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경제무기 휘두르는 미국 우선주의
무차별 경제무기 휘두르는 미국 우선주의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6.08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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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1주일만에 굴복…동맹국 적대국 가리지 않고 관세부과 경제제제 기술규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경제무기를 무차별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관세 부과, 경제 제제, 기술규제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며 우방이든, 적대국이든 가리지 않고 경제적 압력을 행사한다. 약한 나라는 쉽게 굴복하고, 제법 몸집이 있는 나라는 버틴다. 멕시코는 1주일여만에 항복했고, 중국은 해를 넘기며 미국과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멕시코는 느닷없이 미국의 표적이 되었다.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를 멕시코에서 막지 않는다면서 멕시코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10일부터 멕시코산 수입품 전체에 대해 5%의 관세를 부과하고 오는 1025%까지 세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급한 것은 멕시코였다. 멕시코 사절단이 급히 워싱턴을 방문해 협상을 하자고 했다. 6개월전에 미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에 타결했는데, 미국에게서 새로 관세를 두드려 맞으면 경제적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월요일(10)이 돌아오기 전에 관세부과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협상 3일만에 트럼프의 요구를 전부 수용했다.

트럼프는 7일 밤에 트위터로 멕시코와 불법 이민 문제에 관해 타결했다관세부과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멕시코는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전례 없는 국경경비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멕시코는 국경에 국경수비대를 배치하고, 미국에 정식 망명하는 외국인도 미국의 심사가 끝날 때까지 멕시코에 대기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관세는 아름다운 것이고 제대로 쓰는 방법을 안다면 아름다운 말"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불법 이민자 문제가 잘 해결되어 멕시코와 관계가 진전이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 무기화는 전방위적이다. 중국에 대한 관세보복은 이미 진행되고 있고, 이번엔 IT 기업 화웨이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인도와의 무역회담도 하루 전에 연기되었다. 일본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아베신조 총리 앞에서 무역불균형을 언급했다. 이란에 대해서는 경제 제제로도 모자라 군사력을 동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누가 우방인지, 적인지 따지지도 않는다.

 

미국의 경제중심, 뉴욕 맨해튼 /위키피디아
미국의 경제중심, 뉴욕 맨해튼 /위키피디아

 

미국의 힘이 강력하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미국은 11척의 항공모함, 6,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IMF라는 국제기구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전세계 주파수대의 50%를 쥐고 있으며, 벤처 캐피털 자금, 전화 시스템, 세계 유수의 대학들, 뉴욕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뿐인가. 국제 무역거래의 88%가 미국 달러화로 이뤄지고, 미국회사 컬컴이 만든 칩이 없으면 전화 사용을 할수 없고, 잠들기 전에 미국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를 본다. 미국 카드사와 제휴되어 있지 않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이런 힘과 능력을 가진 나라가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내걸고 이웃 나라, 우방국, 적대국에 거칠게 경제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많은 것을 향유하고 있다. 세계인들이 미국 물건을 사고, 뉴욕의 대학을 가고, 달러로 해외여행을 하며, 비자카드로 송금한다. 미국의 펀드사로 해외투자를 하고 미국 드라마를 본다.

그런데 미국은 부족함을 느낀다. 다른 나라에게 손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트럼프다.

미국은 늘상 무역적자에 시달리고, 불법 이민자들이 담을 타넘고 미국으로 건너온다. 다른 나라에서 터진 전쟁에 미국 군인이 피를 흘려야 한다.

트럼프는 더 이상 이런 손해보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트럼프의 행정부는 미국과 교역에서 흑자를 내는 나라에 관세를 물리고, 국경에 철조망을 깔아 불법 이민자를 막고, 미군이 파견된 나라에 자기 방위비를 자기네가 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과거처럼 군사력을 동원하는 것은 극히 피한다. 경제 무기로 충분하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다.

미국이 쓸수 있는 경제무기는 다양하다. 우선 중국, 멕시코과의 갈등에서 보듯 관세라는 무기를 쓴다. 멕시코와의 갈등에서는 불법 이민자라는 경제 외적 압박에도 관세 카드를 동원했다.

적대국에 대해서는 경제제제라는 무기를 쓴다. 이 무기는 미국 단독으로 쓸 때도 있지만, 대개는 동맹국들의 협조를 얻어 압박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란, 반미 운동의 선봉에 선 베네수엘라에 이 카드를 쓰고 있다. 물론 북한도 포함된다.

최근들어 꺼낸 무기가 기술 제제다. 대표적인 타깃이 중국 화웨이다. 이 제제에는 미국의 뜻대로 동맹국이 호락호락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일부 유럽국가가 함께 하길 거부했고, 동참하겠다는 나라도 마지못해 따라가고 있다.

 

자료: 인베스토피아
자료: 인베스토피아

 

미국이 셰일가스 양산으로 지난해 사우디 아라비아, 러시아를 제치고 제1위 산유국으로 올라서면서 석유도 새로운 무기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아직 대규모로 석유를 수출할 여력이 없지만, 앞으로 몇 년이면 주요 석유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벌써부터 미국은 석유를 무기화하고 있다. 이란 제제에서 그 모습이 드러났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 수출금지조치를 내리면서 중국을 타깃으로 삼았다. 중국은 원유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란에서 많은 양의 원유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게 되면 다른 곳으로 수입선을 돌려야 하는데, 그땐 미국에 손을 내밀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GDP 추이 비교 /MGM 리서치
미국과 중국의 GDP 추이 비교 /MGM 리서치

 

하지만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도 한계는 있다. 세계경제에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추세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수 없다. 세계경제에서 미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이 196938%에서 현재 24%로 낮아졌다. 이에 비해 중국은 빠른 속도로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

이 추세는 역전시킬수 없다. 세계 각국의 기술력과 생산력에 빠르고 늦음이 있지만 평준화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18세기, 19세기에 산업혁명을 겪지 않는 한국은 근래 30년만에 엄청난 성장력을 보였고, 중국도 그러하다. 인도와 베트남 경제는 최근 중국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이 아무리 화웨이로 가는 기술을 막아도 그 회사는 조금 지체되더라도 그리 늦지 않은 시기에 5G 기술을 갖게 될 것이다.

결국 트럼프가 무차별적으로 경제 무기를 휘두르는 것은 미국의 우월한 지배력을 조금이나마 더 오래 유지하고자 하는 욕심에 근거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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