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원(孫文)은 국민당의 기둥이요, 혁명의 상징이었다. 그의 지배영역은 광둥지역 일부에 그쳤지만, 그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의 대변자로 추앙받고 있었다.

1924년말, 2차 봉직전쟁으로 즈리파 정권이 붕괴되고 돤치루이, 펑위샹, 장쭤린의 삼두체제가 들어섰다. 베이징 정권은 광둥의 쑨원에게 남북 평화회담을 제의했다. 쑨원은 북방 군벌의 제의를 받아들여 1924년 11월 군함 융펑(永豊)호를 타고 북쪽으로 항해했다. 가는 곳마다 많은 인파가 몰려 나와 그를 환영했다. 그는 당시 대중적 지도자였다. 하지만 톈진에 도착하는 순간 그의 건강은 극도로 악화되어 있었다. 그는 간암을 앓고 있었다. 베이징에는 10만명의 인파가 그를 기다렸다. 쑨원은 환영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왕징웨이(汪精衛)가 연설문을 대독해야 했다.

쑨원은 돤치루이, 장쭤린, 펑위샹을 만났지만 그들은 그를 이용하려만 할 뿐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통일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쑨원은 회담 실패에 대한 분노에다 건강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1925년 1월 26일 베이징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후 그는 일어나지 못하고 3월 12일 서거했다. 죽기 직전에 쑨원은 심복 왕징웨이에게 “평화, 분투……중국을 구하라”는 짧은 유언을 남겼다. 향년 59세였다. 그의 유해는 베이징 교외의 사찰 비윈사(碧雲寺)에 안치되었다.

 

 

쑨원이 사망한 후, 광둥 정권의 정치는 왕징웨이와 후한민(胡漢民)에게 맡겨졌다. 쑨원의 유업중의 하나는 국공합작이었다. 쑨원은 죽기 2년전인 1923년에 국민당과 공산당의 협력조약을 체결하고 두 당이 하나의 몸으로 합쳐졌다. 당내당의 형태로 흡수된 공산당은 국민당을 숙주로 2년 사이에 크게 성장했다. 쑨원이 사망한 직후 최대의 이슈는 공산당과의 관계를 어찌 할 것이냐였다. 왕징웨이는 공산당에 우호적인 국민당 좌파, 후한민은 공산당을 쫓아내야 한다는 국민당 우파로 분류되었다.

장제스(蔣介石)는 쑨원이 세상을 떠났을 때 38살로 황푸 사관학교 교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나이로나 경력으로 혁명 원로인 왕징웨이와 후한민과 비교되지 못할 위치였다. 장제스는 사관생도를 이끌고 두 차례에 거쳐 광둥성 동부 지역에 웅거하던 군벌 천중밍(陳炯明) 세력을 소탕한 공로를 인정받아 군부의 핵심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쑨원이 죽자 광둥 국민당 정권에 내분이 발생했다. 1925년 6월 광저우 정부는 왕징웨이를 주석으로 추대했다. 코민테른의 미하일 보로딘이 강력하게 밀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두달후인 8월 20일 국민정부 재정부장을 맡고 있던 랴오중카이(廖仲愷)가 백주에 암살되었다. 그는 국공합작을 적극 추진한 국민당 좌파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암살범은 천순(陣順)이란 자였는데, 현장에서 사살되었다. 암살사건의 배후 인물로 3명이 지목되었다. 모두 국민당 우파였다. 증거는 나오지 않았으나, 심증상 국민당 우파가 좌파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공산당과 국민당 좌파는 우파를 공격했다. 당내 분열이 격화하고 국민당과 공산당의 갈등도 심화되었다.

왕징웨이는 갈등을 수습한다는 명분으로 우파의 대표인 후한민에게 출국을 종용했다. 후한민은 쫓겨나듯 소련으로 떠나야 했다.

 

이번엔 국민당 우파들이 반발했다. 11월 23일, 국민당 집행위원 가운데 우파 당원들은 멀리 베이징 근교에 안치된 쑨원의 시신 앞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따이지타오, 린썬, 찌우루 모두 14명인데, 이들은 국민당에서 공산당원들을 모두 제거하고 코민테른의 보로딘에게 준 고문직을 해제할 것을 선언했다. 광저우의 국민당 좌파는 우파가 법적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으므로 집행위원회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국민당은 두 개의 정부로 나누어졌다. 시신회의파는 상하이 지부를 중심으로 국민당중앙당을 조직, 광저우 정부에 대항했다. 좌파 중심의 광저우 정부는 숫적으로나, 법적으로 우세했다. 1926년 1월 16일 광저우 국민당은 시신회의 탄핵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그 회의에 참석한 주요인사의 당적을 박탈했다.

왕징웨이는 국민당 좌파, 공산당과 손잡고 광저우 정부의 좌파 척결에 나섰다. 그의 타깃이 된 사람이 쉬충즈(許崇智)였다. 쉬충즈는 장제스와 동갑이지만 군대내 서열은 상관이었다. 왕징웨이는 군부내 우파 핵심이었던 쉬충즈를 숙청하고, 그가 맡고 있던 광저우 경비사령관 자리에 장제스를 임명했다. 장제스는 당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지 않고 있었다. 이로써 장제스는 광둥정부의 군부실세로 부상하게 되었다.

 

 

장제스는 당이 이념에 의해 내분에 휩쓸려 있을 때 북벌을 강하게 주장했다. 그는 지금 북방의 군벌이 분열되어 있고, 인민의 민족주의가 고양되고 있기 때문에 쑨원의 유지를 받들어 북방 군벌을 제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제스의 판단은 정확했다. 장쩌린의 펑텐군에는 궈쑹링의 반란이 일어났고, 동북군과 서북군의 갈등이 격화되어 있었다. 5·4운동 이후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은 어느때보다 격화되어 있었다. 쑨원은 수차례 북벌을 감행했지만 실패했다. 그것은 상황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장제스는 이제야 북벌이 성공할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1926년 2월 소련은 국민당 우파가 반대하는 보로딘을 소환하고 발레리안 쿠이비셰프를 국민당 고문으로 파견했다. 그는 본명보다는 키산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키산카는 장제스가 주장하는 북벌을 반대했다. 아직 국민당이 북방의 군벌과 대적할 힘이 없다는 것이었다. 왕징웨이도 키산카의 주장을 받아들여 북벌에 대한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 장제스와 공산당의 갈등이 커졌고, 결국 무력 충돌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1926년 3월 20일 발생한 중산함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중산함(中山艦)은 융펑함인데 쑨원이 죽은후 그의 호(中山)를 따서 이름을 바꾸었다.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3월 19일 아침, 장제스는 광저우에 있었다. 왕징웨이의 부인이 장제스에게 전화를 걸어와 언제 사관학교가 있는 황푸로 돌아갈 것인지를 물었다. 똑같은 질문의 전화가 세 차례나 왔다. 한시간 쯤 뒤, 중산함 함장인 리즈룽(李之龍)이 전화를 걸어와 배가 황푸에 있는데, 지금 모시러 광저우로 가면 되겠느냐고 물었다.

장제스는 본능적으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중산함이 자신의 명령도 없이 황푸에 가 있는 것도 이상하고, 왕징웨이의 부인과 리즈룽의 전화에 무슨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리즈룽은 열혈 공산당원이었다.

왕징웨이가 리즈룽을 시켜 자신을 체포하려는 수작일 가능성이 높았다. 장제스는 즉석에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리즈룽을 체포하고 군대 내 공산주의자들을 파면했다. 장제스의 군대는 공산당 행동조직을 급습해 무장을 해제하고 키산카를 비롯해 소련 고문단의 숙소를 점거했다. 이어 공산당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에 나섰다. 여기에 저우언라이(周恩來)도 포함되었다.

장제스는 쿠데타 세력이 자신을 중산함에 체포해 블라디보스토크로 끌고 가려고 했으며, 그 배후에 소련 고문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제스의 주장에는 정황적 뒷받침은 있었으나, 증거는 부족했다.

소련은 장제스의 주장을 시인하는 분위기였다. 그들은 겉으로 장제스가 사건을 날조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타협적으로 나왔다. 소련은 장제스의 요구를 받아들여 키산카를 소환하고 보로딘을 돌려 보냈다. 소련에 있던 후한민도 돌아왔다. 스탈린이 아직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에 반할 때가 아니며 합작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눈치 빠른 왕징웨이도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진다고 인정하고, 광둥정부 책임자 자라에서 물러나고 프랑스로 출국했다. 장제스는 구속했던 공산당원들을 풀어주고, 중산함장이었던 리즈룽도 내보냈다.

장제스는 상부 허락없이 저지른 자신의 무력 시위에 잘못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처벌을 요청했다. 아무도 그에게 처벌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광둥 정부는 1926년 4월 16일 장제스를 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임명했다. 국공합작은 유지되었다. 모든 것이 원상복귀되었으나, 그 사이에 변한 것은 장제스가 군권을 확실하게 잡았다는 사실이다. 장제스는 중산함 사건을 통해 공산당과 좌파의 독주를 제어하고, 북벌을 단행할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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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Wikipedia, Northern Expedition (1926–1928)

Wikipedia, Canton C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