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3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에 유럽 대재앙
1783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에 유럽 대재앙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8.0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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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수소, 이산화황 대량 분출…전세계에 저기온, 농작물 피해 유발

 

아이슬란드는 북대서양 한가운데 있는 섬나라다. 면적은 10로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인구는 36만명으로 제주도의 절반 정도다. 나라이름 그대로 빙하의 나라다.

이 나라는 유럽에 속해 있을까, 아니면 북아메리카에 속해 있을까. 지질학적 관점에서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이 나라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두 대륙의 거대한 지각이 아이슬란드 한가운데에서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산과 온천이 많다.

 

아이슬란드의 지각판 구조 /위키피디아
아이슬란드의 지각판 구조 /위키피디아

 

1783~1784년 아이슬란드 라키(Laki) 산에 대규모 화산이 분출했다. 화산 분출은 178368일부터 178427일까지 8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땅 속에 있던 거대한 용암이 분출하는 바람에 420억톤(14)의 쇄설물이 섬을 뒤덮었다.

당시 상황을 목사 욘 스타인그림손(Jón Steingrímsson)이 상세하게 기록해 두었다. 욘 목사는 화산이 터지던 178368일 아침에 설교할 준비를 하고 교회로 가고 있었다. 그는 북쪽에서 거대한 검은 구름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몇분뒤 사방이 어두컴컴해지고, 하늘에서 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목사는 하느님의 인내심이 다하고 고난의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날부터 8개월 동안 라키산 주변엔 25km의 땅이 갈라지고, 130개 불구멍(분화구)이 열려 용암을 쏟아냈다. 용암은 처음 45일 동안 흘러 내렸는데, 봄에 눈 녹은 물이 흘러가듯 흘렀다고 한다. 수만 의 대지에 17m의 용암이 쌓였다.

욘 목사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이번주와 지난 2주 동안 이루 말할수 없는 독성 물질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화산재, 화산모, 유황과 초석으로 가득한 비, 이 모든 것이 모래와 섞여 떨어졌다. 풀을 뜯거나 풀밭 위를 걸어 다니는 가축의 주둥이, 콧구멍, 발은 노란색으로 변해 벗겨졌다. 물은 죄다 미지근해지고, 연한 하늘색을 띠었다. 자갈 언덕은 회색으로 변했다. 불이 더욱 타오르고 정착지에 가까워 질수록 땅 위의 식물은 모조리 타버리거나 회색빛으로 시들었다.”

욘 목사는 기초적인 의학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는데, 말을 타고 용암 사이를 지나 여러 교구를 찾아다니며 신자들을 보살폈다. 용암은 그의 교회가 있는 카르키위바이야르클뢰이스튀르(Kirkjubæjarklaustur)에 가까이 다가왔다.

그는 설교는 불의 예배(fire sermon)라고 했다. 하늘이 내린 대재앙에 신자들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며 하느님의 자비를 구했다. 어느날, 예배를 끝내고 교회 밖으로 나온 신자들은 밀려오는 용암이 교회 밖에서 멈춘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화산폭발 당시 목사 욘 스타인그림손의 거주지 /위키피디아
화산폭발 당시 목사 욘 스타인그림손의 거주지 /위키피디아

 

화산 폭발로 당시 아이슬랜드 인구의 20~25%에 해당하는 9,000명이 사망했다. 가축의 50%가 죽었고, 농작물의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용암으로 20여개의 정착촌의 파괴되었다.

용암보다. 더 무서운 것은 화산폭발시 대출된 독성 가스였다. 화산폭발지수(Volcanic Explosivity Index)4로 추정되는데, 8개월 동안 분출한 황화가스가 지구 대기에 미친 영향은 인류역사상 최악이었다. 용암은 800~1,400m나 높게 치솟았다. 분출가스는 15km 상공에까지 올라갔다.

 

분출가스에는 불화수소와 이산화황이 포함되었다. 라키 산에서 나온 불화수소는 800만톤으로 추정되었다. 다량의 불소가 동물의 몸에 들어가면 뼈를 변형시키고 이를 망가뜨렸다. 욘은 일기에 가축의 발굽이 아래로부터 썩는 증상을 묘사했다. 먹을 것이 모자라 불소에 오염된 가축 고기를 먹은 사람도 죽었다. 불소는 목초지와 민물고기를 오염시켰다. 아이슬란드에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분출물에 죽은 가축보다 불소 오염으로 죽은 숫자가 더 많았다.

 

1783년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중심지인 라키 화산 /위키피디아
1783년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중심지인 라키 화산 /위키피디아

 

화산폭발 당시 아이슬란드는 덴마크 영토였다. 아이슬란드에는 10세기에 노르웨이 바이킹족의 이주로 사람이 살기 시작했는데, 18세기말에 인구가 5만명쯤으로 불어나 있었다.

덴마크 왕국은 아이슬란드를 영토로 주장만 했을 뿐, 재난이 닥치자 지원금을 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덴마크 정부는 아이슬란드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는데만 1년 이상 걸렸고, 현지인들을 도와주는데는 인색했다.

결국 아이슬란드인들은 자구책을 찾아야 했다. 인구의 절반이 농지를 잃었고 생계수단을 상실했다. 장례를 기록할 사람이 없어 얼마나 죽었는지도 정확치 않다. 그들은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1783년 화산분출물 /위키피디아
1783년 화산분출물 /위키피디아

 

1783년 라키 화산분출의 재앙은 아이슬란드에 그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에선 직접적인 인명피해가 9,000여명에 이르렀으나, 세계적으로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의 간접피해로 사망한 인구가 수백만명에 이른다.

간접 피해의 원인은 화산폭발로 배출된 독성가스였다. 주요성분은 불화수수와 이산화황이었다. 불화수소는 800만톤, 이산화황은 12,000만톤이 배출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유독 가스는 대기에 배출되어 북반구로 퍼져나갔다.

이산화황은 나뭇잎에 구멍을 뚫고 농작물을 시들게 했다. 대기로 분출된 이산화황은 성층권에 머물렀다. 이산화황은 성층권에서 황산으로 산화하고, 황산염 미세입자로 응축되었다. 성층권에 떠도는 이산화황 입자는 전세계를 수년씩 떠다녔다.

대기중의 이산화황은 또 햇볕을 산란시켜 대기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Mount Pinatubo)도 이산화황을 배출해 전세계기온을 0.8°C 낮췄다는 조사가 있다. 이 효과는 3년이나 지속되었다고 한다. 피나투보보다 210년전에 일어난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에서 아산화황은 여섯배나 많이 분출되었고, 그 피해도 더 컸다.

1783년 첫화산 분출된지 이틀후인 610일에 아이슬란드와 노르웨이 중간에 있는 페로제도에 이산화황, 황화물, 화산재가 뒤얽힌 실안개가 나타났고, 614일에 그 안개는 프랑스로 퍼졌다. 6월말에는 아이슬란드발 안개가 유럽 전역에 퍼졌고, 여름 내내 머물렀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의 신문에 몇주, 몇 달 동안 연기 같은 안개가 끼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또 사람들이 목이 타는 듯 아프고 숨을 쉴수 없는 증상을 보이며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농장 일꾼이 너무 많이 죽어 추수에 애를 먹었다. 그해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의 간접 피해로 영국에서만 23,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1783년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대기중의 이산화황이 햇볕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빈까지 거리와 집이 눈에 파묻혔고, 사람들은 극심한 추와와 굶주림에 시달렸다. 길거리엔 얼어죽은 사람이 뒹굴었다. 큰 강이 얼어 화물수송이 마비되었고, 봄에 강물이 녹아 홍수가 났다.

유럽의 대기 이상 상태는 아프리카에서 올라오는 몬순(계절풍)을 약화시켰다. 그 바람에 이집트에서 나일강에 홍수가 나지 않아 많은 곳에 가뭄과 기근이 일어나 이집트 인구 360만명의 5분의 1이 사망했다. 인도에서도 대기근이 일어나 1,100만명 정도가 죽었고, 일본에서도 같은 이유로 100만명 이상이 죽었다.

프랑스에서는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이후 수년간 흉년이 들어 기근에 시달리는 민중들이 왕정에 대해 반란을 일으켰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원인으로 라키 화산폭발을 꼽는 연구자들도 있다.

 


<참고자료>

Wikipedia, Laki

Wikipedia, Kirkjubæjarklaustur

루시 존스, 재난의 세계사, 눌와, 2020, P7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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