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 냉동보관 고민하는 미국 남성들
정자 냉동보관 고민하는 미국 남성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11.0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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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시장에 남성 고객 증가추세…남성 생식력 측정 수요 확대

 

미국 사회에 난임은 여성만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 남성들도 초혼 연령의 상승,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스트레스, 환경오염 등으로 정자가 급속히 감소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해결책은 현대 의학기술이다. 미국 남성들에게 생식력 보존을 위한 정자냉동보관의 수요가 늘고 있다.

 

코트라 뉴욕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 동안 여성에 집중됐던 가임력 보존과 성공적인 임신을 위한 서비스가 남성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환경적 변화와 개인중심적인 세대의 특성 등으로 결혼과 출산이 늦어짐에 따라 성별에 관계 없이 생식력의 보존과 향상을 추구하는 생식 보존(fertility) 산업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미국인 남성의 생식 능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저하됐다. 환경오염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화학물질 노출 등의 요인이 정자 수를 떨어뜨렸다. 뉴욕 마운트 사이나이 메디컬 센터의 샨나 H. 스완 박사가 201742,000명을 대상으로 정액 샘플 메타분석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1973~2011년 서구권 남성의 정자 수는 52% 감소했다. 밀리리터당 9,900만이었던 정자수는 약 40년 사이 4,700만으로 줄었다. 정자수 4,000만 미만은 난임인 생식능력저하’(subfertile)로 진단한다. 스완 박사는 35세 이전에 자녀 계획이 없다면 정자를 채취해 보관하는 것이 유일한 생식력 보존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 남성의 생식력 저하의 또다른 요인은 초혼연령의 상승이다. 미국 센서스에서 미국 남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6022.8세에서 2020년에는 30.5세로 나타났다. 스탠포드의대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남성이 첫 자녀를 낳는 연령은 197227세에서 201530.9세로 높아졌고, 같은 기간 미국 신생아의 아버지 연령이 40세 이상인 비율이 4.1%에서 8.9%로 증가했다.

 

자료=위키미디아
자료=위키미디아

 

남성의 생식력 저하 추세로 난임 시장에 기존의 여성은 물론 남성 고객층이 늘고 있다. 많은 남성들이 배우자 또는 파트너와 가족계획을 세우기 위해 생식력 측정을 원하고, 임신에 어려움이 있을 경우 여성과 함께 병원을 방문해 혈액검사와 정액검사를 하는 추세다.

최근 남성 고객을 위해 생식력 보존 기술이 개발되면서 생식력 측정과 보존이 쉬워졌고, 관련 비용이 낮아졌다. 관심 있는 남성들은 최소 200달러 정도를 투자해 집으로 배달된 키트로 자신의 생식력을 측정하고 전문가와 원격상담을 통해 생식력 보존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정액채취부터 정자 냉동보관까지 모든 과정에서 따로 시간을 내 문밖을 나서 병원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일부 대기업들은 복지 차원에서 직원들의 생식력 보존을 지원하고 있다. 2014년 애플과 페이스북이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난자 냉동보관 비용을 지원해준 것을 시작으로 2021년 현재 난자냉동, 시험관시술, 남성 난임치료와 기타 자녀계획 지원을 포함한 퍼틸리티 베네핏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남성들의 생식력 보전을 위한 벤처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남성 생식력 보존 디지털 클리닉 스타트업인 레가시(Legacy)는 지난 4월 벤처캐피털로부터 1,000만 달러의 시리즈 A1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2018년 설립된 대디(Dadi)도 남성을 대상으로 생식력 분석과 정자 냉동보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총 7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벤처자본 통계회사인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생식보전(퍼틸리티) 관련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투자는 2020년 한 해 동안 9,300만 달러에서 올해 17600만 달러(1015일 기준)로 무려 89%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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