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통 사람들’…사고후 가족들의 트라우마
영화 ‘보통 사람들’…사고후 가족들의 트라우마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5.25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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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죄의식, 가족 갈등, 해소 과정의 내면적 변화를 그린 영화

 

보트놀이를 하다가 배가 뒤집혀 형 버크가 죽고, 그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동생 콘라드, 강한 억제력으로 평온을 유지하는 어머니 베스, 살아남은 아들과 엄마를 중재하려는 아버지 캘빈.

25일 새벽 EBS 금요극장에 방영된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보통 사람들’(Ordinary People, 1980)은 이 세 주인공의 내면적 변화와 갈등을 그린 영화다. 전형적인 가정영화이면서도 미국적 냄새가 물씬 풍긴다.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는 시카고 교외 중상류층 가정에 두 아들이 보트놀이를 하던 중에 형이 사고로 죽는 것으로 시작된다. 형 버키는 강풍에 돛을 내리려다 끈은 놓쳐 세찬 물결에 흽쓸린다. 동생 콘라드는 자신이 형을 죽였을 것이라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에 시달린다. 급기야 자살을 시도하지만 미수에 그친다.

어머니 베스는 죽은 버크를 잊지 못하고 살아남은 콘라드에게 쌀쌀 맞게 대한다. 콘라드도 자신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어머니를 미워한다. 아버지 캘빈은 부인과 아들 사이를 조정하려고 하지만 좋은게 좋은 거다는 식으로 대하다가 무력증에 빠진다.

콘라드는 아버지의 권유로 심리치료를 받게 된다. 정신과 의사는 콘라드에게 마음 속에 품은 생각을 모두 말하라고 한다. 큰라드는 주저주저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러면서 부모들이 그토록 권하는 수영 훈련을 그만둔다. 반감의 표시였다.

첫 번째 반전은 크리스마스 때 발생한다. 가족사진을 찍는데, 어머니 베스는 콘라드와 사진을 찍기 싫어하는 눈치를 보이고, 콘라드도 어머니와 사진을 찍기를 거부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참석한 가운데, 가족들 사이에 금이 갈리진 것을 드러내고 말았다.

아버지 캘빈은 아내의 요청에 텍사스 처형 댁에 휴가여행을 떠나지만, 그곳에서 아내와 심각하게 말다툼을 벌인다. 그러면서 아내가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회의를 느끼게 된다.

또다른 반전이 나타난다. 콘라드가 정신병원에 있을 때 알게 된 여자친구 카렌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 콘라드는 정신과 의사에게 달려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 놓는다. 그는 정신과 의사에게 분노를 토한다. 콘라드는 자신이 형의 죽음과 아무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쏟아낸다. 의사는 콘라드에게 더 이상 죄의식 속에서 살아가지 말 것, 어머니가 너를 사랑하고 잇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해준다.

콘라드가 죄의식에서 벗어날 무렵, 아버지 캘빈은 아내에 대한 회의감을 더 키운다. 그는 큰아들 장례식에 자신이 어떤 신을 신었는지를 걱정하는 아내의 말을 기억하면서 아내의 완벽주의, 철저한 절제력에 분노를 표시한다. “(버키)이 죽었을 때, 당신은 사랑도 묻는 것 같았다.”

아내는 남편의 말에 동의하지 않고 가방을 사들고 집을 나선다. 아들 콘라드는 아내가 떠나버린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낸다.

 

결론이 없다. 결론이 나올수 없는 주제다. 인간은 자신이 만든 장벽 속에서 살아 간다. 특히 큰 사고를 당한후 그 후유증에 사로잡혀 바깥의 삶과 내면의 삶을 달리하며 차단하는 인간의 모습이 잔잔하게 드러난다. 그 해결을 위해 몸부림치는 살아남은 동생, 아들을 도닥거려주면서도 무력감에 빠진 아버지, 억제된 틀 속에 갇혀 아들과 화해하지 않으려는 어머니. 우리 주변에 볼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다만 가족, 사랑이라는 미국적 주제가 124분을 관통한다.

 

영화는 로버트 레드포드의 처녀작이다. 그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쓸어갔다. 콘라드 역의 티머시 허튼은 최연소 19세의 나이에 남우조연상을 받아 이 상으로는 최연소를 기록했다.

 

영화속 한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속 한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속 한 장면 /네이버 영화
영화속 한 장면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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