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의 고향 북정마을, 그리고 심우정
성북동 비둘기의 고향 북정마을, 그리고 심우정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10.24 0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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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멈춰 있는 마을…‘성북동 산1번지 채석장’은 어디일까

 

서울 성북구 성북동은 우리사회 빈부의 격차를 극단적으로 대변한다. 복개된 성북천 동쪽에는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부촌으로 으리으리한 집들이 위용을 자랑하는데 비해 서쪽 사면엔 가파른 경사면에 당장이라도 무너질듯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종로구와 성북구의 경계인 한양도성을 따라 북악산을 오르다 오른쪽 샛길을 빠지면 만나는 곳이 북정마을이다. 행정구역으로는 성북동인데, 건너편 성북동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4년 주택재개발 예정으로 지정되어 200812월 한옥밀집지역 조성계획이 추진됐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사퇴한 이후 한옥마을 추진은 불발되엇고, 이후 마을은 정체되었다.

 

빛바랜 북정마을 안내도 /박차영
빛바랜 북정마을 안내도 /박차영
북정마을 /박차영
북정마을 /박차영

 

북정마을은 시인 김광섭이 1968년 발표한 성북동 비둘기의 배경이다.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성북동 비둘기 공원 /박차영
성북동 비둘기 공원 /박차영

 

김광섭은 1961년부터 1968년까지 성북동 168-34번지에 살았는데, 그의 집은 1990년대에 빌라가 들어서면서 철거되었고, 그 집 입구에 집터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북정마을은 김광섭이 성북동 비둘기를 쓴 1960년대에 머물러 있다. 차가 올라갈수 없는 곳도 많다.

그곳엔 김광섭의 시를 기념해 비둘기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시인에겐 성북동 채석장의 인상이 강하게 남았던 것 같다. 시에 표현된 성북동 산1번지 채석장이 어디인지 궁금하다. 그동안 번지수가 많이 바뀌어 네이버 지도로는 잘 검색이 되지 않는다.

 

심우장 /박차영
심우장 /박차영

 

비둘기 공원에서 꼬불고불한 길을 내려가면 한용운 선생이 만년을 보낸 심우장(尋牛莊)을 만날 수 있다. 한용운은 3·1운동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불교대표이며, ‘님의 침묵으로 유명한 승려 시인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에서 1933년부터 1944년까지 살았다. 심우장은 깨우침을 찾아 수행하는 과정을 소를 찾는 일(尋牛)에 비유한 불교설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심우장 안에 쓰인 글이 집의 의미를 상징한다.

잃은 소 없건마는 /찾을 손 우습도다. /만일 잃은 씨 분명타 하면 /찾은들 지닐소냐. /차라리 찾지 말며 /또 잃지나 않으리라.”

만해는 조선 총독부를 보기 싫어서 남향이 아닌 북향으로 집을 지어 살았다고 한다. 집 안에 향나무가 한그루 하늘을 향하고 있는데, 한용운이 직접 심었다고 전해진다.

만해는 항일독립투사 김동삼(1878~1937)의 주검을 수습해 이곳에서 5일장을 치러주었다. 일송 김동삼은 만주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하다 1931년 하얼빈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다 1937년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1985년 서울시 기념물이었다가 2019년 국가문화재 사적으로 승격했다.

 

심우장 아래 길가에 세워진 만해 한용운 동상 /박차영
심우장 아래 길가에 세워진 만해 한용운 동상 /박차영
심우장 내 향나무 /박차영
심우장 내 향나무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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