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국공내전⑤…무산된 중국 분할 협상
제2차 국공내전⑤…무산된 중국 분할 협상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1.12.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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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정부, 광저우-충칭 거쳐 대만으로 패주…황금과 문화재 이송작전

 

랴오선, 웨이하이, 핑진의 세 전투에서 패배한 후 장제스는 국민당 반대파에게서 집중성토를 받았다. 1949121일 장제스는 총통에서 물러나고 부총통이던 리쭝런(李宗仁)이 임시총통을 맡았다.

리쭝런은 양쯔강 이북지역을 모두 잃었지만 그 이남을 지키길 희망했다. 그는 담화를 발표, 마오쩌둥에게 평화회담을 제안했다.

리쭝런은 양쯔강을 경계로 그 이북을 공산당이, 이남을 국민당이 통치하는 분할안을 제시하면서. 마오쩌둥에게 협상을 요청햇다. 마오쩌둥은 협상을 거절했으나, 국내외 여론의 성화에 못이겨 협상에 응했다. 국민당은 한반도를 예로 들면서 분할안을 주장했는데, 중공의 저우언라이는 중국은 한국이 아니고, 장강은 38선이 아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소련은 분할안을 지지했다. 이오시프 스탈린은 마오쩌둥에게 양쯔강을 도하, 국민당을 공격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스탈린은 중공의 힘을 과소평가한데다 미국의 개입을 우려한 것이다. 마오쩌둥은 스탈린의 충고를 거절했다. 그는 무너져 내리는 국민정부를 몰아부쳐 중국을 통일하고 공산화할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이 대목에서 마오쩌둥은 스탈린보다 전략적으로 옳은 판단을 내렸다.

41일에 마오쩌둥은 국민당 대표를 베이징으로 불러 평화회담을 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군대를 장강 북쪽에 배치시켜 명령만 내리면 남하하도록 준비시켰다. 전형적인 중공의 담담타타(淡淡打打) 전술이다.

회담에서 공산당은 국민당이 받아들이지 못할 조건을 내걸었다. 공산당은 내전을 일으킨 장제스등 48명을 체포할 것, 헌법을 폐기할 것 등을 요구햤다. 무조건 항복하라는 요구나 다름없었다. 공산당은 국민정부가 거절할 협상안을 던지며 전투 재개의 명분으로 삼았다. 420일 국민정부는 공산당의 제의를 거부했다. 베이징으로 간 협상단마저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공산당측으로 전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1949년 난징의 국민정부 총통관저를 점령한 인민해방군 /위키피디아
1949년 난징의 국민정부 총통관저를 점령한 인민해방군 /위키피디아

 

420일과 21일 사이 인민해방군 30만명이 양쯔강을 도하했다. 양쯔강을 지키던 국민군 2함대와 양쯔강 남쪽의 장인(江陰) 요새에 주둔한 군인들이 공산당에 투항하고 인민해방군에게 길을 내주었다. 양쯔강 방어선이 뚫리자 공산군은 이틀뒤인 423일 국민정부의 수도 난징을 점령하고 총통부에 홍기를 내걸었다.

난징이 함락된 이후 상하이, 항저우(杭州), 단양(丹陽), 창저우(常州), 우시(无锡) 등 양쯔강 하류의 항구도시들이 줄줄이 인민해방군의 손에 넘어갔다.

국민정부는 중국 대륙의 남쪽 끝 광저우로 퇴각했다. 리쭝런은 장제스에게 총통 복직을 요청했지만, 장제스가 거절했다. 이후 인민해방군은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남하했다. 광저우도 안전하지 않았다.

국민당 지도부는 이제 어디로 도피할지를 의논했다. 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중일전쟁 때 임시수도였던 쓰촨성, 신장성, 티베트, 대만 등이 거론되었다. 신장성엔 194412월에 회교도들이 장제스 정부에 반역하고 동투르크스탄 공화국을 수립했다. 이 세력은 소련의 지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기댈 여지는 없었다. 쓰촨성에서 저항하다 버마로 넘어가는 방안도 검토되었지만, 영국이나 인도, 버마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윈난성의 강()의 지원을 얻는 방안도 논의되었다. 이런 방안들은 현실적이지 못했다.

대만으로 가는 방안은 지리학자 장치윈(張其昀)이 건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주장인즉, 대만은 오랫 동안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일본이 남기고 간 산업시설이 있고, 공산당 세력이 미약한 곳이다. 또 섬이어서 해군이 없는 인민해방군이 당분간 공격하기 어렵다는 전략적 가치가 제기되었다. 아울러 일본 통치지역이어서 군벌 세력이 없다는 점도 고려되었다.

국민정부는 최종적으로 지정학적인 판단을 내렸다. 대만은 미군이 해협을 막으면 해군이 없는 공산군이 건너올수 없다는 강점이 있었다.

 

국민정부의 수도 이전 /위키피디아
국민정부의 수도 이전 /위키피디아

 

101일 공산당의 마오쩌둥은 베이징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인민해방군은 1014일 광저우를 점령했고, 그에 앞서 국민정부는 중일전쟁 당시의 임시수도 충칭으로 도피했다. 충칭도 위협받자, 국민정부는 쓰촨의 청두(成都)를 거쳐 128, 마침내 중국 본토를 떠나 대만으로 철수했다.

장제스는 국공내전이 치열하던 1948년말에 이미 대만으로 국민정부를 옮길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때 중국 본토에서 대만으로 건너간 군대는 2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앞서 명말청초에 건너온 푸젠성 등 남방계 한족이 뒤로 밀리고, 새로 건너온 베이징 출신 한족이 타이완의 주류로 자리잡게 되었다.

 

국민정부가 대만으로 가져간 국보급 문화재. 왼쪽부터 육형석, 취옥백채, 모공정 /위키피디아
국민정부가 대만으로 가져간 국보급 문화재. 왼쪽부터 육형석, 취옥백채, 모공정 /위키피디아

 

국민정부가 대만으로 건너갈 때 주목한 것이 금()과 문화재였다. 금은 나라가 망하거나 왕조가 몰락할 때, 항상 꿰어차고 도망하는 주요 물품이다.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도 금괴를 열차에 싣고 피란시켰다. 그 금은 백군에게 넘겨졌다가 나중에 바이칼호에 빠뜨려버렸다는 전설이 남아있다. 장제스도 대만을 마지막 보루로 생각하고, 국민당군을 퇴각시키기 앞서 금과 베이징 고궁박물관의 문화재를 이동시켰다.

자료가 분명치 않지만, 장제스가 본토에서 대만으로 옮긴 금은 300~500만 양(, 37.7g)이었다고 한다. 무게로는 113~115톤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이 막대한 금은 후에 타이완 달러를 발행하는 토대가 되었고, 대만 경제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번째가 문화재다.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에는 그 유명한 고궁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에는 베이징 고궁박물관에 있던 주요한 문화재가 통째로 이동해 왔다. 타이페이 고궁박물관은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함께 세계 4대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수천년 역사의 중국문화가 만들어낸 다양하고 질 높은 문화재가 대만으로 이동된 것이다. 박물관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중화 보물 중에서 최고의 보물들이 모여 있는 것은 장제스의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박물관의 문화재 수량이 워낙 방대하여 3개월 단위로 1만 여 점을 돌아가며 전시해도 다 보려면 10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그중 대표적인 육형석(肉形石, 동파육이라고 한다) 취옥백채(翠玉白菜) 모공정(毛公鼎)으로, 고궁박물관의 3대 보물이다.

육형석은 불투명한 갈색빛을 띤 옥으로, 윗부분을 갈색으로 염색해 실제 피부처럼 땀구멍 같은 점을 새긴 다음에 간장에 조린 돼지고기처럼 보이기 위해 약간 가공했다고 한다. 육즙이 철철 흘러내리는 동파육과 진배 없다.

취옥백채는 청나라 광서제의 부인 근비가 결혼할 때 가져온 혼수품이다. 옥을 깎아 만든 것으로, 푸른 배추잎 위에 메뚜기와 여치가 있는 것을 볼수 있다. 배추의 흰색은 순결, 푸른색은 청렴, 메뚜기와 여치는 다산을 상징한다고 한다. 배춧잎을 새긴 정교한 솜씨가 대단하다.

모공정(毛公鼎)은 중국 서주(西周) 시대에 만들어진 청동기 솥이다. 19세기에 산시성(陝西省) 기산(岐山)현에서 출토했는데, 복부(腹部) 상부의 표면에 와문(瓦文)이 있다. 명문(銘文)32497자로 현존하는 명문 중 가장 길다. 주나라 왕이 이 그릇을 제작시킨 모공(毛公)에게, 강기(綱紀)의 숙정(肅正), 정치의 부흥을 명()한 것이 적혀 있다. BC 827~782 무렵의 일로 추정된다. 총 높이 53.8cm, 지름 47.9cm 크기다.

 

중공이 28년간의 분투를 거쳐 중국 본토를 차지한 가운데, 대만으로 건너간 국민당은 풍비박산이 났다. 리쭝런은 104912월에 병치료를 이유로 홍콩을 거쳐 미국으로 떠났다. 국민정부에 총통 부재의 상황이 3개월이나 지속했다. 국민당은 19502월 리쭝런이 귀국을 거부하자, 그의 총통직을 박탈했다. 곧이어 31일 장제스는 다시 총통직에 복귀했다.

 


<참고자료>

Wikipedia, Chinese Civil War

Wikipedia, Yangtze River Crossing campaign

Wikipedia, Retreat of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China to Tai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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