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비밀의 정원…수성동~백사실계곡
서울 한복판에 비밀의 정원…수성동~백사실계곡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09.22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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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재 정선의 그림을 만나고, 백사 이항복을 느끼는 코스

 

추석 연휴 마지막날, 우리는 서울 도심에서 가장 자연의 냄새가 풍기는 곳을 걷기로 했다. 선택한 코스는 종로구 수성동 계곡에서 인왕산 자락길을 따라가다 백사골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해가 들며 뚝 그쳤다. 이틀새 내린 비로 작은 계곡에 물 소리가 커질 것이란 기대가 생겼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수성동 계곡까지는 10여분정도. 수성동은 행정동의 명칭이 아니다. 행정구역으로는 종로구 옥인동과 누상동의 경계에 있는데, 수성동(水聲洞)이란 말 그대로 물소리가 끊임 없이 나는 골짜기라는 뜻이다. 비가 온 직후에 우리가 방문했기 때문에 물소리는 더욱 명쾌했고, 수량도 많았다.

 

수성동 기린교 /박차영
수성동 기린교 /박차영

 

이 곳은 개발연대에 아파트가 들어섰던 곳이다. 이 곳이 유명해 진 것은 20117월에 옥인시범아파트를 철거하는 과정에 돌다리가 드러나면서부터다. 그 돌다리는 조선시대 화가 겸재(謙齋) 정선(鄭敾)이 그린 장동팔경첩(壯洞八景帖) 가운데 수성동 그림에 정확하게 그려져 있다. 조선시대에 옥인동 일대를 장동(壯洞)이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이 이곳에 생태공원을 만들려고 아파트를 헐다보니 시멘트 투성이 속에서 기린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정선의 그림과 실제 모습은 똑같았다. 정선은 드론에서 내려다 보듯 약간 높은 곳에서 실제 모습을 관찰했고, 정선은 지상에서 본 모습에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해 원근감을 조절했다. 그림 속의 선비들은 자신과 동료들일 것이다.

좁은 돌틈 사이에 돌 다리가 놓였다. 기린교는 너비와 두께 각각 35cm, 길이 3.7m의 장대석(長臺石) 2개를 붙여 만들 것으로 총 너비가 70cm. 수성동 돌다리는 한양도성 내에서 통돌로 만든 제일 긴 다리로 교량사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다고 한다.

 

수성동을 그린 정선의 그림 /박차영
수성동을 그린 정선의 그림 /박차영

 

수성동을 일대를 한바퀴 돌고 우리는 인왕산 자락길로 올라갔다. 조금 더 가면 창의문이 나오고 부암동이다. 부암동에서 만둣국으로 점심을 때우고, 백사실 계곡으로 향했다. 이 계곡도 서울 한복판에 있는 비밀의 정원이다.

 

드라마 촬영지였던 커피숍 산모퉁이 /박차영
드라마 촬영지였던 커피숍 산모퉁이 /박차영

 

백사실 계곡으로 가는 길에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배경이 된 산모퉁이라는 커피숍이 나온다.

백사(白沙)는 조선 중기 문신 이항복(李恒福, 15561618)의 호다. 이 곳은 이항복의 별장이 있었던 곳이라 하여 백사실이란 지명이 생겼다. 서울 종로구 창의문(자하문) 일대는 박정희 정권 때 쳐놓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인해 개발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집이 허물어져도 고치지 못했고, 빈 땅이 있어도 새 집을 짓지 못했다. 그린벨트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옥인동의 수성동 꼴이 나지 않았을까.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 새겨진 각자 바위 /박차영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 새겨진 각자 바위 /박차영

 

백사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 백석동천(白石洞天)’이라 새겨진 각자(刻字) 바위가 나온다. 백석동천이란 말은 백악산(북악산) 뒷자락 수려한 백사골에 조성된 동천(洞天: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의 하나로 주변에 흰 돌이 많고 경치가 아름답다고 하여 지은 이름이라고 전한다. 명승 제36호로 지정되어 있다.

각석 아래에는 인공적으로 꾸며 놓은 연못이 있고 그 옆에 정자의 기둥으로 사용되었을 주춧돌이 땅에 박혀 있다. 주춧돌을 토대로 그림을 그려보면 작은 한옥 한 채가 그려진다. 남북을 중심으로 육각정자이며, 3.78m 정도의 높은 대지 위에 사랑채 부분과 안채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사랑채와 정자 등은 건물터에 기초만 남아 있고, 담장과 석축 일부도 남아 있다.

 
정자의 주춧돌 /박차영
정자의 주춧돌 /박차영
정자 아래 연못터 /박차영
정자 아래 연못터 /박차영

 

내려가는 길에 작은 폭포가 나오고, 그곳에 현통사라는 절이 있다.

우리는 세검정에서 버스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현통사 간판 /박차영
현통사 간판 /박차영
세검정 /박차영
세검정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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