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언라이와 덩샤오핑은 20대에 프랑스에 유학하면서 만나 중국공산당 파리지부를 창설하고 함께 활동했다. 저우의 나이가 6살 많지만 대장정, 항일투쟁, 국공내전을 거치면서 둘은 끈끈한 동지가 되었다. 문화혁명의 격류에 휩쓸려 실각한 덩샤오핑을 복권시킨 것도 저우언라이였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죽기 한해 전에 덩샤오핑에게 국무원 부총리를 맡겨 자신이 입원한 공백을 메우도록 했다. 덩샤오핑의 경제우선, 실천주의는 마오쩌둥의 미움을 샀고, 저우가 사망하기 직전에 덩은 다시 좌천되었다.

저우언라이는 중국인민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성격이 원만해 사람들을 끄는 특유의 매력이 있었고, 국제관계에 대한 지식이 해박했다. 1936년 장제스가 장쉐량에 의해 구금당했을 때 중재해 국공합작을 유도한 사람이 저우언라이였고,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성사시킨 것도 그였다. 그는 까칠하고 급한 성격의 마오쩌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고, 항상 2인자의 위치에서 1인자의 급격한 좌경노선을 완충시키려 했다. 그의 대인배 기질을 좋아한 중국인들은 그가 죽자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1976년 4월 5일은 중국인들이 조상을 모시는 청명절(淸明節)이었다. 저우 총리를 추모하는 10만여명의 인파가 베이징 톈안먼광장에 모였다. 시민들은 인민영웅기념비에 꽃과 화환을 바치며 고인을 기렸다. 그런데 갑자기 보안요원들이 나타나 화환을 가져가 버렸다. 마오쩌둥의 부인 장칭이 추모인파를 해산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4인방에겐 마오쩌둥의 건강이 악화되어 오늘 내일 하던 차에 반대파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이 못마땅했다.

군중들은 보안요원의 조치에 분개하며 “진시황의 시대는 갔다”며 덩샤오핑을 지지하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광장 주변 정부 청사를 공격해 4대의 오토바이에 불을 지르며 폭력화할 조짐을 보였다. 베이징의 공안과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했다. 시위는 베이징 이외에 정저우, 상하이, 쿤밍, 타이위안, 창춘, 우한, 광저우 등에서도 일어났다. 이날 사건을 1989년 텐안먼사건과 구별해 ‘4·5 톈안먼사건’이라 한다.

4인방은 이 사건의 배후에 덩샤오핑이 있다고 보았다. 4인방과 거리를 두고 있던 국무원 총리 화궈펑(華國鋒)과 베이징 시장 우더(吴德)도 시위에 부정적이었다. 4월 7일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마오쩌둥의 재가를 얻어 덩샤오핑의 모든 직위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당적은 유지하도록 했다.

4월 30일 마오쩌둥은 화궈펑에게 친필로 된 3가지 지시사항을 써 주었다. 그 내용은 ①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가라(慢慢來不要着急) ②과거의 방침대로 일을 처리하라(照過去方針辦) ③그대가 업무를 맡아 처리하면 나는 안심하겠다(你辦事我放心)는 것이었다. 화궈펑은 이 메모를 받고 마오가 자신을 후계자로 삼은 것으로 받아들였다.

 

 

마오쩌둥은 오랫동안 파킨슨 병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 해인 1976년에 언어기능이 손상당한데다 정신이 오락가락해 깨어 있다 혼미했다를 반복했다.

6월 15일 당 중앙은 마오쩌둥이 건강상 이유로 더 이상 외국인을 접견할수 없다고 발표했다. 7월 7일 인민해방군의 창설자 주더가 90세 나이로 별세했다. 원로들이 하나씩 세상을 떠나면서 남은 자들의 권력투쟁이 본격화했다.

장칭은 남편이 죽은 후에 그 영광을 이어받아 당 주석이 되려고 했다. 그녀는 왕훙원을 전국인민대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장춘차오를 국무원 총리로 임명하고, 야오원위안을 선전선동의 총책을 맡길 요량이었다.

장칭은 자신을 포함해 4인방이 권력을 장악하는데 가장 큰 적이 화궈펑을 정점으로 하는 신진세력이라는 사실을 불편해 했다. 그는 제1부주석에 국무원 총리라는 공식 직책을 보유한데다 마오쩌둥이 지명한 후계자였다. 장칭과 화궈펑이 마오쩌둥 사후 권력분점을 위해 손을 잡았더라면 중국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두 세력은 물과 불처럼 화합하지 못했다. 장칭은 1인자가 되려는 야심이 있었고, 55세의 화궈펑에게도 그만한 배짱이 있었다.

 

1976년 9월 9일 마오쩌둥은 8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1935년 대장정 초기에 준이회의에서 당권을 잡은 이래 41년간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자로 군림했다. 그를 지키는 경호부대의 명칭은 8341부대였는데, 신비하게도 마오의 죽은 나이와 집권기간을 조합한 숫자였다.

마오쩌둥의 사망은 예고되었지만, 절대자는 후계자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화궈펑은 “당신이 맡으면 안심이오”라는 마오쩌둥의 메모만으로 자신이 후계자라고 주장하긴 어려웠다.

권력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눠져 있었다. 첫째가 장칭을 중심으로 한 4인방이었고, 둘째는 화궈펑을 중심으로 한 신진세력이고, 셋째는 국방부장 예젠잉(葉劍英)을 정점으로 하는 당원로그룹이었다.

절대권력자가 죽으면 경호부대의 동향이 권력의 향배에 대단히 중요하다. 마오쩌둥의 호위무사였던 8341부대는 2만명의 정예요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부대의 총수는 마오쩌둥에게 충성한 왕둥싱(汪東興)이었다.

왕둥싱은 장칭과 4인방을 싫어한데 비해 주군이 지명한 화궈펑은 지지했다. 당원로들은 예젠잉에게 왕둥싱을 설득하라고 요청했다. 예젠잉과 왕둥싱은 4인방에 반대하는 연합전선 구축에 합의했다. 이에 화궈펑은 군부의 지지를 얻게 되었다. 4인방에 밀려 광저우로 피신했던 덩샤오핑도 베이징으로 상경했다.

9월 18일 추도식에서 화궈펑은 마오쩌둥의 유훈을 따르겠다고 선언하며 자신이 후계자임을 과시했다.

 

 

추도식이 끝난후 장칭이 먼저 화궈펑을 공격했다. 9월말 정치국회의에서 장칭은 화궈펑에게 “당신이 당을 영도할 능력이 없다”며 당 주석자리를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화궈펑은 자신이 당을 충분히 이끌수 있다고 반박했다.

4인방은 언론과 주요도시의 홍위병을 장악하고 있었다. 마오쩌둥이 사망하기 전후 4인방은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하기 위해 베이징, 톈진, 상하이, 광저우의 민병에게 총과 실탄을 나눠주고 인민해방군에 맞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

화궈펑이 선수를 쳤다. 10월 5일 새벽, 화궈펑은 인민해방군 총사령부에 예젠잉, 왕둥싱, 베이징 지역사령관 천시롄(陳錫聯), 부총리 리셴넨(李先念)을 불러 비밀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서 4인방에 대한 기습작전이 결정되었다. 실행은 왕둥싱이 맡고, 수도 방위는 천시롄이 담당하며, 여차하면 덩샤오핑을 지지하는 광저우군구의 병력을 공수하기로 했다.

회의후 화궈펑은 이날 저녁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화이런탕(懷仁堂)에서 정치국 비상회의를 연다고 발표하고 4인방에도 참석을 통보했다. 왕훙원이 먼저 도착했다. 왕둥싱의 부하들이 그를 체포하려 덤벼들었다. 왕훙원은 2명을 살해하며 저항했지만, 상처를 입고 체포되었다. 장춘차오와 야오원위안도 곧이어 회의에 참석하다가 잡혔다. 장칭은 처소에 있었는데, 요원들이 들이닥쳐 체포되었다. 그녀는 “주석의 시신이 아직 식지도 않았는데, 감히 반란을 일으키다니”라며 소리쳤지만, 불가항력이었다. 10월 6일 새벽, 4인방은 일망타진되고, 베이징에 격리 수용되었다.

 

 

4인방의 권력은 마오쩌둥이 뒷배를 돌보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절대권력자가 죽은 후에 그들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들은 언론을 장악하고, 일부 민병대를 움직였지만, 정규군의 무력과 관료집단의 조직력에는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화궈펑의 역쿠데타는 하루만에 성공했다.

이로써 문화혁명을 주도한 세력이 모두 사라졌다. 마오쩌둥은 저 세상으로 갔고, 문혁소조를 이끌던 4인방은 재판장에 섰다. 십년동란이라고 불리던 중국의 문화대혁명은 이로써 종말을 고했다. 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덩샤오핑은 1978년 발란반정(撥亂反正)을 통해 문화혁명의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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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Wikipedia, Cultural Revolution

Wikipedia, Tiananmen Incident

Wikipedia, Death and state funeral of Mao Zedong

Wikipedia, Boluan Fanzheng

근-현대 중국사(하), 이매뉴얼 C.Y.쉬, 까치, 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