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은 토사구팽(兎死狗烹)의 명수였다. 그는 어려운 시절에 자신을 도와주었던 동지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았고, 그들의 권세가 커지면 적절한 시기에 제거했다. 1954년 가오강, 1959년 펑더화이, 1966년 류사오치가 그랬다. 문화대혁명기에 군권을 독점한 린뱌오(林彪)도 그런 케이스였다.

린뱌오는 가오강, 펑더화이, 류사오치가 제거되는 과정에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가오강-라오수스 반당서건에 동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린뱌오는 중앙정치국 위원에 올랐고, 루산회의에서 펑더화이의 반대편에 선 덕택에 1959년 국방부장이 되었다.

1965년 5월 마오쩌둥은 당과 정부를 장악한 류사오치를 견제하기 위해 군권을 쥔 린뱌오를 끌어들였다. 그해 8월 중공 8기 11중 전회에서 마오쩌둥은 최대정적인 류사오치를 당서열 8위로 추락시키고 린뱌오를 2위로 끌어올렸다. 린뱌오는 마오쩌둥이 정적을 하나씩 제거하는 과정에서 일인지하 최고의 지위로 부상했다.

린뱌오는 1907년에 태어나 10대에 공산당에 가입하고 황푸사관학교를 졸업한후 대장정에 참여했다. 그는 내전기에 제4야전군을 통솔하고 만주와 화동·화남에서 국민군 잔당을 토벌하는데 공을 세우고, 1962년 인도와의 국경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마오쩌둥의 신망과 군부내 인기를 얻었다.

2인자가 된 후에도 린뱌오는 마오쩌둥 신격화에 앞장섰다. 그는 마오를 마르크스-레닌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군부의 모든 행동을 마오의 이름으로 집행했다. 린뱌오는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에서 마오쩌둥이 어려운 입장에 처할 때마다 충직하게 주군을 지켰다.

 

 

홍위병은 조직되자마자 곧바로 보수파와 조반파로 분열했다. 보수파 홍위병은 고위 간부의 자제로 구성되었으며, 홍오류(紅五類)라 불렸다. 보수파는 홍위병 가입 기준을 출신 성분으로 삼고 "아버지가 영웅이면 그 아들도 영웅이다, 아버지가 반동이면 그 아들도 잡종이다"는 구호를 외치며 테러를 자행했다. 이들의 테러로 베이징에서 1966년 8월에만 하루에 100명씩 학살당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수많은 문화재들이 파괴되었다. 이에 비해 보수파에게 탄압받던 사람들을 흑오류(黑五類)라고 했는데, 이들이 결성한 조직이 조반파 홍위병이다.

두 파벌은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벌였다. 1966년 10월 13일, 마오쩌둥의 정치비서 천보다(陳伯達)는 연설을 통해 보수파 홍위병을 류사오치와 덩샤오핑을 추종하는 반동의 자제들이며, 조반파 홍위병이야말로 진정한 홍위병이라고 규정했다. 천보다의 지지에 힙입어 조반파는 당의 고급간부를 가짜 혁명가, 반당 분자, 우파로 몰아세우고 공격했다. 조반파들은 무기를 탈취하고 보수파 사냥에 나섰고, 보수파도 조반파에 맞서기 위해 무장하고 유혈충돌로 맞섰다. 중국은 수습하기 어려운 혼란에 빠져들었다.

1967년 1월 17일 난징에서 노동자 적위대가 홍위병과 붙어 5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 같은 달에 장춘차오가 조반파 홍위병들을 선동해 상하이 시정 위원회를 엎어버리고 권력을 탈위, 상하이 코뮌을 설치했다.

마오쩌둥은 폭주기관차처럼 행동하는 홍위병을 억제하기 위해 인민해방군을 투입하기로 했다. 무질서를 수습하고, 코뮌이란 형태로 독자세력화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그해 7월 우한에서 벌어진 7·20 사건에서 린뱌오는 지역사령관 천짜이다오(陳再道)를 제압하고 마오쩌둥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린뱌오의 절정은 1969년 4월에 소집된 제9기 전국대표대회였다. 대회에서 린뱌오는 마오쩌둥의 후계자로 공식화되었다. 마오쩌둥은 린뱌오를 “가장 충실한 지도자”, “가장 훌륭한 후계자”라고 부르며 치켜 올렸다.

하지만 마오쩌둥은 군대를 앞세워 당을 통제하는 것이 자신의 원칙에 위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마오는 군대가 당과 정부 위에 올라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그가 문혁에서 군대를 동원한 것은 당을 장악한 류사오치를 제거하기 위한 방편이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뒤에 군대는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야 했다. 마오쩌둥은 린뱌오에 대한 지지를 소극적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린뱌오는 사냥을 끝낸 개의 운명이 되었다.

약삭빠른 린뱌오는 재빨리 눈치를 챘다. 린뱌오는 앞서의 가오강과 펑더화이, 류사오치처럼 될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마오쩌둥에 대한 아첨과 추종을 강화하는 한편, 당과 정부, 군, 지방의 성에 대한 장악을 확대해 나갔다. 그의 지위는 반석처럼 견고한 것처럼 보였다.

 

린뱌오의 조바심이 일을 그르치게 했다. 마오쩌둥은 그런 실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린뱌오는 마오쩌둥이 죽기 직전에 자신의 후계자 지위를 박탈하고 장칭, 장춘차오, 야오원위안, 왕훙원 등 4인방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두단계의 전략을 채택했다. 우선 평화적인 권력이행 방법을 추구하고, 그게 불가능하면 무력에 의한 권력탈취를 단행한다는 것이었다.

린뱌오는 우세한 군부 집단에 의지해 국가주석에 오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마오쩌둥은 1970년 3월 국가주석직을 없애 버렸다. 린뱌오는 국가주석직을 다시 두자고 마오쩌둥에게 요청했지만, 마오쩌둥은 그 요청을 여섯차례나 거부했다. 4인방도 린뱌오의 요구에 반대했다.

결국 린뱌오는 2단계 계획을 획책했다. 그것은 무장쿠데타였다. 린뱌오는 공군사령부 작전부장인 아들 린리궈(林立果)에게 작전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린뱌오 일파는 3단계 계획을 수립했다. 그 첫째는 남방을 순시하는 마오쩌둥을 살해하는 방안, 두 번째는 이 계획이 실패할 경우 광저우에 별도의 정부를 수립하고 소련과 손잡고 협공하는 방법, 세 번째는 모두 실패할 경우 외국으로 도주하는 방안이었다. 린뱌오 일당은 이 작전을 ‘571 공정기요’(五七一工程紀要)라 불렀는데, ‘오칠일’의 중국어 발음(우치이)이 무장봉기를 뜻하는 ‘무기의’(武起義)의 그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선택되었다.

 

 

9월 7일 린리궈는 음모에 참여한 군대에 전투준비를 통보했고, 8일에는 린뱌오가 실행명령을 내렸다. 마오쩌둥을 태운 열차가 쑤저우 근처 숴팡(碩放)역 부근을 지날 무렵에 철교를 폭파하고 지상과 공중에서 공격한다는 게 작전의 골자였다. 하지만 백전노장 마오쩌둥은 그 음모를 감지하고 8일 밤 항저우에서 방향을 돌렸기 때문에 첫 번째 방안은 실패로 돌아갔다.

두 번째 계획도 저우언라이가 대비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이때 오칠일 음모를 밀고한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리웨이신(李偉信)인데, 린리궈의 측근으로 공군 정치부 소속 장교였다고 한다.

결국은 도망가는 길 밖에 없었다. 린뱌오는 서둘러 비행기 한 대를 보내라고 했다. 마오쩌둥은 모든 비행기의 운항을 정지시키라고 명령했다. 린뱌오의 아들은 서둘러 트라이던트(Trident) 256기를 준비했다.

비행기에는 린뱌오와 부인 예췬, 아들 린리궈 등 가족 3명과 측근 6명이 탑승했다. 비행기에는 연료가 부족하고 제대로 교육받은 조종사도 없었고, 무전기를 조작할수 있는 요원도 없었다. 처음에는 광저우로 가려고 했으나, 저우언라이가 남쪽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방향을 북쪽으로 돌렸다.

트라이던트 256기는 9월 13일 0시 23분, 산하이관(山海關) 공항을 이륙했다. 마오쩌둥은 린뱌오가 탄 비행기가 이륙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으나, 격추를 명령하지 않았다. 반역자가 도주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소련 방향으로 날아갔다. 비행기 기름이 떨어져 그들은 급유룰 위해 몽골에서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몽골은 소련의 위성국가였다.

몽골 운도르한(溫都爾汗) 근처에 있는 공항은 시설이 형편없었다. 착륙하는 과정에서 날개가 땅에 부딪히는 바람에 비행기는 추락하고 부서졌다. 탑승자 9명은 모두 사망했다. 9월 13일 새벽 2시 30분이었다.

이렇게 해서 린뱌오의 마오쩌둥의 정치투쟁은 앞당겨 종말을 고했다. 린뱌오의 나이는 64세, 그는 사후에 반역자, 매국노의 죄명을 쓰고 역사에서 종적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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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Wikipedea, Cultural Revolution

Wikipedea, Lin Biao

Wikipedea, Project 571

근-현대 중국사(하), 이매뉴얼 C.Y.쉬, 까치, 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