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남지개비리 옛길이 자아내는 낙동강 경관
창원 남지개비리 옛길이 자아내는 낙동강 경관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1.12.12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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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의 생계용 벼랑길…전설과 역사가 살아 숨쉬는 낙동강 잔도

 

경상남도 창녕 낙동강변에 있던 남지(南旨)개비리 옛길이 국가지정 명승으로 승격되어 관광병소로 부상했다.

이 옛길은 창녕군 남지읍 용산리와 신전리 영아지 마을을 잇는 낙동강 변에 잔도(棧道) 형태로 만들어진 벼랑길이다. 2.7km의 이 벼랑길은 일제 시대에 자동차가 다니도록 신작로를 놓으려 하다가 좁아서 포기하는 바람에 옛길의 모습이 비교적 잘 남아 있다. 두 마을 주민들은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이 벼랑길을 이용했으며, 과거에는 낙동강 수위가 지금보다 높아 발아래까지 물이 차오르던 아슬아슬한 길이었다.

벼랑길에서 조망되는 낙동강의 모습과 소나무, 상수리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식생이 옛길과 어우러져 훌륭한 경관을 자아내기에 문화재청으로부터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창녕 남지개비리길 구간 /창녕군
창녕 남지개비리길 구간 /창녕군

 

남지개비리 옛길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내려온다.

영아지마을에 사는 황씨 할아버지의 개 누렁이가 11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그 중에 한 마리가 유독 눈에 띄게 조그만한 조리쟁이(못나고 작아 볼품이 없다는 뜻의 지방 사투리)였다. 어미젖이 10개밖에 되지 않아 힘이 약한 조리쟁이는 젖먹이 경쟁에서 항상 밀렸고 할아버지는 그런 조리쟁이를 가엾게 여겼다. 할아버지는 새끼들이 크자 10마리는 남지시장에 내다 팔았지만 조리쟁이는 집에 남겨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등() 너머 시집간 황씨의 딸이 친정에 왔다가면서 조리쟁이를 키우겠다며 시집인 알개실(용산리)로 데려갔다. 며칠 후 딸은 깜짝 놀랐다. 친정의 누렁이가 와서 조리쟁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누렁이가 젖을 주려고 등()을 넘어 온 것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에 살펴보니 누렁이가 하루에 꼭 한 번씩 조리쟁이에게 젖을 먹이고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폭설이 내린 날에도 여전히 누렁이는 알개실 마을에 나타났고 마을 사람들은 누렁이가 어느 길로 왔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누렁이 뒤를 따라갔는데 누렁이는 낙동강을 따라 있는 절벽면의 길을 따라 다녔던 것을 확인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높은 산 고개를 넘는 수고로움을 피하고 (누렁이)가 다닌 비리(절벽)’로 다니게 되어 개비리라는 길 이름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유래로는 는 강가를 말하며 비리는 벼랑이란 뜻의 벼루에서 나온 말로서 강가 절벽 위에 난 길의 뜻으로 벼랑을 따라 조성된 길을 의미한다

 

창녕 남지개비리 옛길 모습 /문화재청
창녕 남지개비리 옛길 모습 /문화재청

 

개비리길 주변은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과 의병들이 육지에서 첫 승리를 거둔 기음강 전투의 역사적 현장이며, 한국전쟁의 낙동강 최후 방어선으로 남지철교와 함께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지에선 2016년에 낙동강 남지개비리길 보존회가 조직되어 환경정화활동과 걷기행사 개최 등 개비리 옛길의 보존관리와 홍보에 크게 기여했다.

창녕군은 낙동강변 개비리길 옛길과 산을 넘는 길을 합쳐 6.4km 구간을 관광자원화했다. 소요시간은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길 주변에는 화장실, 전망대, 쉼터 등이 마련되어 있다.

 
창녕 남지개비리 옛길 모습 /창녕군
창녕 남지개비리 옛길 모습 /창녕군
창녕 남지개비리 옛길 모습 /창녕군
창녕 남지개비리 옛길 모습 /창녕군
창녕 남지개비리 옛길 모습 /창녕군
창녕 남지개비리 옛길 모습 /창녕군
창녕 남지개비리 옛길 모습 /창녕군
창녕 남지개비리 옛길 모습 /창녕군
창녕 남지개비리 옛길 모습 /창녕군
창녕 남지개비리 옛길 모습 /창녕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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