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드믄 다층석탑…경주 정혜사지 13층석탑
우리나라에 드믄 다층석탑…경주 정혜사지 13층석탑
  • 김현민기자
  • 승인 2019.05.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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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기, 망명한 중국인 집에 세워진 석탑…중국 불교 양향 받은 듯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경주 옥산마을에서 모내기를 마친 뒤 인근 정혜사지 13층 석탑을 둘러 보았다.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위치한 이 탑은 국보 40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탑의 특징은 우리나라에 보기 드믈게 10층 이상의 다층탑으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북한 묘향산 보현사에 고려시대에 만든 813층석탑을 제외하면, 남한에서 10층 이상 탑으로는 유일하다.

10층 이상의 다층탑은 중국에서 유행했다. 정혜사 창건에도 중국인이 관여한 것으로 되어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경주에 또 다른 13층탑이 있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중국 황실의 안녕을 위해 지은 망덕사(望德寺) 동서 쌍탑이 13층이었다. 이 또한 중국과 연관이 있었다.

정혜사(淨惠寺)에 대한 기록은 아주 드믈다. 1933년에 간행된 <동경통지>(東京通志)에는 신라 선덕왕(宣德王) 원년 780년 중국 당나라의 백우경(白宇經)이 신라에 망명해 이곳에 머물면서 집을 지었는데 후에 이를 절로 삼아 정혜사라 했다고 한다. 이 절은 조선 중기까지 있었는데, 언제 폐허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경주 정혜사지 13층 석탑 /문화재청
경주 정혜사지 13층 석탑 /문화재청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탑은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基壇) 위에 13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모습이다.

1층 탑몸돌이 거대한데 비해 2층부터는 몸돌과 지붕돌 모두가 급격히 작아져서 2층 이상은 마치 1층탑 위에 덧붙여진 머리장식처럼 보인다. 큰 규모로 만들어진 1층 몸돌은 네 모서리에 사각형의 돌기둥을 세웠으며, 그 안에 다시 보조기둥을 붙여 세워 문을 만들어 놓았다. 이렇듯 문을 마련해 놓은 것은 열린 공간을 추구하고자 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여진다. 지붕돌은 밑면의 받침을 조각이 아닌 별개의 다른 돌로 만들어 놓았고, 직선을 그리던 처마는 네 귀퉁이에 이르러서 경쾌하게 들려 있다. 꼭대기에는 머리장식의 받침돌인 노반(露盤)만이 남아있다.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 즈음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 탑은 13층이라는 보기 드문 층수에, 기단부 역시 일반적인 양식에서 벗어나 당시의 석탑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비교적 옛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1층을 크게 부각시킨 후 2층부터 급격히 줄여나간 양식으로 인해 탑 전체에 안정감이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정혜사지 13층 석탑을 둘러 보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정혜사지 13층 석탑을 둘러 보고 있다.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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