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쓰라-태프트 밀약 거론한 이재명의 역사관
가쓰라-태프트 밀약 거론한 이재명의 역사관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1.11.15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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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힘의 관계, 친구 버릴수도…달라이라마를 인정할수 있는가

 

19056월에 일본과 러시아의 전쟁은 결말이 나 있었다. 일본 육군은 만주에서 러시아 육군을 패퇴시키고 뤼순(旅顺)항을 점령했다. 그해 5월에는 8개월의 기나긴 항해를 마치고 대한해협에 도착한 러시아 발틱함대가 일본 해군의 포격으로 전함 8척과 5천명 이상의 병력을 잃고 블라디보스톡으로 퇴각했다. 전쟁 이전에 서유럽과 미국은 러시아의 승리를 예측했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아시아의 신흥국 일본의 승리였다.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일본과 러시아의 평화협상을 주도했다. 협상에 앞서 미국의 전쟁장관 윌리엄 태프트(William H. Taft)가 그해 8월에 루스벨트 대통령의 딸 앨리스 루스벨트와 함께 대한제국을 방문해 고종황제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태프트가 조선에 왔을 때엔 앞서 일본에서 이른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한 직후였다.

1729일에 일본의 총리대신이자 외무대신이었던 가쓰라 다로(桂太郎)와 미국의 전쟁장관 태프트 사에에 체결된 이 비밀협약에서 미국과 일본은 태평양을 놓고 한판의 큰 거래를 했다. 조선에 대한 일본의 권리를 인정하되, 필리핀은 미국이 갖는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앞서 청일전쟁(1904~1905)에서 동양의 패권국이었던 중국을 꺾었고, 10년후 러일전쟁(1904~1905)에서 러시아를 이겼다. 더 이상 극동아시아에서 일본을 견제할 상대는 없업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지난 12일 미국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을 만나 100년이 더 된 일을 꺼냈다. 이 후보는 오소프 의원에게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결국에 마지막에 분단도 역시 일본이 분할된 게 아니라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할되면서 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떤 문맥에서 이런 말이 나왔는지는 중요치 않다. 다만 이 발언은 이재명 후보의 머릿속에 미국에 대한 어떤 고정관념이 박혀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카쓰라-태프트 밀약이 일본이 한반도 지배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부정할수 없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제국이 힘을 키우지 않았고, 당시 탈레반과 같은 사대부들은 국제정세를 어떻게 판단했는지 하는 것들이다.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미국이 일본을 지지했기 때문에 조선이 일본에 먹혔다는 부분적 논리를 미국 상원의원에게 끄집어낼 이유가 의아스러울 뿐이다.

외교관계는 힘의 관계다. 국가는 이익에 따라 동맹을 버리기도 한다. 우리 정부는 30년전에 대만을 버리고 중국과 수교했다. 지금도 티베트의 달라이라마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달리아라마 정권을 인정할 용기가 있는가. 대만에게 미안하다고 할수 있는가.

 

오소프 의원의 얼굴은 이 발언을 들은후 바로 굳어졌다고 한다.

15일자 조선일보 사설미 의원에 116년 전 일 따지는게 이재명식 외교인가라 묻고, “과거에 갇혀있는 자신의 편협한 역사관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고정애 논설위원은 기명칼럼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물었다. “노무현 정부 이래 한·미 간 긴장을 낳곤 하던 운동권적, 특히 NL(민족해방)적 역사관을 이 후보도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고서야 사실상 외교 데뷔 무대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이 동맹이라고 오해하게끔 행동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저 반미 표심에 기대려는 선거 전략인가.” 중앙일보 칼럼의 대답은 그 어떤 것이든 대단히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11월 13일 거창 적십자병원을 찾은 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이재명의 페이지’ 사진
11월 13일 거창 적십자병원을 찾은 이재명 후보 /페이스북 ‘이재명의 페이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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