신의 공관을 지키기 위해 텐진항에 정박하고 있는 해군군함에서 호위병들을 데려왔다. 서서히 두 세력 사이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계속)

 


<참고자료>

근현대 중국사(상권)-제국의 영광과 해체, 이매뉴얼 C.Y. , 2013, 까치,

淸史, 임계순, 신서원, 2000,

연인 서태후(Imperial Woman), 펄 벅, 2007, 길산

Wikipedia, Boxer Rebel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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