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상황에서 동족애 주목한 영화 ‘모가디슈’
극한 상황에서 동족애 주목한 영화 ‘모가디슈’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8.0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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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남북대사관의 실화…구미에 맞게 일부 각색

 

류승완 감독의 영화 모가디슈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Mogadishu)에서 일어난 내전의 소용돌이에서 대한민국 대사관과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함께 탈출한 실화를 소재로 했다.

당시 상황을 보도한 기사(연합뉴스, 중앙일보)와 비교하면, 영화에 약간의 각색은 있었다.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대한민국 대사관저의 문을 두드린 사실, 이동 차량에 책과 모래주머니를 부착해 방탄용으로 사용한 사실, 이탈리아 대사관 앞에서 백기를 흔든 사실, 한국 대사관저에서 북한 대사관 직원 가족들이 서먹서먹해 한 장면들은 제작자들이 흥미를 위해 삽입한 내용들이다.

등장인물에도 일부 왜곡이 있다. 대한민국 대사는 강신성이고, 북한 대사는 김용수였다. 영화에는 한신성, 림용수로 나온다. 한국대사의 부인은 내전 직전에 서올로 돌아가 현장에 없었다. 대한민국 대사와 북한 대사가 처음 만난 것은 모가디슈 공항에서였고, 그후 그들은 구조기가 오기 전까지 한국 대사관저에서 함께 지내기로 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북한 대사관 직원이 탈출 직전에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총에 맞아 숨진 사실은 당시 증언에 의해 입증된다.

 

소말리아와 수도 모가디슈 /위키피디아
소말리아와 수도 모가디슈 /위키피디아

 

영화는 애써 동족애를 강조한다. 당시 강신성 전대사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극한상황에 몰리니까 이데올로기나 국가가 없더라. 인간애적 입장에서 서로 돕고 살자는 의지뿐이었다"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해 포용력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북이 대치할 수밖에 없는 외교현실이지만 공동의 위기에 직면했을 때는 이념과 체제를 넘어서는 인간애와 포용력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강 전대사의 지론이고, 이 영화가 추구하는 논리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나오듯 북한 대사관측은 중국 대사관에 먼저 문을 두드렸고, 우리측도 미국 대사관의 동정을 먼저 체크했다. 쌍방이 모두 동족 간의 협력보다 우방국의 도움을 먼저 챙긴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대사관은 이미 철수했다. 남북 대사관 모두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 도와 탈출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 대사관은 이집트 정부에 연락했으나 도움을 받을수 없었고, 그나마 우리측이 이탈리아 대사관을 통해 구조기 지원을 받을수 있었다.

 

 

바레 정권 붕괴직후 모기디슈의 버려진 거리(1993) /위키피디아
바레 정권 붕괴직후 모기디슈의 버려진 거리(1993) /위키피디아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 보도를 보면, 루마니아 대사관 직원들도 구조기에 동승했다. 루마니아 정부는 당시 공산권이 붕괴되면서 해외공관을 지원할수 없는 여건이었다. 우리 대사관은 이런 나라들도 도왔다. 영화에는 이 사실이 빠져 있고, 북한 대사관을 도운 내용에만 포커스를 맞췄다. 강신성 대사관도 후에 쓴 소설이나 인터뷰에서 타국에서 뜨거운 인간애와 동포애를 발휘한 점만 강조했다.

당시 중앙일보 기사를 보면, 천신만고끝에 전쟁터를 탈출한 양측 공관원과 가족들은 몸바사공항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그동안 너무나 감사했다”, “통일이 되면 다정한 이웃이 되어 함께 살자는 등 기약 없는 작별인사를 주고 받으며 잠시나마 뜨거웠던 동포애를 아쉬워했다고 했다.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 제작자들은 당시 타도대상인 바레(Siad Barre) 정권을 독재자, 민중봉기를 유도한 소말리아 반군은 민주세력으로 묘사했는데, 현실에선 그렇지 않다. 반군은 바레 정권을 무너뜨린 후에 분열되어 지금까지 내전을 지속하고 있다. 민주와 반민주로 모든 것을 보는 좁은 편견이 영화 속에 녹아 있다.

영화는 소말리아에서 촬영하지 못했고, 모로코에서 촬영했다. 소말리아는 아직도 여행하기에 불안한 나라다.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 장면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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