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충남 태안 안흥항 근처에서 주꾸미를 잡던 어부가 청자 접시를 하나 발견했다. 그물에 소라 껍데기를 달아 놓으면 주꾸미가 그 안에 들어가 알을 낳고 입구를 자갈로 막아 놓는데 그물을 건져보니 청자 접시로 입구를 막고 있는 주꾸미가 있었던 것이다. 고려시대 청자운반선이었던 ‘태안선’의 존재는 이렇게 세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인양된 태안선에는 2만3,000여점의 고려청자가 발견되었다.
주꾸미가 끌어 올린 청자접시로 세상에 알려진 태안선의 청자 일부가 공개된다. 이번에 선보이는 품목은 그중에서 선별된 발우 138점이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11월 17일부터 내년 5월 15일까지 특별전 「해저만발(海底萬鉢), 바다에서 만난 발우」를 태안해양유물전시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발우는 식기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Pātra(파트라)’를 한자로 옮긴 ‘발다라(鉢多羅)’를 줄인 ‘발(鉢)’과 밥그릇을 의미하는 ‘우(盂)’가 합쳐진 단어로, 승려들이 식사를 할 때 사용하는 그릇이다. ‘적당한 양을 담는 그릇’이라는 의미로 응기(應器), 응량기(應量器)라고도 하며, 바리, 바루, 바리때 등으로도 부른다.
이번 전시는 태안 대섬 바다에 잠겨있던 태안선에서 나온 청자 발우를 소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 제1부 <불교, 발우를 지니다>에서는 영국사지 출토 청동 발우, 사뇌사 청동 발우, 구인사 소장 청자 발우 등 고려 시대 발우를 소개하고, 발우의 기원과 의미, 사용법 등을 알아본다.
▲ 제2부 <바다, 발우를 품다>에서는 강진 가마터 출토 청자발우 조각, 태안선 발굴 등을 소개하고, 태안선 청자 발우를 집단으로 전시하여 청자 발우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관람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했다.
▲ <에필로그>에서는 파주 혜음원지에서 출토된 청자 발우를 통해 태안선 발우의 용도를 추정해 보고, 고려 시대 이후 발우에 대해 알아보고자 조선 시대 승려인 서산대사와 관련된 유물과 현대 발우를 같이 전시하여 발우 전통의 계승과 의미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