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8월 1일 새벽 2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요란한 총소리가 울렸다. 중국 장시성 난창(南昌)에서 중국 공산당 역사에 전환점을 형성하는 무장봉기가 발생했다. 주모자는 국민당군에 침투해 있던 공산주의자 허룽(賀龍)과 예팅(葉挺)이었다. 군단장과 사단장을 맡고 있던 두 지도자는 2만명의 반란군을 이끌고 성문과 정부청사, 기차역, 수비대 병영을 공격해 해가 뜰 무렵 난창 시내를 장악했다.

이 사건은 공산당이 국민당 정부를 전복하려는 최초의 시도였다. 1921년에 창당한 중국 공산당은 1924년 국민당과 통합했다. 국공합작이란 이름으로 합당했지만, 사실상 흡수통합이나 다름 없었다. 합작을 주도한 쑨원(孫文)이 1925년 사망한 후 국민당과 공산당의 갈등은 격화되었다. 1927년 7월에 국민당은 당내에 공산당원을 쫓아내고 분공(分共)을 선언한다. 공산당도 동시에 국민당에 대한 투쟁을 결의했다.

 

 

소련의 스탈린은 코민테른을 통해 소련 유학파 출신의 취추바이(瞿秋白)를 중국공산당의 새로운 지도자로 삼았다. 취추바이는 문학가 출신으로 관념적 좌경주의에 빠져 있었다. 그는 무장폭동을 통해 국민당에 저항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첫 번째 봉기장소로 난창을 지목했다.

난창은 당시 난징과 우한으로 갈라져 있던 국민당 정부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었고, 허룽과 예팅 등 공산주의자들이 지휘관을 맡고 있었다. 공산당은 난창에서 봉기를 일으켜, 난징의 장제스(蔣介石), 우한의 왕징웨이(汪精衛) 등 국민당 수뇌부를 갈라치고 중국 중남부를 장악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소련도 코민테른을 통해 무기와 군비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7월 27일 저우언라이(周恩來)가 난창에 도착했다. 주더(朱德)도 가담했다. 난창의 공산당 지도부는 허룽을 혁명군 총사령관, 예팅을 부사령관에 각각 임명하고, 류보청(劉伯承)에게 참모장을 맡겼다.

반란군은 처음에 공산당 기치를 올리지 않고 국민군이란 이름으로 거병했다. 반란군이 국민당 소속이었고, 이때까지 스탈린이 국공 분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란군이 내건 국민당 혁명위원회 간판에는 공산당과 국민당 좌파 25명이 참여했는데, 쑨원의 부인 쑹칭링(宋慶齡)도 이름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반란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난창봉기는 공산당과 국민당의 첫 번째 군사대결이었다. 저우언라이, 주더, 허룽, 예팅, 류보청, 천이(陳毅) 등 반란에 참가한 사람들은 후에 중국 공산당의 핵심간부가 되었으며, 이들은 인민해방군의 원수에 오르게 된다. 중공(中共)은 난창봉기일인 8월 1일을 인만해방군 창건일로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난창봉기는 곧바로 막강한 국민당군의 반격을 받았다. 반목하던 장제스와 왕징웨이가 반공(反共) 전선에 의기 투합했고, 난창 반란군의 지휘관이었던 탕성즈(唐生智)가 군대를 투입해 진압에 나섰기 때문이다. 아직 공산당은 국민당에게 ‘새발의 피’였다.

반란군은 봉기 닷새후인 8월 5일 난창을 포기하고 광둥성으로 남하했다. 한여름에 식량도 부족했고, 무더위를 이겨내기 힘들었다. 허겁지겁 도주하는 바람에 이탈하거나 쓰러지는 병사들이 많았다. 봉기에 가담한 사단장 차이팅카이(蔡廷鍇)는 공산당과 결별하고 장제스에게 투항했다. 나머지 봉기군도 광저우에 이르기도 전에 궤멸상태에 직면했다.

 

이렇게 패주하는 가운데 8월 7일 공산당 지도부는 우한의 한 지하아지트에서 비밀회의를 열어 초기 당수뇌였던 천두슈(陳獨秀)의 우경 기회주의를 비판하고 무장투쟁 노선을 채택했다. 이날 비밀회의는 농촌의 토지혁명으로 국민당과 대항한다는 노선을 동시에 채택하고, 그 연장선에서 추수폭동을 감행하기로 결의했다.

8·7 회의는 당서열 30위 쯤으로 뒤쳐져 있던 후난성 출신의 마오쩌둥(毛澤東)을 당지도불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마오쩌둥은 이 회의에서 그 유명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말을 남겼다.

 

마오쩌둥은 8월 12일 후난성 성도 창사(長沙)에 도착했다. 그는 농민과 광부, 토비, 노동자, 탈영병 등을 규합해 노농 제1군 제1사단을 조직하고, 황푸군관학교 출신의 공산당원 루더밍(盧德銘)을 사단장으로 임명했다. 마우쩌둥이 조직한 노농적위대는 5,000명쯤 되었다.

농민군은 대패했다. 마오쩌둥도 민병대에 잡혀 처형될 뻔 했지만 뇌물을 주고 풀려났고, 지휘관이었던 루더밍은 전사했다. 마오쩌둥은 패잔병을 이끌고 후난성과 장시성 경계에 있는 융신(永新)에 간신히 도착했다. 남은 병력은 1,000여명에 불과했다.

 

 

한편 난창에 봉기한 반란군은 탈주병과 질병 환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후방에서 공격하는 국민당군에 의해 급속하게 붕괴되었다. 그중 1,000명은 광둥성 하이루펑(海陸風)에 도착해 그곳의 소비에트에 합류한다. 하지만 하이루펑 소비에트도 얼마안가 붕괴되면서 이들은 그들과 운명을 같이 한다.

나머지 주더가 이끄는 2,000명은 후난 남부로 진입해 1928년에 마오쩌둥의 부대와 합류한다. 마오쩌둥과 주더의 부대는 근처 징강산(井岡山)을 거점으로 삼게 된다. 비슷한 시기에 공산주의자들이 숱한 무장봉기를 일으켰지만 난창봉기와 추수봉기가 중국사 또는 중공사에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것은 봉기 주모자들이 살아남아 훗날 중국공산정권의 지도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실패한 투쟁이라도 승자가 주도했기에 후대인들이 칭송하는 것이다.

 

징강산은 해발 1,700m로 지형이 험준한 천혜의 요새다. 주변에 농경지도 넓어 자급자족이 가능했다. 마오쩌둥이 이 곳으로 패주해 왔을 때 이미 토비들이 수백명 똬리를 틀고 있었다. 아무리 패잔병이라도 토비들이 공산군을 이겨낼수 없었다. 마오쩌둥은 토비를 달래 공산군으로 편입했다. 각지에서 봉기에 실패한 공산주의자들이 정강산으로 몰려들었다. 얼마 후 정강산에 1만8,000명의 병력이 모였다. 마오쩌둥과 주덕은 이를 조직화해 홍군 제4군으로 편성했다. 오늘날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 군대를 모태로 하고 있다.

 

 

1927년 12월 11일 광둥성 광저우에서도 무장봉기가 익어났다. 예팅, 예젠잉(葉劍英)에 의해 주도된 반란은 한때 광저우를 점령하고 소비에트 정부를 수립하는데는 성공했지만, 3일을 넘기지 못했다. 봉기군은 패주해 하이루펑과 광시성의 봉기군에 합류했다.

이렇게 크고 작은 봉기가 100여차례 일어났다. 대부분 짧은 시일에 실패했다. 살아남은 소수는 징강산으로 하나씩 몰려들었다.

1928년 12월에는 국민군에 쫓기던 팽더화이(彭德懷)의 홍군 5군이 징강산에 합류했다. 징강산은 점점 불어나는 부대원을 먹여살리기에 좁았다. 마오쩌둥은 징강산 동쪽에 있는 루이진(瑞金)을 해방시키고 소비에트를 형성했다.

북벌을 마친 국민당의 장제스는 장시성의 산악지대에 둥지를 틀고 있는 공산당을 더 이상 놓아두지 않았다. 장제스는 징강산과 루이진을 향해 대규모 병력을 파견해 토벌에 나섰다. 국민당과 공산당은 1937년 8월 제2차 국공합작이 결성되기까지 10년 내전을 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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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Wikipedia, Nanchang uprising

Wikipedia, Autumn Harvest Uprising

Wikipedia, Chinese Communist Party

Wikipedia, Little Long M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