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나성 흔적 60m, 온전하게 확인
부여나성 흔적 60m, 온전하게 확인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1.12.0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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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사비도성의 외곽성 축조기술 확인…6세기 중엽 축성 추정

 

부여나성은 백제 사비도성을 감싸는 외곽 시설물로, 도성을 보호하고 도성의 내외부 경계를 구분하기 위해 쌓았다. 사비 천도(538) 전후한 시점에 축조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사비도성이 계획도시였음을 알려주는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부여 나성(북나성) 발굴조사에서 북쪽 출입시설(北門址)의 존재와 나성의 축조 기술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확인되었다. 발굴작업은 ()백제고도문화재단이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는 부여 나성 중 도성의 북동쪽 방비를 담당하는 북나성에 대한 10차 발굴조사다. 지난 4월에 시작한 이번 발굴에서 북나성에서 처음으로 문지(門址)가 확인되었다. 발굴팀은 가증천 제방에 접한 북쪽 성벽에 대해 평면 조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로 북문지와 함께 양호한 상태로 약 60m의 성벽을 확인했다.

 

부여나성 북문지 발굴조사 현장 /문화재청
부여나성 북문지 발굴조사 현장 /문화재청

 

이번에 확인된 북나성 성벽 축조기술을 살펴보면, 먼저 성을 쌓기 위해 자연 퇴적된 원지형을 기반으로 새롭게 흙을 깔아 평탄화하는 기초공사가 진행된 흔적이 확인되었다. 기초공사는 성벽 주변의 넓은 범위에 걸쳐 진행되었고, 하천변의 저습하고 연약한 지반을 단단하게 하려고 판판한 돌을 넓게 깔거나 혹은 산사토 덩어리들을 섞어 대지를 조성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성벽은 잘 다져진 대지 위에 돌을 가공해 외벽면을 쌓고 안쪽은 흙을 산처럼 쌓으면서 조성되는데, 이중 돌로 쌓은 석축부는 저습한 연약 지반에서 성벽의 무게를 견디도록 하려고 석축 단면이 사다리꼴이 되게 쌓아 안정감을 줬다. 또한, 석축부에 덧붙여 안쪽에 흙으로 쌓은 토축부는 5~10두께로 흙을 다져가면서 쌓은 양상인데, 성벽의 진행방향에 따라 3.2~5.1m 규모로 흙을 쌓은 공정의 단위가 확인되었다. 특히, 토축부 공정이 구분되는 지점에 따라 석축부의 축조 형태가 달라지는 양상이 확인되어 성벽의 유기적인 축조 공정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여겨진다.

성벽의 남은 높이는 최대 2m, 성벽 폭은 최대 14.2m인데, 성벽 폭의 경우엔 조사지역 밖으로 연장되고 있어서 더 넓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성벽의 내측 토축부에서 개배(蓋杯, 두껑이 있는 접시), 직구소호(直口小壺, 입구가 곧게 뻗은 작은 항아리) 등의 유물이 출토되어 성벽의 조성이 6세기 중엽 경에 이루어 졌음을 알 수 있었다.

 

부여나성 북문지 발굴조사 현장 /문화재청
부여나성 북문지 발굴조사 현장 /문화재청

 

조사가 진행된 북나성 일대는 가증천이 백마강과 합류되는 지점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된 북포(北浦)로 비정되는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북문(北門)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육상과 수로를 연결하는 백제 사비기 교통체계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마련하게 되었다.

발굴현장은 조사기간 중 상시 개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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