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조망이 좋은 곳, 흑석동 효사정
한강 조망이 좋은 곳, 흑석동 효사정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10.15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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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문인 노한이 부모님을 추모해 지은 정자…현판은 노태우 전대통령 글씨

 

조선시대에 지어진 정자의 공통점은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유한계급이었던 조선 사대부들은 노동을 하지 않고 성리학의 이념에 몰두했다. 그 이념의 두 기둥이 충과 효다. 사대부들은 경치좋은 곳에 정자를 만들고 충과 효를 내걸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한강변에 세워진 효사정(孝思亭)이란 정자는 그런 정자의 하나다. 죽은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효심을 기념했다고 한다. 사대부들은 조상들이 물려준 땅 가운데 경치좋은 곳을 골라 그곳에서 놀았다. 놀았다고 하면 겸연쩍었던지, 부모님을 사모한 곳이란 이름을 붙였다.

 

효사정 /박차영
효사정 /박차영

 

흑석동의 효사정은 조선 세종 때 한성부윤과 우의정을 지낸 공숙공(恭肅公) 노한(盧閈 1376~1443)의 별서(別墅)였다. 별서는 요즘 개념으로 별장이란 의미인데, 그 주변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하니 일종의 농막(農幕) 개념이었을 것이다.

노한은 모친이 돌아가시자 3년간 시묘를 했던 곳에 정자를 짓고 모친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멀리 북쪽을 바라보며 개성에 묘를 쓴 아버지를 추모했다 한다.

효사정이라는 이름은 노한과 동서지간이었던 이조판서 강석덕(姜碩德)이 붙였고, 그의 아들 강희맹(姜希孟)은 효사정기(孝思亭記)를 남겼다. 정인지(鄭麟趾), 서거정(徐居正), 신숙주(申叔舟), 김수온(金守溫) 등 조선 초기의 학자와 문신들도 효사정과 관련된 시문(詩文)을 남겼다. 용산 나루에서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면 노량진인데, 그곳에서 가까운 정자에 올라가 시를 썼을 것이다.

효사정은 예로부터 효도의 상징으로 유명했고, 한강을 끼고 있는 정자 중 경관이 가장 뛰어났다고 한다. 정자는 조선 성종 대에 헐렸다.

 

효사정 /박차영
효사정 /박차영

 

지금의 효사정은 일제 때에 신사를 세웠던 곳이다. 해방 이후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사대부들의 시문을 참고해 효사정의 터를 찾았으나, 주변 환경의 변화로 터를 찾지 못하고, 옛터와 가까운 자리를 택해 1993년에 정자를 복원했다. 복원한 효사정의 현판은 공숙공 노한의 17대손인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친필이다.

현재의 효사정은 넓이 46.98의 정면 3·측면 2칸 규모로, 온돌방 1칸을 들인 건물이다. 민도리집 구조의 5량집이며 난간을 두르고, 팔작지붕을 얹었다.

 

현재의 효사정 역시 서울특별시 우수경관 조망명소 중 하나로 선정됐을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정자에 오르면 탁 트인 한강의 경관과 함께 북한산, 남산, 응봉산, 동작대교, 한강시민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효사정에서 본 한강과 강복지역 /박차영
효사정에서 본 한강과 강복지역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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