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역사②…소왕국의 시대
태국 역사②…소왕국의 시대
  • 김현민 기자
  • 승인 2022.01.2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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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부에서 이동해 란나, 란창, 수코타이, 아유타야 왕국 수립

 

메콩강(Mekong River)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윈난의 협곡을 흐르다가 시솽반나(西雙版納)에서 중국 국경을 넘는다. 이 곳에서 미얀마(버마)와 라오스의 국경을 따라 남하하다가 태국 국경과 만난다. 메콩강이 북쪽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태국 도시가 치앙센이다. 이 강은 다시 태국과 라오스 국경을 형성하며 남하하다가 캄보디아를 가로질러 베트남 남부 해안에서 바다로 빠져 나간다.

강의 길이는 4,909km, 중국에선 란창강(瀾滄江)이라고 불리다가 동남아로 건너가면 메콩강이라고 이름이 바뀐다. 타이족의 민족이동은 메콩강을 따라 내려갔다는 설이 유력하다.

타이족의 출발지는 윈난성 대리(大理). 대리는 지금 다리바이족(大理白族) 자치주의 주도인데 당나라 때엔 남조국(南詔國), 송나라 땐 대리국(大理國)의 수도였다. 서쪽 덴창산(點蒼山)은 옛날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리석 산지로, 대리석이란 명칭은 이 지명에서 나왔다고 한다.

님조국과 대리국은 다이족과 라오족 등 타이족 계열의 민족과 백족 등 다른 소수민족과 연합해서 세운 나라였다. 이 나라가 최종적으로 망한 것은 몽골 쿠발라이가 남송을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몽골은 양쯔강 북쪽에서 수차례 공격했지만 한족국가 남송은 완강하게 버텨냈다. 쿠빌라이는 방향을 바꿔 서쪽에서 남송을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그곳엔 대리국이 버티고 있었다. 쿠빌라이는 남송의 완충국이었던 대리국을 공격해 1263년에 이 나라를 무너뜨렸다.

몽골족은 끝까지 저항한 민족에 대해 씨를 말리는 잔혹함을 보여주었다. 타이족은 대리를 떠나야 했다. 그들은 급히 배를 띠워 난창강을 따라 남하했다. 윈난성 남쪽의 시솽반나를 지나 몬(Mon)족 거주지역으로 내려갔다.

타이족이 남하하면서 지금의 버마, 라오스, 타이에 정착지를 마련했다. 그들은 현지 부족들과 전쟁을 벌였다. 버마(미얀마)에 정착한 종족이 샨(shan)족이다. 샨족은 아바(Ava) 왕국을 세웠다. 태국 최북단 치앙라이에는 타이족에 의해 란나(Lan Na) 왕국이 건국되었고, 타이족의 일파인 라오족은 라오스 쪽으로 가서 란쌍(Lan Xang)을 세웠다. 이들은 인구가 팽창하면서 다시 짜오프라야 강(Chao Phraya River) 상류로 건너가 그 강을 타고 남하했다.

타이족의 이동은 몽골의 침공에 앞서 수세기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장시·구이저우·윈난 등 중국 남부에 분포하고 있던 타이족은 한족의 팽창에 밀려 동남아 지역으로 남하했고, 몽골의 침공이 타이족 이동에 결정타를 던진 것이다.

 

메콩강 유역 /위키피디아
메콩강 유역 /위키피디아

 

타이족은 부족 단위로 도시를 개척해 정착했다. 그들은 도시와 도시, 마을과 마을을 연결해 나라를 건설했다.

가장 북쪽에 세운 나라가 란나 왕국이다. 부족장 멩라이(Mangrai)가 메콩강을 따라 내려와 치앙라이에 자리를 잡고 1262년에 그곳에 란나 왕국을 세웠다. 그는 몬족의 하리푼차이(Hariphunchai)가 번성한 것을 보고 침공해 제압했다. 치앙라이는 우기에 잦은 범람으로 위태로웠기 때문에 멩라이는 새로운 수도를 찾았다. 그곳은 짜오프라야강 상류에 있는 치앙마이였다. 멩라이는 1296년 치앙마이를 새 수도롤 삼았다.

타이족의 치앙마이 건설은 메콩강 수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의 개척을 의미했다. 짜오프라야 강은 태국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방콕을 지나 타이만으로 흘러드는 365km의 강이다. 이 강은 많은 지류를 흡수하며 태국 최대의 곡창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타이족의 일파인 라오족은 메콩강을 따라 라오스 쪽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루앙프라방을 중심으로 란쌍을 건국했다. 그곳엔 코끼리가 많았는데, 란쌍은 ‘100만마리의 코끼리라는 뜻이다. 란쌍은 비엔티안에도 도시를 건설했다. 이 나라는 여러 도시들을 통합했는데, 현재 라오스의 원조가 된다.

 

차오프라야 강 유역  /위키피디아
차오프라야 강 유역 /위키피디아

 

수코타이 왕국(Sukhothai Kingdom)은 짜오프라야강 중류 수코타이를 중심으로 세워진 나라다. 산스크리트어로 스코는 행복’(happiness), 타이는 출발’(rise)을 의미하는데, ‘행복의 시작’(dawn of happiness)이라는 뜻이다.

수코타이 왕국의 건국자는 스리 인드라딧야(Sri Indraditya), (Siam) 왕국의 시조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태국 중부지역의 타이족 부족장으로 앙코르 제국의 억압과 과중한 세금에 반발해 반란을 일으켰다. 그의 전략과 용기는 타이인들의 지지를 얻어냈고, 1238년 짜오프라야 중부지대에서 타이족 국가를 수립했다. 수코타이 왕국의 수립은 대리국 멸망에 25년 앞서는데, 이는 몽골족이 내려오기 전에 타이족이 동남아시아에 진출했음을 의미한다.

타이인은 아시아의 바이킹족이었다. 그들은 강을 따라 선주민을 정복하고, 그들의 문화를 흡수했다. 타이족은 몬족의 소승불교를 받아들이고 킥복싱을 발전시켰다. 현지의 문화를 광범위하게 수용한 것이 피정복민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새 이주지에서의 정착을 수월하게 한 요인이 되었다. 이들은 앙코르제국에게서 정치와 행정, 법체계를 받아들였고, 실론까지 가서 불교를 배워왔다. 수코타이 왕국은 중국에 대해서도 수용적 태도를 보였다. 이 시기에 몽골의 원()나라가 중국을 평정했는데, 수코타이는 원나라에 사절단을 보냈다.

 

1400년경 동남아 정세도 /위키피디아
1400년경 동남아 정세도 /위키피디아

 

수코티아 왕조는 3대 람캄행(Ram Khamhaeng, 재위 1279~1298) 대왕 시대에 크게 발전했다.

람캄행은 지금의 태국 영토 대부분을 차지하고, 말레이 반도까지 영토를 넓혔다. 그는 중국과의 평화외교를 펼쳐 원나라에 입조하기도 했으며 중국에서 도공들을 데리고 와 도자기문화를 발달시켰다. 실론에서 상좌부 불교를 들여와 문화적으로 발전을 이룩했다.

태국 문자는 람캄행에 의해 만들어졌다. 태국문자는 이웃 크메르 문자를 바탕으로 타이족의 음운 구조에 맞게 변형시킨 것으로, 한글처럼 새롭게 창조한 글자는 아니다. 어쨌든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보다 150년 앞서 고유문자를 가졌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람캄행 대왕의 뚜렷한 공헌은 비문을 남겼다는 것이다. 비문은 람캄행이 만든 새로운 글씨로 작성되었으며, 당대 타이족의 왕권, 정치, 사회제도, 종교, 생활사 등 다방면의 모습을 읽어내는 훌륭한 사료가 된다.

람캄행은 왕궁 앞에 종을 달아 억울한 백성이 종을 치면 왕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의 신문고를 연상케 한다. 비문에는 불교와 관해서도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승려들이 우안거(雨安居)를 끝내면 도성 사람들이 몰려가 그들을 위로하고 시주하며 한달여 동안 축제가 열린다. 왕은 이때 촛불 의식이나 폭죽놀이를 주관했다.

하지만 람캄행이 죽은 후 후계자들 사이에 왕위쟁탈전이 벌어졌고, 수코타야 왕국은 남쪽에서 일어난 아유타야 왕국(Ayutthaya Kingdom)에 병합되었다.

 

랑캄행 비문 /위키피디아
랑캄행 비문 /위키피디아

 

아유타야 왕국(1350-1767)은 짜오프라야 강 하류에 출발한 나라다. 수도 아유타야는 여의도처럼 짜오프라야강의 하중도(河中島)였다. 이 일대는 농업 생산력이 높고 강을 따라 바다로 통하기도 쉬웠으며, 당대의 강국 앙코르 제국과 보다 가깝게 위치해 있었다.

이 왕국은 400년 이상 수명을 유지하면서 태국 역사에 큰 자취를 남겼다. 아유타야 왕국은 앙코르 제국을 멸망시키고, 그동안 산재하 있던 타이족의 소왕국을 하나의 권력 아래 집중시켜 오늘날의 태국을 형성한 왕조가 되었다. 바야흐로 동남아에 타이족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참고자료>

Wikipedia, Mekong

Wikipedia, Lan Na

Wikipedia, Lan Xang

Wikipedia, Sukhothai Kingdom

Wikipedia, Ayutthaya Kingdom

역사기행-메콩강 엑소더스 타이족의 대이동(KBS, 2007. 1.28.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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