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ed보다 호주 금리인하에 주목하는 까닭
美 Fed보다 호주 금리인하에 주목하는 까닭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6.05 1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미권과 아시아권을 연결하는 고리…미국 눈치 안보고 독자적으로 판단

 

금리 인하론이 나오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RBA)4일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해 1.25%로 낮췄다. 이는 20168월 금리를 낮춘 이후 3년만이다.

그런 와중에 제롬 파월 미국 연준(Fed) 의장이 시키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컨러런스에서 경제확장 국면이 유지되도록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뉴욕 월가의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파월의 발언이 금리인하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어쩌면 파월 의장의 발언은 원론 수준이다. 다만 그의 발언에 약간의 감도 차이가 느껴져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분석과 전망이 나온 것이다.

 

금리는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 경제의 여건에 따라 정하는 것이지만, 글로벌 시장의 흐름도 중요하다. 따라서 어느 나라가 금리를 올렸는지, 내렸는지를 잘 관찰하는 것이 우리나라 금리 추세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비슷한 시각에 호주 중앙은행의 행동과 미국 중앙은행의 시사 중 어느 것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까. 물론 미국의 움직임이 세계시장을 좌우한다. 하지만 보다 정확한 판단재료는 호주 중앙은행이 던져 주었다.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호주 경제는 28년째 경기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나라가 경기 위축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경기를 조절하는 의미에서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그 원인은 중국경제 침체와 국제자원가격 하락이다. 게다가 호주에는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 조절장치를 발동할 이유가 된다.

호주의 움직임을 주시하는 것은 호주 시장이 글로벌 마켓의 실험실이라는 사실이다.

호주 경제는 글로벌 경제의 주축인 영미권과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아시아 경제가 연결되는 고리에 있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은 세계 시장의 흐름을 호주 경기 동향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게다가 미국, 중국 등 거대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급 경제를 경제를 꾸려 나가기 때문에 신흥국들의 비교대상이 되기도 한다.

 

호주의 경제와 금리 동향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중간 위치에 있다. 우리나라가 비교하기 좋은 상대다. 호주의 최근 금리인하는 뉴질랜드, 말레시아, 필리핀, 아이슬랜드, 스리랑카의 금리 인하와 궤를 같이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에 비해 호주의 금리인하는 글로벌 시장이 밑바닥에서부터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경기둔화는 신흥국에 먼저 오고, 그 다음은 중위권 국가, 선진국 순으로 이전한다.

 

미국의 금리인하 전망은 앞으로 나올 거시경제 지표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 지금 미국 경기는 장기 호황이 유지되고 있고, 고용시장이 양호해 쉽사리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금리를 인하하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파월 의장의 금리인하 시사 발언으로 국내에서도 금리인하 논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늘상 금리정책을 선제적’(preemptive)으로 대응한다고 말하지만, 큰 나라의 동향을 본후에 따라가는 후행적 관행을 보여왔다. 때론 여론에 편승한다. 지난해 정부 여당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압박했을 때 한은은 금리를 올렸다. 그때 일부 분석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늦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때 올리는 것이 잘못이었다.

지금 국내 경기는 가라앉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이 -0.4%로 역성장했고, 수출이 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리를 낮추야 할때다. 금리를 낮추면 원가 값이 낮아져 수출에도 도움이 된다. 한은은 더 이상 미국 연준의 움직임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볼 것 없다. 그것보다 호주를 바라보는 것이 낳지 않을까. 남의 나라 신경을 쓰지 않고 자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과단성 있는 조치를 취하는 호주 중앙은행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