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10년전쯤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수목원에서 남은 기억이 별로 없다. 삶이 복잡하고 피곤해서 그러했는지, 당시에 나무며 꽃이 내 눈 속에, 생각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다시 보니, 한 사람의 역작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줄수 있는가에 놀랍기만 하다. 수목원 구석구석 한 군데도 흐트러짐 없이 잘 꾸며져 있다. 양쪽 계곡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설립자인 한상경 교수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한상경 교수는 젊은 시절에 정직한 농부로 살고 싶어했다고 한다.

1950년 강원도 횡성 출생, 원주고 졸업, 서울시립대 원예학과 졸업, 1980년 고려대 원예학과(석사) 졸업후 삼육대 교수.

그가 아침고요수목원을 구상한 것은 1992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 교환교수로 가있을 때였다. 그는 세계 각국의 정원과 식물원을 방문하면서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담은 한국 정원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한상경 교수는 한국의 미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던 작은 열망은 아침고요 설립의 씨앗이 되었다. 교환교수에서 돌아와 1994년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축령산 자락에 10만평 부지에 자리를 잡았다. 본래 이 곳은 화전민이 정착했던 마을로 염소를 키우던 돌밭이었다. 돌을 골라내고 평탄화 작업을 통하여 정원의 토대를 만들기 시작하며 수목원의 틀을 잡아나갔다.

수목원 이름은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조선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표현한 것에서 차용했다. 이름과 같이 아침고요수목원은 한국의 아름다움과 동양적 신비감, 한민족의 고고한 얼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부지 선정이 끝난후 수목원은 1996년 5월 11일 10개의 주제 정원을 시작으로 개원했다. 고향집정원, 야생화 정원, 아침광장, 하경정원 등이 초기 10개의 주제였다. 이후 무궁화동산(1999), 능수정원과 한국정원(2000), 천년향과 하늘정원(2001), 약속의 정원, 석정원(2002) 등이 만들어 졌다.

아침고요수목원의 화룡점정이라 할수 있는 서화연은 2009년에 조성되었고, 이후 감각정원(2010), 고산암석원(2011), 한국주제정원(2014), 스트림정원(2017), 비밀의정원(2020)이 순차적으로 조성되었다. 아직도 수목원은 끊임없이 변신중이다.

 

 

수목원 조성에는 한상경 교수 못지 않게 부인 이영자 원장의 내조도 한몫을 했다. 수목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수목원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부부는 살던 집을 팔고, 수목원 귀퉁이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아내 이영자 원장은 직접 호미를 들고 밭을 매면서 묵묵히 식물을 가꾸고 일궜다고 한다.

수목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참고요가족동물원이 있다. 가족형 테마파크로 강아지, 대형앵무, 중소형앵무, 핀치류, 공작, 닭류, 나귀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