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위기가 불러온 유럽 천연가스 파동
우크라이나 위기가 불러온 유럽 천연가스 파동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2.2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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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공급 감축에 가스 가격 고공행진…노르트스트림2 개통도 영향

 

27일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가 미국을 찾아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공동으로 대응할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가스파이프라인인 노르트스트림2(Nord Stream2)에 대해선 의견차이를 드러냈다. 바이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노르트스트림2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 반면에 숄츠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대목에서 독일을 비롯해 유럽이 처한 애매한 입장이 드러난다. 서유럽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를 받고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가져다 쓰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이 고조되면 이 관계가 삐걱거린다. 유럽은 미국과 NATO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는 미국을 지지하지만 경제적으로는 러시아의 압력을 받게 된다. 독일의 신임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해 군사적으로는 미국과 같은 입장이면서도 천연가스 문제에선 꼬리를 뺀 것이다.

 

노르트스트림2 /위키피디아
노르트스트림2 /위키피디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럽에 공급되는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올해 2월에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한 천연가스 물량은 전년 동기대비 32% 감소했다. 유럽은 연연가스 수입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기 때문에 러시아가 공급물량을 줄이면 가격이 오르게 된다.

러시아는 가스 공급 감축에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라든지, 오르트스트림2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 러시아 가스공급회사인 가스프롬(Gazprom)측은 장기계약 물량은 정상적으로 유럽에 공급하고 있다고만 밝힌다. 다만 가스프롬은 현물시장에 공급하는 물량을 줄인 것인데 가스프롬 입장에선 현물시장에 가스를 팔 의무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가스공급 축소에 정치적 이유는 없다고 누누이 말한다.

하지만 서양의 분석가들은 가스프롬과 푸틴의 해명을 믿지 않는다. 서방에서는 이 조치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비판적인 서유럽에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노르트스트림2의 개통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보고 잇다.

유럽연합 통계국에 따르면, EU의 가스의존도는 2019년 기준으로 러시아 41.1%, 노르웨이 16.2%, 알제리 7.6%, 카타르 5.2%, 기타 29.9%. 국가별 러시아의존도는 독일 46%, 이탈리아 34%, 프랑스 18%, 네덜란드 5%, 벨기에 1.1%. 러시아 인접국인 에스토니아, 핀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불가리아는 100% 러시아에 의존한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추이 /위키피디아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추이 /위키피디아

 

미국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것을 우려해 왔다. 레이건 대통령은 크렘린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으로 유럽에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서유럽 국가들에게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고 카타르산 천연가스를 쓰라고 권했다. 최근 미국에 셰일가스 생산이 늘어나면서 미국산을 쓰라는 것도 요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노골적으로 노르트스트림2의 사용을 규제했다. 20177월 미국 상원은 이란, 북한, 러시아를 적성국으로 지정하고 적성국 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다음달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다. 이 적성국 제재법에 의해 노르트스트림22021년 개통되었지만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의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이 파이프라인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EU의 천연가스 수입 비율 /EUROSTAT
EU의 천연가스 수입 비율 /EUROSTAT

 

노르트스트림2는 북극해에서 생산되는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발트해를 통해 독일로 들여오는 1,222길이의 가스관이다. 노르트스트림12011년에 완공되어 현재 가동되고 있고, 같은 코스에 노르트스트림22018년에 착공되어 2021년에 완공되었다. 수송용량은 노르트스트림1이 연간 550이고 노르트스트림21,100으로 두배나 많다. 노르트스트림2가 천연가스를 수숭하게 되면 독일을 비롯해 서유럽, 중부유럽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미국이 노르트스트림2의 개통을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유럽이 러시아로 경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2를 통해 가스를 수송하면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경유하는 파이프라인에 대힌 비중이 낮아져 이들 나라를 위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르트스림림 12가 건설되기 이전에 러시아산 가스파이프라인은 동유럽 국가의 육로를 거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에 통과료를 물고 가스를 수송했는데, 발트해의 공해를 지나는 노르트스트림는 통과료를 물지 않아도 되었다. 따라서 노르트스트림2의 개통에 반대하는 나라에 우크라이나와 폴란드가 가담하고 있다.

영국도 반대한다. 영국은 노르웨이이에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가스를 들여오기 때문에 러시아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 가스프롬이 대주주이고, 유럽의 로열더치셸, E.On, OMV, 엔지(Engie)가 지분투자했다. 미국의 적성국 제재법은 러시아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유럽 기업은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독일 정부가 노르스트리름2의 개통을 지연시키고 있다. 이에 러시아가 화를 내며 가스공급을 줄였다. 가스가격이 올라 추운 겨울을 보내는 유럽인들로 하여금 독일정부에 파이프라인을 열라고 압력을 넣자는 게 러시아의 의도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유럽인이 관심을 끄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송 파이프라인 /위키피디아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송 파이프라인 /위키피디아

 


<참고자료>

Wikipedia, RussiaUkraine gas disputes

Wikipedia, Nord Stream

Wikipedia, Russia in the European energy sector

BBC, Europe gas prices: How far is Russia respons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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