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과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온 중국공산당의 원로 천윈(陳雲)은 이렇게 말했다.
“마오 주석이 1956년에 죽었더라면 그의 업적은 불멸로 남았을 것이다. 만약 1966년에 죽었더라면 과오는 있지만, 여전히 위대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1976년에 죽었다. 뭐라고 말할 수가 있겠는가.”
마오쩌둥은 41년간 중국공산당의 영수였고, 통일중국을 27년 통치했다. 그는 혁명가로선 성공한 인물이었지만 통치자로선 자격이 부족했다. 마오쩌둥은 대장정, 항일투쟁, 국공내전을 승리로 이끈 천재적인 인물이었지만, 그의 통치기간에 중국인민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대약진운동을 추진해 실패했고, 말기 10년 동안 인민을 문화혁명의 광기로 몰아 넣었다.
그는 1950년대 중반부터 후계구도를 구상했지만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류사오치, 린뱌오를 제거했다. 그 바람에 정작 자신이 죽었을 때엔 당과 국가의 지도체계는 불명확했다. 마오 사후, 대략 세 부류의 세력이 권력을 분점했다. 첫 번째는 화궈펑을 지지하는 신진세력, 둘째는 국방부장 예젠잉을 중심으로 군부세력, 셋째는 당·정·군의 실무 엘리트로 개혁·개방을 주장하는 덩샤오핑 그룹이었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말년에 축출되었고, 권력은 화궈펑과 예젠잉의 연합세력이 쥐었다. 두 그룹은 4인방을 제거하는데 힘을 합쳤다.
화궈펑과 그 일파의 권력은 취약했다. 화궈펑은 마오쩌둥의 계승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마오가 건네준 “그대가 업무를 맡아 처리하면 나는 안심하겠다”(你辦事我放心)는 메모를 근거로, 당 중앙위 주석과 군사위 주석을 겸임하려고 했다. 이에 덩샤오핑 일파는 그 메모가 마오의 생각일 뿐 당과 국가의 권력승계에는 절차가 있다고 반박했다.
예젠잉이 중재에 나섰다. 예젠잉은 덩샤오핑을 복권시키는 조건으로 화궈펑의 요구를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화궈펑도 이에 동의했다. 1977년 7월에 소집된 당 10기 3중 전회에서 화궈펑은 당 중앙위 주석과 군사위 주석에 선임되었고, 덩샤오핑은 당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중앙위 부주석, 군사위 부주석, 국무원부총리,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의 직으로 복귀했다. 두 개의 다른 세력이 동거하는 권력 구조가 만들어졌다. 권력투쟁은 불가피했다.
화궈펑의 세력과 덩샤오핑의 세력은 본질적으로 화합하기 어려웠다. 화궈펑은 문화혁명의 수혜자였고, 덩샤오핑 세력은 피해자였다. 화궈펑파는 문화혁명과 마오쩌둥의 사상을 계승하려 한데 비해 덩샤오핑파에게 문혁과 마오는 청산해야 할 대상이었다.
화궈펑 지지세력은 선양 군구사령관 리더성(李德生), 베이징 군구사령관 천시롄(陳錫聯), 마오쩌둥 경호 8341부대 사령관 왕둥싱(汪東興), 베이징시장 우더(吳德) 등이었다. 이들은 마오쩌둥을 무과오의 인물로 숭배했다. 화궈펑이 “마오의 정책과 마오의 지시는 모두 옳다”는 양개범시론(兩個凡是論)을 폈다 하여 그 일파를 범시파라 불렀다.
이에 비해 덩샤오핑 주변엔 광저우에서 그를 보호한 군부의 웨이궈칭(韋國淸), 쉬스유(許世友), 문화혁명 때 숙청당했던 짜오쯔양(趙紫陽), 후오유방(胡耀邦) 등이 포진했다. 이들은 마오쩌둥 사상에 도전하며 검증을 요구했다. 이들은 실천으로 증명할수 있는 사상만이 옳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주장했다.
두 세력이 대치한 가운데 예젠잉이 중간에서 양측을 중재했다. 1977년 8월 당 11기 전국대표대회에서 집단지도체제를 강화하는 당헌이 채택되었다. 마오쩌둥의 유지로 얼떨결에 당주석에 오른 화궈펑은 전임자와 같이 일인통치를 유지할 명분도 힘도 없었다.
덩샤오핑은 복권되자마자 자파 세력을 확대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첫 번째 당파대립은 중앙당교였다. 이곳은 중국공산당의 고급간부를 양성하는 국립교육기관인데, 마오쩌둥을 비롯해 역대 실력자들이 교장을 맡았다. 마오가 죽고 교장은 화궈펑, 부교장은 왕둥싱이었는데, 덩샤오핑은 두 번이나 숙청당한 후야오방을 중앙당교 부교장에 임명했다. 이는 덩샤오핑이 화궈펑파를 견제하기 위한 술책이었다. 그는 또 총참모장직을 이용해 자파의 웨이궈칭에게 군부의 선전기관을 장악하게 했다.
그는 양개범사를 지지하는 나이 많은 간부들을 쫓아내고 그 자리를 젊은 실력자로 메웠다. 덩샤오핑은 과단성 있는 인사개혁을 통해 마오쩌둥 추종파, 즉 화궈펑파를 제거해 나갔다.
덩샤오핑은 “실천은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라며 마오쩌둥 사상을 비판했고, 군부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파벌 의식이 약해 화궈펑과 덩샤오핑의 중간에 서 있던 예젠잉도 마오쩌둥 사상의 절대성을 부정했다. 예젠잉은 1978년 12월 당 11기 3중 전회에서 “마오쩌둥은 많은 과오를 범했다. 그가 죽은 후에도 우리당의 사업은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것은 마오쩌둥이 없어도 우리가 공작을 완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예젠잉마저 덩샤오핑의 실사구시를 받아들이자 화궈펑 일파의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덩샤오핑은 영리하게도 마오쩌둥의 유명한 저술 ‘실천론’에서 “모든 것은 실천에 의해 증명된다”는 말을 인용해 마오쩌둥의 정책과 유훈 세력을 흔든 것이다.
덩샤오핑은 조용하게 마오쩌둥과 문화혁명을 지워나갔다. 1978년말 문혁의 상징이었던 홍위병이 해산되었고, 빨간 소책자인 마오쩌둥어록은 사라졌다. 인민일보는 ‘마오 주석’이란 칭호 대신에 ‘마오 동지’란 표현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마오쩌둥을 완전하게 부정하기 어려웠다. 중국 인민들은 1949년 중공정권 수립이후 30여년간 마오쩌둥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배웠다. 당의 간부들은 좋든 싫든 마오쩌둥의 지지자였고, 그의 정책을 수행하고 따랐다. 마오쩌둥의 모든 것을 부정하면 공산혁명 자체를 부정하게 되고, 그를 추모하는 인민과 등을 돌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소련에서 이오시프 스탈린이 사망한 후 니키타 후르쇼프가 스탈린을 격하했지만 10여년후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등 스탈린파에 의해 쫓겨나 결국은 좌절당했다. 덩샤오핑은 소련에서 흐루쇼프가 실각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특히 중도파의 예젠잉은 마오쩌둥이 근본적으로 부정되는 것을 경계했다. 1980년 2월 예젠잉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당의 잘못을 인정할수 있습니다. 우리는 류사오치의 오명을 씻어주고, 그를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마오쩌둥을 완전하 부정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기반을 허물어서는 안됩니다. … 소련인들은 스탈린의 묘를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습니다. 우리도 죽은 마오쩌둥에게 채찍을 내리쳐야 할까요. 이렇게 되면 인민들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옳은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것입니다. … 마오쩌둥을 지지하던 사람과 반대하던 사람 모두가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가 그를 아주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고, 누가 그에게 그렇게 큰 권력을 부여했습니까. … 철저히 따져보면 책임은 마오쩌둥 한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덩샤오핑은 예젠잉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는 마오에 대한 전면적 부정에서 부분적 부정으로 후퇴했다. 덩샤오핑파는 마오쩌둥의 공적을 앞세우되 착오도 인정하는 교묘한 방법을 찾아했다. 마오쩌둥 사상과 마오쩌둥 개인을 분리하는 것이다. 마오쩌둥 사상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공산당원 모두의 생각이 결집된 사상으로, 중국공산당의 이념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개인 마오쩌둥은 잘한 일도 있고, 잘못한 일도 있다고 적시했다. 신격화된 마오쩌둥을 인간으로 격하시키면서도 마오쩌둥 사상은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개인과 문혁을 부정하되, 마오쩌둥 사상은 공산당 이데올로기로 유지하는 절충점에서 권력투쟁을 멈추었다.
그의 마지막 정리는 마오쩌둥의 무오류를 권력유지의 명분으로 삼은 화궈펑 일파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1980년 8월 중공 제5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회의에서 화궈펑은 총리직을 사퇴하고, 자오쯔양이 국무원 총리를 승계했다. 1981년 6월 화궈펑은 공산당 중앙위 주석과 군사위 주석직에서도 물러났다. 이로써 덩샤오핑 일파는 권력을 장악했다.
권력을 장악한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이 물려준 절대빈곤을 극복하기 위해 개혁·개방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참고자료>
Wikipedia, Boluan Fanzheng
Wikipedia, Two Whatevers
Wikipedia, Deng Xiaoping
Wikipedia, History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1976–1989)
근-현대 중국사(하), 이매뉴얼 C.Y.쉬, 까치, 2013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