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전쟁⑨…장제스와 스틸웰의 잘못된 만남
중일전쟁⑨…장제스와 스틸웰의 잘못된 만남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12.0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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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만 폭격 이후 국제전 국면…버마전선에 중국군 참전, 지휘권 혼선

 

중일전쟁이 발발한 19377월부터 일본이 진주만을 폭격한 194112월까지 4년간 중국은 외롭게 일본과 싸웠다. 역사가들은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한 19399월을 2차 대전의 기점으로 보지만, 아시아에서는 2년전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유럽의 전쟁은 중국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인도와 베트남의 식민지를 통해 중국과 국경을 접한 영국과 프랑스는 유럽에서 독일과의 전쟁에 집중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일본의 눈치를 보았다. 19406월 프랑스는 베트남~윈난 노선의 철도운영을 중단했고, 한달후 영국도 윈난~버마 간 도로를 폐쇄했다. 제해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중국은 남쪽의 육로마저 끊기는 바람에 외부에서 오는 물자이동이 중단되고 완전히 고립되었다.

미국은 진주만 폭격 이전까지 중일전쟁에 중립을 유지했다. 19397월 미일 통상조약이 종료되기 전에 미국은 일본산 비단의 최대수입국이었고, 일본에 석유, 고철, 자동차 부품의 주요 수출국이었다. 또 일본에서 필요로 하는 금속, , 펄프의 40%를 미국이 공급했다. 일본은 중국과 전쟁을 벌이는데 필요한 원자재를 미국에서 공급받고 있었던 것이다. 19399월부터 2년간 유럽전쟁과 중일전쟁은 따로 굴러갔다.

 

1941127일본은 하와이를 공격함과 동시에 필리핀과 싱가포르, 인도네시아를 공격했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와 동시에 전쟁을 벌인 것이다. 이로써 유럽과 아시아에서 별개로 전개되던 전쟁은 세계전쟁으로 전환되었다.

중국은 연합군의 일원이 되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에 중국에 제국주의 침략자였던 영국과 미국이 우방이 되었다. 소련은 일본과 비밀리에 불가침조약을 맺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발을 뺐다. 반제국주의 투쟁을 벌였던 장제스였지만 대일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또다른 제국주의자와 손을 맺을 필요가 있었다.

미국과 영국, 중국은 동맹이 되었지만, 각자가 서로에 대한 생각이 달랐다. 영국은 늙은 제국으로서 마지막 용을 썼고, 미국은 신흥 강국으로 아시아의 패권자로 군림하려 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열강보다 먼저 파시즘과 싸운 나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싶었다. 3국의 자존심과 기세는 버마(미얀마) 전선에서 부딪혔다.

 

버마에 파병된 중국군 /위키피디아
버마에 파병된 중국군 /위키피디아

 

중국은 4년간 홀로 싸우다가 미국과 영국 등 강대국이 함께 싸우는 전쟁으로 전환되면서 큰 기대를 걸었다. 세계 최강의 두 나라가 군사적,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고, 전쟁터도 분산시켜줄 것이란 희망감이 있었다. 충칭으로 밀려나 기진맥진하던 장제스의 국민당은 내심 전쟁의 국제화를 반겼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은 중국을 대등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은 세계의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는 시기였다. 저무는 영국은 여전히 중국을 열등국으로 보았고, 미국은 중국을 동반자로 보지 않았다. 전쟁은 일본이 도발했지만, 두 앵글로색슨 국가는 유럽에 치중했고, 아시아에선 해전과 공중전 위주로 전개했다. 중국 영토에선 중국인들이 싸워야 했다. 그것도 모자라 중국군의 지휘권도 미국 장군이 쥐겠다고 했다.

 

1942년 버마전선 /위키피디아
1942년 버마전선 /위키피디아

 

연합군은 중국-인도-버마를 하나의 전구(戰區)로 묶어 미국의 조지프 스틸웰(Joseph Stilwell) 중장을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스틸웰은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 출신으로, 1차 대전에 유럽에서 장교로 참전했고, 중국 주재 무관을 역임한 것을 인연으로, 아시아 전구 사령관을 맡겼다. 스틸웰은 별명이 까찰한 조”(Vinegar Joe)였다. 그는 거만하고 잘난척 했다. 중국어도 제법하고 중국을 꽤 이해했지만, 그의 일기나 발언을 보면 인종차별적 요소가 강했다. 그는 미국 국방부 내에 조지 C. 마셜(George Catlett Marshall)을 친구로 두고 있었다. 마셜은 그가 중장일 때 육군참모총장이었고, 후에 국무·국방장관을 역임하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든든한 배경이 있는데다 고집쟁이였던 스틸웰은 자신이 중국군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중국의 지도자 장제스는 카리스마 있는 정치인이었다. 기가 센 두 사람은 2차 대전 또는 중일전쟁 후반부에 사사건건 총둘했다.

육군참모총장이었던 마셜은 충칭의 미군 대표단에 보낸 전보에서 중국과 버마의 미군부대는 스틸웰의 지휘를 받을 것이라며, “그러나 스틸웰 장군은 항상 대원수(장제스)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ㅌ고 했다. 미국은 중국군의 통수권이 장제스에게 있고, 스틸웰은 장제스의 참모장이란 사실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스텔웰은 자신이 중국군의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했다. 이 견해차이는 장제스의 입장을 더욱 어렵게 했다.

 

버마~윈난 육상 루트 /위키피디아
버마~윈난 육상 루트 /위키피디아

 

연합군의 첫 번째 전투는 버마 전투였다. 일본군은 초반부터 기세 좋게 홍콩과 싱가포르, 버마의 랑군을 점령했다. 랑군은 윈난(雲南)으로 가는 육상 수송로의 출발점이기도 하고, 영국식민지인 인도와 말레시아를 차단하는 거점이었다. 연합군은 일본군의 북진을 저지하기 위해 버마에 방어선을 구축했다.

스틸웰은 장제스에게 중국군의 파병을 요청했다. 장제스는 자신이 아끼는 정예병을 파견하기로 했다. 국제전에서 중국군이 희생을 보여줌으로써 전후에 중국이 당당한 지분을 얻겠다는 생각이었다. 파병부대는 최강의 제5군과 제6군의 9개 사단 10만명이었다. 장제스는 최정예부대를 보내면서 방어 위주로 작전을 수행하길 기대했다.

1942321일 스틸웰은 버마전선으로 갔다. 그는 중국측과 상의도 않고 영국군을 지원하기 위해 중국군 200사단을 타웅우(Toungoo)를 공격하라고 명령했다. 중국군은 타웅우에서 일본군에 포위되었다. 스틸웰은 중국군이 끝까지 싸울 것을 요구하며 퇴각을 거부했다. 200사단은 막강한 일본군 화력 앞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중국군은 장제스에게 퇴각명령을 내려줄 것을 요구했다. 장제스는 스틸웰을 건너뛰고 중국군의 퇴각을 명령했다.

누구의 판단이 옳았는지에 대해 논란은 있다. 보더 큰 문제는 한 부대에 두 개의 명령이 내려왔다는 사실이다. 중국 장군은 더 이상 스틸웰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장제스와 스틸웰의 싸움으로 지휘체계가 뒤죽박죽이 되었다.

41일 스틸웰은 충칭으로 날라가 장제스에게 자신의 지휘권을 박탈해 달라고 주장했다. 장제스는 딜레마에 빠졌다. 그는 일방적으로 스틸웰을 누를수 없었다. 미국 사령관을 잘못 자극했다간 미국과 영국이 지원이 끊기고, 전황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었다. 4년간 혼자 싸우며 고생하다가 이제 동맹이 생겼는데 몇 달도 되지 않아 불협화음을 낼순 없었다.

특히 버마 루트는 중국에게 사활이 달린 보급로였다. 해안이 봉쇄된 상태에서 이 길을 통해 미국과 영국의 지원물자가 유입되었다. 이 루트를 통해 들어오는 매달 2만톤 가량의 물자는 충칭정부에겐 생명줄이나 다름 없었다.

미국을 잘 이해하고 있는 쑹메이링이 남편을 적극 말렸다. 그녀는 스틸웰을 잘 달래라고 했다. 장제스는 스틸웰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지휘권을 확실하게 보장했다. 이어 쑹메이링과 함께 버마전선으로 가서 스틸웰의 지휘를 받을 것을 중국군에게 당부했다. 장제스와 스틸웰의 첫 번째 불협화음은 스틸웰의 승리로 끝났다.

 

1942년 버마에서 장제스와 부인 쑹메이링, 조지프 스틸웰 중장. /위키피디아
1942년 버마에서 장제스와 부인 쑹메이링, 조지프 스틸웰 중장. /위키피디아

 

하지만 둘 사이의 화해는 오래가지 못했다. 스틸웰은 중국군에 인도 동부로 이동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자신도 버마전선에서 후퇴했다. 그는 80여명과 함께 질병과 독사가 도사리는 정글을 헤치고 간신히 인도북부로 돌아갔다.

중국군 일부는 스틸웰의 말을 듣지 않고 북쪽으로 이동해 윈난으로 들어가 버렸다. 5군은 일본군의 폭격을 받으며 인도 미치나로 퇴각했지만 제6군은 전멸하다시피 했다. 일본군은 윈난성까지 쳐들어 왔지만, 보급선이 길어지는 바람에 곧바로 퇴각했다.

장제스와 스틸웰은 잘못된 만남이었다. 둘 사이의 갈등은 중국전선의 전쟁 수행에 혼선을 초래했다. 물론 스틸웰의 아집과 배타적 성격에도 문제가 있지만, 이런 일이 일어는 본질적 배경은 미국이 중국을 이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군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군을 파트너를 삼은 것이지, 중국을 도우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참고자료>

Wikipedia, Burma campaign

Wikipedia, Chinese Expeditionary Force

Wikipedia, Joseph Stilwell

Wikipedia, China Burma India Theater

Wikipedia, Burma Road

중일전쟁, 래너 미터, 2020. 금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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