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가 되면서 전쟁의 양상은 확연하게 달라졌다. 속전속결로 밀고 가던 일본의 공격이 중국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둔해졌다. 특별히 중국군의 무장력이 강화된 것은 아니었다. 일본군이 너무 깊숙이 들어갔다. 후방의 보급로가 중국군 유격대에 의해 끊기고 산악지역에선 중국군이 유리했다.

개전 첫해인 1937년, 일본군은 6개월만에 베이징과 톈진, 상하이와 난징을 점령하고, 이듬해에 우한을 접수했다. 일본은 중국에 항복을 요구했다. 현재의 점령지를 일본의 땅으로 인정하라는 것이었다. 장제스는 일체의 타협을 거부했다. 국민당 정부는 충칭으로 수도를 옮겼다. 충칭은 쓰촨성의 도시였다. 쓰촨성은 한족 지역에서는 서쪽 변경이었다. 장제스는 본거지를 서쪽 끝자락까지 이동하며 항전을 계속했다.

개전 3년째인 1939년, 전쟁은 소모전으로 흘러갔다. 중국군은 너 죽고 나 죽자고 나왔다. 피해는 중국군이 더 컸지만 일본측 손실도 만만치 않았다. 중국의 인구는 일본보다 7~8배나 많다. 아무리 최강의 군대라도 인해전술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중국군은 퇴각할 때 초토화작전을 펼쳤다. 적군이 와서 아무것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1937년 6월 황하 제방의 폭파도 그런 전략의 일환이라 할수 있다.

1938년 11월 중국군은 후난성 창샤(長沙)에서 퇴각하면서 시가지를 전소시켰다. 병사들이 도시에 불을 질렀고, 도시는 이틀간 불탔다. 일본군은 불이 꺼질 때까지 창샤 진격을 연기했다. 피난을 가지 못한 주민들은 집을 잃은 채 겨울을 보내야 했다. 장제스는 자신이 방화를 지시하지 않았다며 일부 병사를 처형했다. 방화 지시자는 최고권력자였다.

일본군도 극도의 보복전술을 채택했다. 후방의 반란에 대해 “모두 죽이고, 모두 불태우고, 모두 약탈하라”(殺光、燒光、搶光)는 이른바 삼광전략(三光政策)을 채택했다. 잿더미 전략, 또는 소멸작전(燼滅作戦)이라고도 했다. 중일전쟁에서 일본군의 전쟁범죄가 극도에 달했던 것은 여기서 비롯되었다.

 

 

1937년 이후 1941년 진주만 공습까지 4년간 중일전쟁은 중국만의 외로운 싸움이었다. 유럽이든, 미국이든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을 돕지 않았다. 나홀로 전쟁에서 중국은 일본군 100만명 이상을 대륙에 묶어 놓았다. 만약 진주만 공습 이전에 중국이 항복했다면 그후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은 상당히 고전했을 것이다.

일본은 중화민국의 임시수도 충칭을 수시로 폭격했다. 충칭엔 공습이 일상화되었다. 1938년 5월부터 1941년 8월까지 218회의 공습이 있었고, 1만1,885명의 시민이 사망했다는 통계가 있다. 상시적인 공습에도 중국은 버텨냈다.

1929년 이후 일본군은 초전에서처럼 일방적으로 승리하지 못했다. 1939년 4~5월에 후베이성 쑤이저우(隨州)와 자오양(棗陽)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일본군 11만, 중국군 22만이 맞붙었다. 전투는 일본군의 승리로 끝났다. 중국군은 2만8,000명이 사망했다. 일본군 사망자는 2만1,000명으로, 적지 않은 숫자였다. 일본군이 전투에 이긴다는 것은 엄청난 희생을 치른다는 것을 의미했다. 국민군은 진지전을 피해 유격전술로 싸웠다. 왜적을 유인해 매복전술로 격퇴했다. 전장도 평지에서 산악으로 옮겼다. 공산군의 전술을 국민군이 배우고 따라한 것이다.

1939년 10월 후난성 창샤 전투, 같은해 11월 광시성 구이난(桂南) 전투, 1940년 5~6월의 자오양-이창 전투에서 일본군은 중국군에 패했다. 몇 번의 전투에서 중국군이 승리하자, 장제스는 반격을 시도했다. 1940년 초 중국군은 총공세에 나섰으나, 장비부족, 보급품 조달망 미비, 고질적인 군벌 갈등 등으로 실패했다. 양측 군대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중국군은 파비우스 전략(Fabian strategy)을 선택했다. 적군을 정면으로 맞서 싸우지 않고 소모전을 통해 상대편을 지치게 하는 전술로, 지구전법으로도 한다.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 이탈리아를 참공한 제2차 포에니 전쟁(BC 200~BC 183) 시기에, 당시 로마의 장군이던 퀸투스 파비우스 막시무스(Quintus Fabius Maximus Verrucosus)가 지구전으로 한니발 군대를 무찌른 것에서 그 유래를 찾는다. 전술의 이름도 파비우스에서 따왔다.

 

 

중국은 국민군, 공산군, 일본군이 지배하는 3개 새력권으로 갈라졌다. 1939년 이후 1945년까지 일부 전선의 변화는 있어도 3개 세력은 서로 대치하며 지구전을 벌였다. 일본군은 중국의 동부를 차지했고, 국민군은 서부와 남부를, 공산당은 옌안을 중심으로 북부의 일부를 지배했다. 1937년 일본의 총공세 이후, 공산당은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국민당 정부에 복종한다고 선언했지만, 공산당은 별도의 군대를 가지고 있었고, 작지만 영토를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당은 주적을 공산당에서 일본군으로 바꾸긴 했지만 공산당에 대한 견제의 끈을 놓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수차례 이민족의 지배를 많이 받았다. 중국 역사에 흉노족에서 몽골족, 거란족, 만주족에 이르기까지 한족 이외의 종족이 중국의 북쪽, 또는 전체를 지배한 적이 있다. 중일전쟁이 발발하기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만주족의 청나라가 중국을 지배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이민족의 지배에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무지렁이들은 착취가 덜한 지배자를 선호할 뿐이다. 어느 정권도 일방적으로 중국을 지배하지 못하는 대치기에, 각 권력은 인민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국민당은 일본과의 전쟁에 주인공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국민당이 충칭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많은 중국인들이 몰려왔다. 충칭은 이전까지만 해도 가난한 소도시에 불과했다. 피난민들이 장제스의 군대를 따라 오면서 충칭의 인구는 1937년 47만명에서 1941년 70만명, 전쟁말에는 105만명으로 급팽창했다. 인구가 밀집하면서 시 외곽에는 판자집과 천막이 즐비했다. 변두리였던 쓰촨성은 국민정부의 중심부가 되었고, 1940년대 인구가 5,000만명에 육박했다.

충칭은 늘 공습을 받았기 때문에 시민들은 방공호에 익숙했다. 시민들은 공습이 이뤄지는 낮에는 방공호에 숨었다가 저녁과 새벽에 일을 했다.

 

 

일본군은 괴뢰정권을 필요로 했다. 만주에선 청의 마지막 황제 푸이를 데려와 쉽게 앞잡이로 세웠다. 하지만 본토를 침공하면서 일본군은 점령지 통치에 관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 일단 일본군에 협조하는 부역자를 찾았다.

중일전쟁 이후 최초의 괴뢰정권은 상하이에서 조직되었다. 상하이 점령직후인 1937년 12월 3일 일본군은 대학교수 출신인 쑤스원(蘇錫文)을 앞세워 대도정부(大道政府)를 수립했다가 1938년 3월 국민당 출신 변절자 량훙즈(梁鴻志)를 끌어들여 유신정부(維新政府)를 수립하고, 이전 괴뢰정부를 흡수. 통합했다.

하지만 이런 잔챙이들로 중국인들의 지지와 호의를 얻을수 없었다. 괴뢰정부는 호텔에 처박혀 나오지 못해 ‘호텔정부’라는 비아냥을 샀다. 일본으로선 만주국의 푸이만큼의 거물을 필요로 했다. 그렇게 해서 접근이 된 인물이 장제스의 경쟁자이자 국민당내 거물인 왕징웨이(汪精衛)였다.

 

공산당은 일본의 침략을 세력 확장의 기회로 활용했다. 옌안의 공산당은 국공합작을 계기로 공산군을 제8로군으로 편성, 국민당 휘하에 편입시켰다. 말이 편입이지 사실상 공산당의 독자적 군대였다. 초기 8로군(八路軍)의 병력은 8만명 정도였다. 공산군은 8로군과 별도로 후난, 장시, 푸젠, 광둥, 저장 등 8개 성에서 1만2,000명의 홍군유격대를 규합, 신4군(新四軍)울 편성했다.

공산당은 또 1937년 9월에 산간닝(陝甘寧) 변구 정부를 공식선포했다. 산시(陝西)·간쑤(·甘肅)닝샤(寧夏) 세 성(省)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공산당의 해방구로 수도는 옌안이었다. 마오쩌둥은 중일전쟁 8년간 이 곳을 인민해방의 전진기지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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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Wikipedia, Second Sino-Japanese War

Wikipedia, 1938 Changsha fire

중일전쟁, 래너 미터, 2020년. 금항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