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이중적 문화구조 파헤친 ‘국화와 칼’
일본인의 이중적 문화구조 파헤친 ‘국화와 칼’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9.2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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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중 일본인과 그 문화를 분석한 미국의 인류학적 보고서

 

수천년을 이웃해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인들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한편으로 상냥하고 친절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칼을 들어 상대방의 목을 치는 그들, 겁 많고 나약한 행동을 보이다가도 집단이 형성되면 무서운 저돌성을 갖는 일본인들을 우리는 무수히 보아왔다.

미국인들은 우리보다 일본인을 이해하기 더 어려웠을 것이다. 2차 대전 이전에 미국이 일본을 안 것은 1850년대 이른바 구로후네(黑船) 사건 이후다. 100년간의 짧은 시간과 태평양이라는 먼 공간을 두고 미국은 이해할수 없는 종족과 사활을 건 전투를 벌였다.

미국 병사들은 중대한 전투를 앞두고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기에 안달하는데, 일본 군인들은 가족에게 일체를 비밀로 했다. 죽음에 대한 개념이 두 나라 병사들 사이에 달랐던 것이다. 천황에 대한 충성심, 물질문명보다 정신문명을 강조하는 문화, 계층질서에 대한 복종 등에서 미국인들은 동양의 이상한 종족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 /위키피디아
루스 베네딕트 /위키피디아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Ruth Benedict)의 저서 <국화와 칼>(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은 이런 배경에서 저술되었다. 베네딕트(1887~1948)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이던 19446월 미국 국무부 소속 전쟁정보국(U.S. Office of War Information)으로부터 일본에 대한 연구를 의뢰받았다. 보고서는 1946년에 발간되었다.

그녀는 한 번도 일본을 가보지 않았다. 전쟁 중이어서 일본에 가볼수도 없었다. 저자는 도서관의 연구 자료와 주변 사람들의 경험에 의존해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연구할수록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에 당혹스러워 하던 베네딕트는 바로 그 모순이 민족성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베네틱트는 손에는 아름다운 국화를 들고 있지만(다테마에), 허리에는 차가운 칼을 찬(혼네) 일본인을 발견했다. 국화는 평화를 상징하며, 칼은 전쟁을 상징한다. 베네딕트는 저서에서 평화를 사랑하면서도 전쟁을 숭상하는 일본인의 이중성을 해부했고, 국화와 칼로 상징되는 극단적 형태의 일본 문화를 탐구했다.

 

'국화와 칼' 1판 표지 /위키피디아
'국화와 칼' 1판 표지 /위키피디아

 

일본은 전쟁 중에 정신력을 강조했다. 미국은 군사적 물량 증대에 힘을 쏟은데 비해 일본은 정신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였다. 일본인들은 물질은 없어서는 안 되지만 정신보다 부수적이고 영속적이지 않다고 믿었다.

미국이 일본 본토를 압박할 때에도 물질적으로 밀리는 일본은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국민들에게 죽음으로 맞서 본토를 옥쇄(玉碎)하라는 구호를 부르짖었다. 미국은 이런 일본인들의 극단적인 행동을 자기변명이자 유치한 발상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이런 인식으로 일본과 싸워 이길수 없다는 것을 미국인들이 자각했다. 도대체 일본인의 사고구조는 어떻길래 저런 생각이 먹혀들 것인가.

결국 원자폭탄 두 방에 일본인은 항복했지만, 그것도 천황의 항복 선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게 완강하던 일본인들도 천황의 명령에는 순종한 것이다.

 

항복에 대한 개념도 다르다. 일본군대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는다. 항복이란 있을수 없다. 정신교육 과정에서 절대로 투항하지 말라고 교육을 받는다. 포로로 잡히는 것은 정신을 잃었을 때나 어쩔수 없는 상황에서만이다. 그들은 죽음은 정신의 연장이며, 포로로 잡히는 것은 정신적 패배라고 생각한다. 필리핀 밀림에서 수년간 항복하지 않고 홀로 살던 일본 병사가 구조된 이야기는 일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비해 미군 병사들은 패전할 경우 항복하고 일단 생명을 구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베네딕트의 인류학적 분석보고서인 <국화와 칼>은 전후 미군 군정통치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이 책은 1948년 일본에서 번역되었는데 당시 무려 230만부나 팔려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전후 일본의 지셩인들이 패전의 원인을 분석하고 전후 미래상을 구상할 때 이 책이 출간된 것이다. 일본인들은 스스로 보지 못한 여러 관점들을 미국 인류학자가 제시한 것을 감명깊게 읽었다고 한다. 일본 지성인들은 이 책을 통해 체면 문화범죄 문화에 대한 논쟁을 이어갔다.

대만에서는 1974년에 최초로 번역되었다. 중국에선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된 2005년에 7만부가 팔려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책이 출간된지 7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병사들에게 죽음의 미학을 강요하던 군국주의도 탈색한지 오래다. 베네딕트가 바라보던 일본인들도 많이 변했다. <국화와 칼>은 일본인종의 보편적 문화라기보다 2차 대전중인 1940년대 일본인의 특수한 정신적 상황을 그렸다고 보는게 옳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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