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갯벌에서 조선 왕실 용머리 장식기와 발굴
태안 갯벌에서 조선 왕실 용머리 장식기와 발굴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1.08.1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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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들어 지방으로 이동중 침몰 추정…취두는 숭례문과 유사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조선 왕실 건축물에 사용하던 용머리 모양이 취두(鷲頭)가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되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태안군 남면 원청리 청포대 해수욕장 갯벌에서 조선 전기 왕실 관련 건축물의 지붕을 장식하는 기와 취두와 갑옷을 입은 사람 모양의 장수상을 발굴해 31일부터 공개한다. 조선 전기의 취두가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두는 용마루의 양쪽 끝부분에 올리는 용머리 모양의 장식기와를 말한다.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공개되는 유물은 총 4점으로, 지난 6월 청포대 해수욕장 일대에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 중에 찾아낸 취두 1개체(2)와 지난 20199, 조개를 캐던 지역주민이 같은 장소에서 발견해 신고한 취두의 아랫부분 1, 한 달 후인 201910,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신고지점에서 추가로 수습한 장수상 1점이다.

 

태안 청포대에서 발견된 취두 1개체 /문화재청
태안 청포대에서 발견된 취두 1개체 /문화재청

 

조선 시대에는 궁궐 등 권위 있는 건축물의 지붕에 제한적으로 취두, 잡상(雜像) 등 장식기와를 사용했다. 용머리 모양의 장식기와인 취두는 주로 위·아래로 나뉜 두 부분 또는 세 부분으로 분리해 만든 다음, 지붕에 얹을 때는 쇠못으로 상하를 고정하여 연결하였다. 잡상은 추녀마루 위를 장식하는 여러 가지 모양의 기와로 장수상을 맨 앞에 배치한다.

발견된 취두(높이 103cm, 최대너비 83cm)는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린 커다란 용의 머리 위에, 작은 용 한 마리와 나선형의 음각선(오목새김한 선)이 표현되어 있다. 용의 얼굴은 입체적이고 사실적이면서도 위엄이 있으며, 움직임에 생동감이 넘치고 비늘이나 갈기, 주름의 표현 역시 정교하다.

이 취두는 중국 명나라(1368~1644) 사찰인 지화사(智化寺)의 정문(正吻)과 유사하고, 2008년 화재로 소실되기 전 숭례문에 놓인 취두의 형태와 문양이 같은 모습이다.

 

태안에서 발견된 장수상 /문화재청
태안에서 발견된 장수상 /문화재청

 

장수상(높이 30cm, 최대너비 22cm)은 몸에 갑옷을 두르고 좌대(座臺)에 앉아서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린 모습으로, 인물의 움직임에 생동감이 있으며 갑옷 비늘 역시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경복궁이나 회암사지에서 출토된 조선 전기의 장수상과 형태, 문양 표현 방식 등이 같은 모습이다.

 

조선 시대 궁궐 지붕의 장식기와(창덕궁 명정문) /문화재청
조선 시대 궁궐 지붕의 장식기와(창덕궁 명정문) /문화재청

 

이처럼 왕실 전용의 장식기와가 태안 앞바다에서 나온 이유는 서울 지역에서 제작된 장식기와를 삼남 지역의 왕실 관련 건물에 사용하기 위해 운반하던 중 태안 해역에서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청포대 해수욕장 갯벌에서 발굴된 취두와 장수상은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국민에게 831일부터 95일까지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관련 영상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유튜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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