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중국 공산당이 일으킨 상하이 봉기와 난창 봉기가 국민당에 의해 무참하게 진압되었다. 이는 농업국가인 중국에서 도시폭동의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공업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자 계급이 성장하지 못했고, 제국주의와 반식민주의의 모순은 농민에게 가중되었다. 당시 중공(中共)의 지도부는 이러한 현실을 명확하게 간파하지 못했다.

마오쩌둥은 농민을 상대로 추수폭동을 일으켰다가 장시성 징강산으로 도피했다. 그는 비록 실패했지만 농민에게서 혁명의 에너지를 발견했고, 유격전술이 국민당군을 이기는 방법이란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1928년 1월 23일 주더와 천이가 징강산으로 와서 합류해 홍군4군을 조직했다. 홍사군(紅四軍)의 주석은 마오쩌둥, 사령관은 주더를 선출했다. 곧이어 1928년 7월에 사령부를 장시성 루이진(瑞金)으로 옮기고 소비에트 정권을 수립했다.

 

소비에트(soviet)는 1917년 러시아 혁명 때 노동자·농민·병사들의 대표들이 모인 평의회란 의미의 러시아어로, 자연발생적은 혁명자치기구를 말한다.

중공의 소비에트는 마오쩌둥의 루이진 소비에트가 처음은 아니다. 바로 직전인 1927년 11월 광둥성 하이펑(海豊)현과 루펑(陸風)현에 걸쳐 조직된 하이루펑(海陸風) 소비에트가 최초다. 하이루펑 소비에트가 장악한 지역의 인구는 70만명쯤 되었다.

이들은 부농의 토지를 몰수해 빈농에게 나눠주는 토지혁명을 실시했다. 님 웨일즈의 ‘아리랑’에 등장하는 조선의 혁명가 김산(金山)이 가담한 곳이 이 소비에트다. 그해 말에 광저우 봉기에서 실패한 공산주의자들이 하이루펑 소비에트에 합류했다.

마오쩌둥과 주더가 주도한 루이진 소비에트는 하이루펑 소비에트 다음에 수립되었다. 이후 류즈단(劉志丹)과 가오강(高崗)이 싼시(陝西)성에 또하나의 공산 소비에트를 건립했다.

이듬해 국민군의 토벌에서 하이루펑에선 5,000~6,000명이 희생되어 소비에트가 궤멸되었지만 마오쩌둥의 소비에트는 그후에도 3차에 걸친 토벌을 버텨냈다. 덕분에 마오쩌둥이 각지에 수립된 크고작은 수십개의 소비에트에 대해 주도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1928년 7월 중국 공산당 제6차 전국대표대회는 국민당의 감시를 피해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소련이 대회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이 대회에서 천두슈(陳獨秀)는 우경기회주의로, 취추바이(瞿秋白)는 좌경일탈주의로 비난을 받았다.

모스크바 당대회에서 농촌소비에트의 활동이 공산주의운동의 모범답안은 아니지만 수단으로는 인정받았다. 대회는 샹중파(向忠發)를 총서기, 리리산(李立三)을 선전부장으로 하는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했다.

중공당 지도부는 상하이로 돌아와 도시 폭동에 주력했다. 당지도부는 1930년 국민당 내에 장제스파와 반장제스파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을 때를 호기로 포착했다. 리리산은 도시 노동자들을 선동해 파업과 태업을 일으키고 펑더화이(彭德懷)의 홍군을 불러 후난성 성도 창사(長沙)를 공격했다.

홍군은 일시적인 창사시 점령에는 성공했지만 3일만에 국민당군에 창사를 빼앗기고 홍군이 궤멸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모스크바 당국은 리리산의 실패를 크게 질책했다.

 

공산당 중앙이 도시노동자의 봉기를 추구하는 볼셰비키 노선에 매달려 있을 때, 마오쩌둥은 당 상부의 노선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당시 공산주의는 일천한 사상이요, 실험에 성공한 나라도 소련 뿐이었다.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도 서유럽 공산혁명 모델에서 일탈한 것인데, 중국식 모델은 러시아식 방식과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당 지도부가 볼셰비키식 교조주의에 매몰되어 있을 때 마오쩌둥은 중국 현실에 맞는 혁명이론을 발전시켰다. 그들은 투쟁의 실패를 통해 변증법적 진화를 해나가고 있었다.

마오쩌둥은 당내 서열이 처져 있었기 때문에 상하이 지하의 중앙에 겉으로는 복종하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실적인 노선을 채택했다. 중앙당도, 모스크바도 농민 혁명을 노동자 혁명의 보조수단으로 용인핳 뿐이었다.

 

소비에트는 공산당의 해방구였다. 계급주의 정당인 국민당의 지배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곳에선 절대평등주의가 적용되었다. 토지는 부유한 농민과 가난한 농민에게 똑같이 분배되었다. 마오쩌둥은 또 유격 전술을 채택했다. 리리산과 같은 전면전을 채택하지 않았다. 힘이 약할 때는 도망치고, 강할 때는 기습공격하는 유연한 전술이 채택되었다. 소비에트에선 자급자족 경제가 이뤄졌다. 그곳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그곳에서 소비되었다. 외부의 지원을 받지 않았고, 도움을 받을 곳도 없었다.

 

이에 비해 중앙당은 소련에 의지했다. 소련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았고, 무기를 얻어 썼다. 조직과 이념도 모스크바에 휘둘렸다. 소련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28명의 볼셰비키들’이 스탈린파를 구성하고 정치국을 장악했다.

그러던 중 한커우의 공산당 아지트가 정부 기관에 의해 수색당하고 수뇌부가 체포당했다. 국민당 정부는 체포된 사람에게서 당지도부 명단과 거처를 자백받았다. 1931년 6월 24일 당총서기 샹중파가 체포되어 그 즉시 처형되었다. 당 지도부에 공백이 생겼다.

 

마오쩌둥은 대담하게 당 지도부를 자신의 거점인 루이진으로 초청했다. 1931년 11월 7일 루이진에서 열린 중화 소비에트 제1차 전국대표대회에 28명의 볼셰비키들도 참석했다. 그들은 잘난척하며 마오쩌둥을 가르치려고 했다. 그들은 마오가 계급노선을 취하지 않았고, 유격전술을 사용한 것을 비판하며 총체적으로 이론이 빈곤하다고 지적했다. 그들이 배운 교조적 이론에는 마오의 현실주의가 비정통으로 보였을 것이다. 볼셰비키들은 노동자 계급이 농민의 토지개혁을 지도하도록 하고, 게릴라 전술을 정규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마오쩌둥은 국민당의 포위공격을 버텨 이겨낸 소비에트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었다. 이 대회에서 마오쩌둥의 노선이 당의 노선으로 채택되었을 뿐 아니라, 마오가 중앙집행위원회 주석으로 당선되었다.

하지만 정치국은 볼셰비키에 의해 지배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오쩌둥은 공산당을 완전하게 장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실수를 하거나 패전할 경우 언제라도 쫓겨날 위치에 놓여 있었다.

 

 

중요한 것은 1931년 11월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중화소비에트공화국(Chinese Soviet Republic)이 수립되었다는 사실이다. 소비에트 공화국은 국민당이 지배하는 중화민국 내에 또다른 국가였다. 지배지역은 장시, 후난, 후베이, 쓰촨, 안후이, 구이저우, 싼시(陝西), 간쑤 등지에 형성된 고립된 소비에트들이었다.

소비에트의 지형은 수시로 바뀌었다. 농민들의 지지를 받아 확장하는가 하면, 이내 국민당의 공격을 받아 위축되었다. 소비에트는 생겼다 사라지고, 기회가 되면 다시 살아났다. 루이진 소비에트의 지배지역이 3만㎦으로 우리나라 영남지방 정도에 불과했다. 점과 점으로 이어진 소비에트 공화국은 마오쩌둥의 지시를 받았다.

소비에트는 자체적으로 세금을 걷었고, 통화수단으로 지폐와 동전을 발행했다. 우표도 발행했다. 또 국민당의 공격에 대비해기 위해 국민군에 스파이 조직을 운영했다.

중국의 공산혁명은 소비에트의 발전 과정이다. 하이루펑에서 시작한 소비에트는 루이진을 거치면서 1934~1935년 대장정으로 포장된 대패주를 겪게 된다. 그러는 가운데 중화소비에트는 점에서 점을 이어 선을 만들고, 선을 연결하며 넓은 면적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중국 전역을 차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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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근-현대 중국사(하권)-인민의 탄생과 굴기, 이매누얼 C.Y. 쉬, 까치, 2013

Wikipedia, Chinese Soviet 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