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이 2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소나무와 학을 수놓은 자수 병풍’을 선정하고, 박물관 1층 상설전시장 ’대한제국‘실에 전시한다. 박물관은 또 2월 3일부터 문화재청과 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에서 이 자수 병풍을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자수 병풍은 대한제국 황실에서 실내를 장식하는 데 사용한 병풍이다. 그림은 노안도(蘆雁圖, 갈대와 기러기 그림)로 유명한 조선말~대한제국 시기 화가인 양기훈(楊基薰, 1843~1911년)이 그렸다.
병풍의 9폭과 10폭에는 그림에 붙인 시와 함께 화가의 관서와 낙관까지 수를 놓았다. 그림에는 “신 패강노어 양기훈이 황제를 공경하여 그리다(臣浿江老漁楊基薰敬寫)”라는 문구가 있다. 이는 고종(高宗, 재위 1863~1907년)에게 헌상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라는 의미다.
궁중 회화에 화가의 관서(款署, 작가 이름과 제작일시 등을 기록한 것)와 인장이 있는 것은 대한제국 시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으로, 1894년 도화서가 폐지된 후 화원(畫員)이 제작하던 궁중 회화를 일반 화가에게 의뢰하거나 헌상받는 방식으로 조달하게 된 시대적 변화를 보여준다.
평안도 안주 지역의 자수인 ‘안주수(安州繡)’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이는 병풍의 자수 또한, 이 시기 궁중에서 사용된 물품 제작 양상의 변화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조선 왕실의 자수 제품의 제작은 궁중의 수방에서 침선 궁녀들이 전담해 왔으나, 19세기 말~20세기 초 각 지방에서 민간 자수가 발달해 전국에 유통되면서 궁중에도 다량 유입되었다. 안주수는 그 대표적인 예로, 대한제국 황실에서 평안도 지방 관청을 통해 자수 병풍의 제작을 의뢰해 구입하거나, 헌상을 받기도 했다. 근대기 황실 사진 중에도 안주수 병풍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있어 궁중으로의 유입 양상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