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다른 베트남 두 도시 하노이와 호치민시
성격이 다른 베트남 두 도시 하노이와 호치민시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8.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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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배경과 소비성향 달라…하노이 ‘고급브랜드, 호치민 ‘가격 대비 실속’

 

하노이와 호치민시. 두 도시는 베트남을 대표한다. 하노이는 정치 수도, 호치민은 경제 수도의 역할을 한다.

호치민시(Ho Chi Minh City, 구 사이공)와 하노이(Hanoi)는 베트남에서 인구 밀집 경제력 도시발전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베트남 인구의 8.8%814만명이 남부 호치민시에, 7.8%721만명이 북부 하노이에 거주하고 있다.

두 도시의 역사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문화도 현격하게 다르다. 하노이는 오랫동안 베트남의 수도였기 때문에 유교풍의 권위에 젖어 있는데 비해 호치민(옛 사이공)시는 실속을 챙기는 분위기다.

 

다른 역사적 배경

하노이(河內)7세기 무렵 중국이 베트남을 지배하던 시절에 남중국해를 통해 중국과의 해상 교역 중심지로 성장했다. 또 중국 윈난을 연결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거점도시의 역할을 했다. 중국은 하노이에 안남(安南)도호부를 설치해 지배했다.

베트남이 중국으로부터 독립한후 리() 왕조(1009~1225)에 의해 떠오르는 용이라는 뜻의 탕 롱(昇龍)으로 불리웠다.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가 집권한 1802년까지 베트남의 수도이자 정치행정 중심지였다. 이후 1902년 프랑스의 식민지 시절에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수도가 되었으며 1940~1945년 일본점령기에도 행정중심지 역할을 수행했다.

하노이는 194592일 베트남 민주공화국(베트민)이 독립을 선언한 이후, 북베트남의 수도가 되었다. 1975년 사이공 함락 이후 베트남은 하노이를 수도로 정했다. 20088월 하떠이 성을 통합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이에 비해 사이공은 베트남 레() 왕조 시절인 17세기 중반에 남부 지역에 지배하던 응우옌() 일가가 개척한 도시다. 원래 이 지역은 원래 캄보디아 왕국의 땅이었다.

응우옌 정권은 캄보디아의 왕위 계승 문제에 개입해 그 대가로 캄보디아 영토였던 메콩강 하류지역을 잠식해 갔다. 이후 남부 정권은 사이공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해 교두보를 마련했고, 1698년에는 남부를 지배하는 행정 기구로 가정(嘉定, 쟈 딘)부를 설치했다. 이에 18세기 중엽에는 베트남 남부 전역을 영토로 편입했다.

당시는 작은 촌락으로 습지가 많았으나, 프랑스인들이 점령한 후 이곳에 배수시설을 설치해 전형적인 식민도시로 만들었다. 1908년 시()로 승격된 뒤부터 급속히 발전했으며, 프랑스풍의 관청을 비롯하여 많은 건물이 건축되었다. 또 남부 메콩강 삼각주의 쌀, 북서부의 고무 수출을 위해 항구를 축조했다.

1954년 베트남이 남북으로 갈라지면서 남베트남(월남)의 수도가 되었으며 인구도 급격히 증가했다. 1975년 북베트남에 의한 점령 이후 주변 위성도시를 병합하여 베트남 민족지도자 호치민(胡志明)의 이름을 따 호치민 특별시로 개칭했다.

 

자료=코트라
자료=코트라

 

맥도날드는 호치민시에 1호점

오랜 역사의 차이는 호치민과 하노이 시민의 소비성향을 다르게 했다.

호치민 시민은 일상의 작은 사치를 즐기고, 외식이나 여가 등에 더 많은 지출한다. 이에 비해 하노이를 포함한 북부인들은 저축 성향이 강하다. 두 지역 간 소비 성향에 대한 인식은, '소득이 10이라면 북부 베트남인은 1을 쓰고, 남부 베트남인은 11을 쓴다'라는 현지 속언에서도 잘 나타난다.

하노이와 호치민시는 구매력이나 유동 인구 면에서 비슷한 규모이지만,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는 극명히 대비된다. 베트남 북부 지역의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기존 사용 브랜드에 충성도가 높은 반면, 남부 호치민시의 소비자들은 외국에서 유입된 새로운 상품에 큰 거부감 없이 호기심으로 소비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다.

호치민 시의 이러한 소비 성향은 1975년 통일 이전에 미국과 친근한 외교관계를 유지하며 외국 문물을 다양하게 수용하던 옛 사이공의 역사에서 기인했을 것으로 코트라 호치민 무역관의 분석이다.

새로운 상품, 브랜드, 트렌드 시도에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은 남부 소비자들의 성향은 소비재 분야의 많은 외국 브랜드들이 베트남 진출 시 호치민시를 본점으로 고려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매장 수를 늘리고 있는 McDonald’s, Starbucks, Caffe Bene, Aeon, Lotte Mart 등 역시 호치민시를 통해 현지 시장에 진입했다.

 

호치민시 전경 /위키피디아
호치민시 전경 /위키피디아

 

루이비통은 하노이를 좋아한다

초고가 브랜드는 하노이에 지점을 먼저 연다.

베트남에서, 하노이 출신의 소비자들은 남부보다 상대적으로 과시적 소비 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노이인들은 명품을 소비함으로써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소비 성향이 비교적 높게 나타난다. 1천년 이상 수도였고, 따라서 지배층의 유교적 권위주의가 많이 남아있는 탓일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말 작성된 TNS Vietnam의 보고서에 따르면, 명품에 대한 하노이 시민의 반응은 '성공적인 삶을 의미한다는 응답이 82%, ’부유한 삶을 누리는 것‘(enjoyment of high-quality life)을 의미한다고 응답이 46%를 차지했다. 한편, 호찌민시 시민은 명품이 성공적인 삶(63%)과 과시·허세(18%)의 메시지를 담는다고 답했다.

이러한 소비 성향 때문에 초고가 브랜드들은 하노이에 먼저 지점을 둔 곳이 많다.

일례로 명품으로 분류되는 의류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1997년에 처음으로 베트남 하노이에 매장을 열었다. 세계은행 자료에 다르면 당시 베트남의 1인당 GDP361달러로 세계 평균의 7%밖에 되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루이비통 호치민시 지점은 2007년에 들어서야 생겼고, 2013년에는 하노이에 루이비통 2호점이 추가 개점했다.

호치민시의 1인당 GDP(5500달러)가 하노이(3500달러)보다 높음에도 불구하고, 최고가 자동차 브랜드 Rolls-RoyceLamborghini는 하노이에 지점을 두었다.

북부 베트남에서는 타인의 시선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다.

베트남 내 63개의 시와 성(province) 중에서 하노이와 그 주변 지역들은 공산주의 또는 사회주의에서 파생된 집단주의 채색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따라서 하노이가 중심이 된 북부 지역의 소비자들은 같은 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크게 의식하고, 사회 기준과 틀 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상품에 수요가 있다고 한다.

 

하노이 서부 /위키피디아
하노이 서부 /위키피디아

 

귀금속 소비 성향도 다르다

하노이 소비자는 타 지역에 비해 미래의 가치를 생각한 소비 성향이 강하다.

베트남 남부인이 외식이나 여가 생활 등 일상에서의 작은 여유에 가치를 두어 소비한다면, 북부 소비자들은 일상에서 충동 구매를 자제하고 절약해 이후 명품 브랜드나 부동산, 자동차 같이 가치가 높은 재화에 소비하는 성향이 뚜렷하다.

현지에는 '남부 사람은 현재를 위해 소비하고 북부 사람은 미래를 위해 소비한다'는 속언이 있다. 이 때문에 하노이에서는 미래에 다시 되팔더라도 감가상각이 크지 않은 상품에 소비 비중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의 가치를 더 중시 여기는 북부 베트남 소비자의 소비 성향은, 베트남의 대표 귀금속 브랜드 바오띤민쩌우와 PNJ(Phu Nhuan Jewelry)를 통해서도 관찰할 수 있다.

1980년 말 비슷한 시기에 바오띤민쩌우는 하노이에서, PNJ는 호치민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현재 두 기업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귀금속 브랜드로, 서로 경쟁하며 성장하고 있다. 바오띤민쩌우는 북부, PNJ는 주로 남부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 소비자가 상이하므로, 주력 상품 역시 차이를 보인다. 바오띤민쩌우는 '금의 가치'에 큰 의미를 두어 귀금속 장신구를 구매하는 북부 소비자들의 성향을 반영해 금 장신구를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귀금속 자체를 강조한 비교적 단순한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PNJ는 세공에 초점을 두어 상품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금 외에도 은이나 원석 등 다양한 종류의 보석 세공품이 진열대에서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 아울러 Swarovski와 같은 글로벌 귀금속 브랜드와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최신 트렌드에 부합한 상품 개발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남과 북 기업의 상호 진출 어려움

베트남 현지 브랜드라 하더라도 호치민시에서 하노이로, 하노이에서 호치민시로 사업을 확장할 경우 외국계 브랜드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이는 각기 다른 시장 환경에서, 상이한 소비자의 성향에 따라 브랜드의 개성을 확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오띤민쩌우와 PNJ 또한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바오띤민쩌우는 북부 지역에만 매장을 두고 있고, PNJ는 현재 전국에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로 남부에 사업이 집중돼 있다.

또 다른 예로, 베트남의 유명 플라스틱 제조회사 빈민(Nhựa Bình Minh)과 띠엔퐁(Nhựa Tiền Phong)을 들수 있다. 전자는 호치민시에서 창립해 품질로서 인정받는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후자는 하노이 인근의 하이퐁(Hải Phòng)성에서 시작해, 베트남이 통일되기 전 북부에서 브랜드 파워를 견고히 다진 기업이다.

남부와 북부를 대표하는 두 기업이 각기 북부에서 남부로, 남부에서 북부 시장으로 진출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현지 언론들은, 특히 띠엔퐁이 남부 시장에서 저력을 발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북부의 빈민 브랜드와는 달리 이름 값에 비해 품질이 크게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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