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계의 명화에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이 방영되었다. 이 영화는 다시 보아도 재미 있다.

영화의 흥미는 현대판 신데렐라성 스토리에 있다. 다만 동화 신데렐라와 성의 역할이 바뀌어 있다. 미국인 남자기자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가 신데렐라이고, 왕위 계승권을 가진 앤 공주(오드리 헵번)이 앙자 역할을 한다. 영화에선 앤 공주의 국적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정황 상 영국 엘리자베스 2세가 공주 시절이었을 때를 상정하면 영화의 흥미가 더해진다.

1953년작. 컬러 영화로 찍으려 했으나,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 흑백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당시 컬러 영화가 나왔으나, 흑백 영화가 익숙했던 시절이어서 흥행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영화에 비싸게 제작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여자 주인공(앤 공주)으로 처음엔 엘리자베스 테일러, 진 시먼스 등이 고려되었으나 네덜란드 영화에는 출연한 적이 있으나, 헐리웃 영화엔 생소한 오드리 햅번을 발탁했다고 한다. 특히 감독은 가슴과 엉덩이가 크고 풍만한 여배우보다는 가냘픈 배우가 공주 역할에 맞다고 보았다고 한다.

 

촬영 초기에 제작진들은 이탈리아 당국에 협조를 요청했는데, 이탈리아 관광부가 처음에 이탈리아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제작진들이 이탈리아 당국을 구워 삶아 이탈리아 로케를 허락받았다는 것이다.

상영한지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영화 촬영지는 유명관광지가 되었고, ‘로마의 휴일’ 촬영지를 순방하는 관광코스도 만들어졌다.

영화 ‘로마의 휴일’ 주요 촬영지를 따라가 보기로 한다.

 

 

① 앤 공주가 머물던 대사관 숙소의 침실은 팔라초 브랑카치오(Palazzo Brancaccio)다. 현재는 예식장, 이벤트실, 박물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② 앤 공주가 로마 시내에서 잠들어 있다가 미국 신문기자 조 브래들리를 처음 만난 곳은 포로 로마노(Roman Forum)다. 고대 로마시민들의 생활중심지였는데, 지금은 유적지만 남아 폐허처럼 보인다.

 

 

③ 앤공주가 바르카차 분수(Fontana della Barcaccia)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다. 이 분수는 교황 우르바노 8세의 명으로 1627년에 조각가 피에트로 베르니니와 그의 아들 잔 로렌초 베르니니가 제작했다. 바르카치아는 '쓸모없는 오래된 배'(the Old Boat)라는 뜻이다.

 

 

④ 조 브래들 리가 앤 공주를 미행하다가 다시 우연히 만난척 한 곳은 스페인 광장(Piazza di Spagna)이다. 교황청 스페인 대사가 이곳에 본부를 두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⑤ ‘로마의 휴일 명장면’의 하나다. 거짓말을 하면 손이 잘린다는 ‘진실의 입’. 브래들리가 손을 넣어 잘린 척 하자 앤 공주가 깜짝 놀라 한다.

 

 

⑥ 브래들리가 공주를 스쿠터에 태우고 콜로세움 근처를 지나고 있다.

 

 

⑦ 성 산탄젤로성(Castel Sant'Angelo) 근처 무도회장에서 공주가 자신을 추적한 요원들의 머리를 악기로 내려치고 있다. 로마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영묘다.

 

 

⑧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앤 공주가 대사관에 복귀한 후 기자회견을 연다. 브래들리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후 쓸쓸히 현장을 나오고 있다. 콜로나 궁전(Palazzo Colonna)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