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유대인 귀환 확인한 ‘고레스 원통’
성경의 유대인 귀환 확인한 ‘고레스 원통’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9.10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초 인권선언…바빌론 유수 끝낸 구약 에스라기 구절 뒷받침

 

18793, 아랍계 영국인 고고학자 호르무즈 라삼(Hormuzd Rassam) 일행이 바빌로니아 지역(지금의 이라크)에서 대영박물관의 용역을 받아 발굴작업을 하던 중에 진흙으로 된 유물을 발견했다.

발굴당시 유물은 여러 조각으로 부숴져 있었다. 작은 조각을 붙여 보았더니, 22.5cm×10cm 크기의 원통이었고, 겉면에 쓰여진 글씨를 해독해 보았더니 성경에 나오는 페르시아 고레스(Cyrus) 왕 때에 제작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후 이 유물은 고레스 원통’(Cyrus Cylinder)으로 불렸다. 현재 고레스 원통은 런던 대영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고레스 원통(대영박물관) /위키피디아
고레스 원통(대영박물관) /위키피디아

 

구약성경에서 페르시아의 고레스왕은 바빌론으로 끌려간 유대인들을 가나안으로 돌려 보내준 성군으로 기록되어 있다. 고레스는 바빌로니아를 정복한 페르시아의 왕인데, 바빌로니아의 억압통치와 달리 제국의 여러 민족에 대해 융화정책을 폈다고 한다.

고레스의 원통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비발론 거주민에 대해 …… 나는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안 주는 것과, 사회적 신분을 안 주는 제도를 폐지한다. 나는 …… 그들의 무질서한 주거 생활에 안녕을 주었고 티그리스 다른 편에 있는 헌납됐던 도시들을 돌려주었다. 그 땅은 오랫동안 폐허가 된 거룩한 땅으로 …… 나는 이전의 원주민들을 모아서 그리로 돌려보냈다.”

바빌로니아가 피점령민족을 착취하고 노예로 삼았지만, 고레스 왕은 피지배민족에게 땅을 돌려주고 귀환시켰다는 내용이다.

2,500년 전의 기록으로는 상당히 파격적이다. 모든 피지배 민족과 종교에 자유를 주고, 노예를 폐지한다는 내용은 현대적 인권선언이나 다름 없는 내용이다.

내용이 파격적이다 보니, 고레스 원통의 문구에 대해 각서로 유리하게 해석하고 있다.

 

성경 해석자들은 고레스 원통이 성경말씀이 옳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고 주장한다.

구약 에스라기 첫부분(1:1~5)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페르시아 왕 고레스가 왕위에 오른 첫해다. 주님께서 페르시아 왕 고레스의 아음을 감동시키셨다. 고레스는 온 나라에 명령을 내리고, 그것을 조서로 써서 돌렸다. …… 하나님을 섬기는 모든 사람은 유다에 있는 예루살렘으로 올라 가서 그곳에 계시는 하나남 곧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성전을 지어라. 그 백성에게 하나님이 함께 계시길 빈다.”

그동안 성경불신론자들은 페르시아 왕이 감동해 유대인들을 놓아주고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하도록 했다는 에스라의 말을 믿지 못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고레스의 원통이 발견되고 원통의 문자가 해석된 이후 성경학자들은 수천년전에 작성된 성경의 말씀을 재확인해 주었다고 강조한다.

 

페르시아 고레스 대왕(Cyrus the Great)의 재위 기간은 BC 600~530이다. 앞서 BC 721년 이스라엘 왕국이 아시리아 왕국에 멸망한데 이어 BC 582년 유다 왕국이 바빌로니아에 멸망했다. 유대인들은 바빌로니아로 끌려갔다. 이른바 바빌론 유수(BC 586~538).

유대인의 바빌론 유수는 페르시아왕 고레스에 의해 50년만에 중단된다. 따라서 성경에 고레스왕은 성군으로 그려졌다. 고레스는 바빌로니아가 약탈했던 온갖 제기들을 가지고 돌아가 성전을 짓는데 사용하도록 허락했다. 정복자로서는 대단히 호의적인 왕이었다.

그런 군주로서의 치적이 2,000여년후 발굴된 원형 점토판에서 그대로 살아난 것이다.

1960년대 이란의 국왕() 팔레비는 고레스 원통을 세계최초의 인권선언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백색혁명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팔레비 국왕은 곧이어 일어난 이란 혁명(1979)에 의해 추방된 이란의 마지막 국왕이 되었다.

 
고레스 왕(일러스트레이션) /위키피디아
고레스 왕(일러스트레이션) /위키피디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