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임기로 순서대로 돌아가는 말레이시아 국왕
5년 임기로 순서대로 돌아가는 말레이시아 국왕
  • 아틀라스
  • 승인 2019.03.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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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연합의 연방국가의 특성…국민과 주민에 상징적 존재

 

말레이시아를 국빈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13일 오후 쿠알라룸푸르 소재 국립왕궁에서 압둘라 국왕 부부가 주최한 국빈만찬에 참석했다. 만찬에는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빈 모하맛 총리 내외와 한국 측 대표단, 양국 정·재계 인사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로 환갑을 맞는 압둘라 국왕은 지난 131일에 취임해 한 후 문 대통령을 첫 국빈으로 초청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압둘라 국왕은 말레이시아 중부 파항(Pahang)주의 술탄 왕세자였다. 그는 전임 국왕인 클란탄(Kelantan)주의 술탄 무하맛 5세가 16일 전격 퇴위하면서 말레이시아 9개주 술탄으로 구성된 '군주 회의'(Majlis Raja-Raja)에서 새 국왕으로 선출되었다.

순번상으로는 파항 주의 술탄 아흐맛 샤(89)가 말레이시아 국왕이 되어야 했지만, 고령과 건강악화 때문에 국왕 직무를 수행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왕세자였던 압둘라가 서둘러 마항주의 술탄위를 계승하고, 아버지를 대신해 파항 주를 다스려 왔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13일 오후 쿠알라룸푸르 소재 국립왕궁에서 압둘라 국왕 부부가 주최한 국빈만찬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13일 오후 쿠알라룸푸르 소재 국립왕궁에서 압둘라 국왕 부부가 주최한 국빈만찬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청와대

 

 

말레이시아는 입헌군주국이다. 국왕의 정식명칭은 양 디페르투안 아공(Yang di-Pertuan Agong)이며 줄여서 '아공'이라고 부른다.

말레이시아의 9개 주에서 이슬람 수장이자 지역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술탄들이 5년마다 군주의회를 열어 에서 임기 5년의 양 디퍼르투안 아공과 부국왕을 선출한다. 국왕과 부국왕은 술탄들 가운데 정해진 순번에 의거해 연장자 순으로 선출되는 것이 관행이므로, 엄격한 비밀선거를 통해 선출이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사실상 차기 국왕은 예상 가능하다.

국왕이 5년 임기로 9개 주의 술탄이 돌아가며 선출되는 방식은 말레이시아가 독립했을 때 지역 간 분란을 방지하고 성공적인 연방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타협의 결과였다. 말레이시아의 지방 술탄들은 5개 원칙의 초법적 권위를 인정받는데, 그 원칙의 첫 번째는 신에 대한 믿음이며, 두 번째가 바로 군주와 국가에 대한 충성이다.

말레이시아 왕실의 권한은 은 1957년 개정된 헌법에 따라 많이 줄었으며 1981년 마하티르(Mahathir) 총리가 집권한 이후 1983년과 1993년 헌법 개정으로 형식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가 되었다.

국왕 일가가 거주하는 이스타나 네가라(Istana Negara) 궁전은 쿠알라룸푸르의 클랑(Klang)강이 내려다보이는 부키트 페탈링(Bukit Petaling) 언덕에 자리 잡고 있으며 면적은 11에 이른다.

 

말레이시아 국왕 일가가 거주하는 이스타나 네가라 궁전 /위키피디아
말레이시아 국왕 일가가 거주하는 이스타나 네가라 궁전 /위키피디아

 

 

국왕은 연방정부 최고의 수반으로 행정,입법,사법 권력의 원천이자 군 통수권자, 연방특별구 및 술탄이 없는 4개 주의 이슬람 최고자도자다. 군림하지만 통치는 하지 않고, 임기동안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헌법 상 행정부의 수반은 국왕이나 실질적인 행정권은 의회를 책임지고 있는 내각에 있으며 내각의 수장은 총리(Perdana Menteri)이다. 총리는 내각회의를 통해 국가 대부분의 중대사를 심의하고 결정하는 행정부의 수반이다.

말레이시아 국왕은 5년 단위로 질서 있게 교체되고, 도중에 사거하거나 퇴위하는 이가 있기 때문에 전세계 군주국가 가운데 국왕수가 많은 왕실이다. 1957년에 초대 국왕 이후 62년만에 왕위에 오른 현 압둘라 국왕은 16대 국왕이다.

말레이시아는 19세기에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다가 20세기 중반에 독립을 이루면서 국왕이 국가 정체성의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국왕과 술탄들은 국가와 주의 수반이며, 이슬람의 수장이며 동시에 토착 말레이인들의 특권과 이익을 보호하는 군주로서 실제로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법적으로 국왕은 군주의회의 소집권, 의회 해산 요청에 대한 동의 유보권, 총리 임명권, 공공서비스 위원회 설립권, 비상사태 선포권, 연방의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한 승인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말레이시아 13개 주 가운데 9개 주인 조호르(Johor), 커다(Kedah), 클란탄(Kelantan), 느그리슴빌란(Negeri Sembilan), 파항(Pahang), 페락(Perak), 페를리스(Perlis), 슬랑오르(Selangor), 트렝가누(Terengganu)의 술탄이 국왕 선임권과 국왕 피선거권이 있다. 술탄이 없는 4개의 주, 즉 말라카(Malacca), 페낭(Penang), 사바(Sabah), 사라와크(Sarawak)은 국왕이 조율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연방 술탄이 존재하는 9개 주는 과거 독립된 왕국의 영역을 따라 수립되었고, 따라서 각 주의 술탄들은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를 나타내는 상징적 존재다.

말레이시아 술탄의 기원은 왕국들 중 가장 먼저 이슬람을 수용한 말라카 왕국에서 유래한다. 말라카 왕국은 15세기 초부터 16세기 초엽까지 번창했던 인도양 국제무역의 거점으로, 중국과 아랍, 유럽에까지도 그 이름이 알려졌고 말레이반도 내 여러 왕국들에게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오늘날 말레이시아, 말레이인종이란 말도 말라카에서 나왔다. 말라카 왕국은 포르투갈에 의해 멸망했다.

 

< 말레이시아 국왕의 주별 순번 > Negeri Sembilan, Selangor, Perlis, Terengganu, Kedah, Kelantan, Pahang, Johor, Perak,

 

말레이시아 국왕기 /위키피디아
말레이시아 국왕기 /위키피디아

 

 

현 압둘라 국왕의 전임인 무하맛 5) 국왕은 왕위를 버리고 사랑을 택한 '세기의 로맨스' 주인공이었다.

클란탄주 술탄이었던 무하맛 5세는 2004년 태국 파타니 주의 무슬림 왕족 후손과 결혼식을 올렸지만 4년 만에 이혼했다. 2016년말 47세의 나이로 15대 국왕에 즉위할 당시 그는 배우자가 없는 첫 국왕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그는 임기 3년을 남겨두고 16일 중도 퇴위를 발표했다. 그의 퇴위 사유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스 모스크바 출신의 러시아 모델 옥사나 보예보디나(26)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해외 언론들의 분석이었다. 러시아 언론매체에 따르면, 두 사람이 지난해 1122일 모스크바 근교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며, 시험관 시술 등을 하는 독일 의료시설을 방문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립 플레하노프 경제대학 경영학부 졸업생으로 알려진 보예보디나는 2017년 중순께 유럽에서 시계 모델로 일하다 무하맛 5세를 만나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술탄들은 보예보디나의 왕비 즉위 가능성에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무하맛 5세는 지난해 112개월간의 병가를 냈고, 2009년 부친이 뇌내출혈로 쓰러지자 두 동생을 밀어내고 스스로 술탄 직에 오르면서 자격론 시비가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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