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 발언에 ‘경제대통령’ 이미지 금갔다
”기축통화“ 발언에 ‘경제대통령’ 이미지 금갔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2.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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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발행해 국가부채 늘려도 된다는 인식…원화 비중, 국제결제에 20위권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월말 현재 33,983억 달러로 세계 1위다. 그 다음이 일본 13,057억 달러, 스위스 1862억 달러, 러시아 5,396억 달러 순이다. 우리나라는 1월말 현재 4,615억 달러로 세계 8위다. 그러면 세계 최대경제대국인 미국의 외환보유액은 얼마일까. 202111월말 기준으로 407억 달러다.

이 통계는 무엇을 의미하나. 세계 기축통화가 미국 달러란 얘기다. 미국은 외환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 미국 재무부가 찍어낸 돈이 국제통화이기 때문이다. 고작 400억 달러 정도의 외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세계 각국과 통화스와프 조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 조약에 따라 싱대국에 외환부족이 생길 때, 미국 중앙은행(Fed)는 도와주는데, 자기네 달러를 공급하는 것으로 끝난다.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양대 축은 달러와 군사력이다. 최근엔 여기에 대해 석유라는 에너지자원이 포함되었다. 이 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미국은 세계 패권국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미국의 최대 수출품은 달러 지폐다. 달러는 미국 재무부가 무이자로 찍어낸 유가증권이다. 미국 정부는 달러 보유자로부터 무이자로 대출을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미국은 달러를 해외에 유통시킴으로써 수백~수천억 달러의 자본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 이익은 미국 정부가 소득세를 5% 인상해서 얻는 세수에 해당한다고 한다. 미국 재무부 조폐창은 미국 경제를 움직이는 엄청난 공장인 셈이다.

100달러 지폐 한 장을 찍어내는 비용은 몇센트에 불과하다. 미국은 싸게 만든 종이지폐로 중국인이 땀 흘려 만든 상품을 가져간다. 그렇게 중국은 한때 4만 달러에 가까운 미국 돈을 쌓아 놓은 것이다.

각국 중앙정부가 외환을 쌓아 놓을 때 가장 인기 있는 증권이 미국 재무부 증권(TB, Treasury Bond)이다. TB는 이자를 주므로, 이자가 붙지 않는 종이 달러보다 좋은 조건이다. 미국이 망할리 없다는 인식에 각국 외환창고에 TB가 가장 많이 쌓여 있다.

TB는 미국 정부로는 부채고, 그것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게는 자산이다. TB는 중국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그 다음이 일본이다. 항상 수요가 많기 때문에 미국은 충분히 TB를 발행한다.

 

각국 외환보유액에 차지하고 있는 통화 비율 /위키피디아
각국 외환보유액에 차지하고 있는 통화 비율 /위키피디아

 

기축통화(key currency)란 말은 1960년대 미국의 트리핀 교수가 주장했던 용어라고 한다. 그는 당시 기축통화로 미국의 달러화()와 영국의 파운드화를 들었다.

세계는 오랫동안 금을 통화의 기준으로 삼는 금본위제를 채택했다. 1971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포기하면서 각국은 미국의 달러를 기준으로 교환비율을 책정하고, 달러를 중앙은행에 쌓아두게 되었다. 전세계 중앙은행에 쌓아둔 통화의 비중은 달러가 60%를 넘고, 유로가 20%를 차지한다. 나머지를 영국 파운드,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이다.

 

때아닌 기축통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이 아니라,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의 잘못된 인식이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저녁 TV 토론에서 우리가 곧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부채를 더 늘려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인즉, 곧 기축통화국이 될 터인데, 미국이 TB를 발행하듯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해 국고를 채우면 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의 이 발언은 그가 국제경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축통화는 미국 달러다. 여기에 유로, 엔화, 파운드가 일부 가세하고 있다. 한국 원화가 국제결제에 사용되는 비중이 20위권에 머문다고 한다. 한국은행 창고에 외환이 고갈되어 국가가 부도위기에 처한 것이 불과 20여년 전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경제대통령이란 이미지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기축통화론한 마디에 그 구호가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여주었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렇게 썼다.

이 후보는 국가 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도 문제가 없다” “나라 곳간이 꽉꽉 채워지고 있다”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음식점 총량제” “기본 주택” “기본 대출” “기본 소득” “빚 탕감등 실제 밀어붙였다가는 심각한 경제적 역풍을 부를 이재명 경제학을 마구 내던지듯 한다. 그러다 사실이 틀리거나 반대 여론에 부딪히면 아니면 말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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