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반가사유상과 함께 사유의 기회를 갖다
두 반가사유상과 함께 사유의 기회를 갖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1.12.2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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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국보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을 같은 방에 전시

 

저 두 부처님은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까.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 2층에 두 점의 국보급 반가사유상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 이름은 사유의 방이다.

겉보기엔 두 불상이 거의 비슷하다. 둘 다 반가부좌를 했다. 두 불상은 모두 사유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들의 얼굴 표정은 고뇌를 하는 듯하고, 우주의 이치를 깨달은 듯하게 보이기도 하다. 입가엔 신비로운 미소릴 띠고 있다. 오른손을 오른쪽 뺨에 살포시 대고 머리에서 일어난 생각이 손끝을 통해 온몸에 전달되는 듯하다. 평안해 보이기도 하고, 슬퍼보이기도 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불상이 달라보일 것이다. 슬픈 사람에겐 슬퍼 보이고, 고민하는 사람에겐 고민스럽게 보일 것이다. 깨달음을 찾는 사람에겐 깨달음을 고민하는 모습으로 다가갈 것이다. 두 불상에서 절제의 미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두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두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명칭은 둘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 굳이 번호를 매기자면 국보 78호와 국보 83호다.

박물관의 해설에 따르면, 반가사유상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고민하여 명상에 잠긴 싯다르타 태자의 모습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도의 간다라나 중국 남북조 시대의 불전(佛傳) 부조 중에 종종 등장한다. 중국에서 반가사유상은 5~6세기에 주로 만들어졌으며, ‘태자상(太子像)’, ‘사유상(思惟像)’, ‘용수상(龍樹像)’ 등의 명칭으로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6~7세기에 크게 유행했으며, 일반적으로 미륵(미래의 부처)으로 간주된다. 우리나라의 반가사유상은 일본의 아스카, 하쿠호 시대 반가사유상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국보 78호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78호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은 삼국시대에 제작된 반가사유상 가운데 쌍벽을 이룬다고 한다. 가장 선명한 차이는 머리에 쓴 관이다. 국보 78호는 금동관을 썼고, 83호는 연꽃관을 썼다. 또 국보 78호는 상반신에 옷을 입은데 비해 83호는 상반신에 을 전혀 걸치지 않고 단순한 목걸이만 착용했다. 제작연도는 78호기 6세기후반, 83호는 7세기 전반으로 추정된다.

국보 83호의 높이는 90.8cm, 78호의 높이 81.5cm보다 약간 더 높다. 83호는 국내 반가사유상 중에서 가장 크다.

두 불상 모두 삼국시대에 제작되었지만,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는지는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일본인에게서 환수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83호는 1912년 이왕가(李王家)박물관이 일본인 고미술상 가지야마 요시히데(梶山義英)에게 2,600원이나 되는 당시로는 큰돈을 주고 구입한 것이다. 78호는 같은 해에 조선총독부가 골동품 수집가인 후치가미 사다스케(淵上貞助)에게 4,000원을 보상하고 구입했고, 1916년 조선총독부박물관이 입수했다. 조선총독부박물관은 1945년 국립박물관이 인수했고, 이왕가박물관(덕수궁미술관) 소장품은 1969년 국립박물관에 통합되었다.

두 반가사유상을 보존하고 있던 사찰과 만든 곳을 짐작하게 하는 단서는 남아 있지 않다. 다만 보관 상태, 장신구, 옷 주름 등의 모양으로 살펴볼 때 83호는 신라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국보 83호 반가사유상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은 어둡게 꾸며져 있다. 어둠 속에 비추는 불빛과 함께 두 반가사유상이 거리를 둔 채 자리를 잡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은 우리 고대마술을 감상하고, 동시에 혼탁한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잠시나마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두 반가사유상 /박차영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두 반가사유상 /박차영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두 반가사유상 /박차영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두 반가사유상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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