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초강력 제제…러시아 경제 숨줄 끊는다
미국의 초강력 제제…러시아 경제 숨줄 끊는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2.2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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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규제, 에너지 제재,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장기전으로 굴복 노리는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미국은 병력 파견만 하지 않을 뿐, 그에 상응하는 초강력 제재수단을 동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 24일 백악관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내용의 대국민 연설을 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바이든 연설의 내용은 러시아 은행에 대한 거래 차단 반도체 등 하이테크 제품의 대러시아 수출 통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등으로 요약된다.

바이든은 이 조치로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심각한 댓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치에는 EU 회원국, 영국, 일본이 가담한다. 바이든은 이날 오전 G7 정상과도 협의했다고 소개했다. 영국은 별도로 러시아군의 공격에 길을 내준 벨라루스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바이든이 강조했듯 대러시아 경제봉쇄는 역대 최대 조치다. 러시아 은행은 미국과 유럽에서 달러, 유로, , 파운드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거래할수 없다. 중국 위안화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므로 큰 영향력을 주지 못한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는 1998년에 겪은 국가 모라토리엄의 위기로 치달을수도 있다. 24년전에는 국제유가가 바닥으로 내려가 재정적 타격을 받았는데, 지금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 올라가 러시아가 이를 근거로 서방의 제재에 큰소리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러시아 재정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 대금을 서방 돈으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조 바이든의 대국민 연설 /사진=백악관 캡쳐
조 바이든의 대국민 연설 /사진=백악관 캡쳐

 

미국의 대러시아 경제제재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금융제대

러시아 최대국영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와 별도의 4개 은행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거래를 차단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들 5개 러시아 은행의 자산은 모두 1조 달러에 이르고, 러시아 은행 거래의 80%를 차지한다. ‘

미국의 타깃은 러시아 은행의 파산으로 보인다. 러시아 은행이 해외에서 자금조달을 못하게 되면 금리가 오르고 루블화가 폭락하게 된다.

미국은 또 러시아 정부가 해외에서 국채발행을 못하게 했다. 1998년 국채발행 실패를 본보기로 삼은 것이다. 기존의 국채의 만기가 돌아오면 차환발행도 불가능하다. 이미 국제시장에서 러시아 국채의 조달금리는 15%를 넘어섰다. 정크본드 수준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해외 채권발행, 자금조달도 금지된다. 제재대상 기업의 자산 합계가 14,000억 달러를 넘는다.

러시아 고위관리, 억만장자에 대한 개인제재도 단행한다.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의 이름이 거명될 것이다. 이들은 러시아 권력 구조에서 개인적인 치부를 한 사람들이므로 서방과의 금융거래를 차단하면 크레딧카드도 제대로 쓰기 힘들어진다. 러시아 전쟁지도부의 의지를 꺾기 위한 수단이다.

이 개인제재에 푸틴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상대국 국가수반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를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에서 퇴출하는 조치는 이번 제재에서는 빠져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가 왜 이 조치가 빠졌냐고 물었다. 바이든은 러시아의 SWIFT 퇴출은 "항상 선택 가능한 옵션"이라면서도 이 방안은 현시점에서 유럽 국가들이 원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조치는 SWIFT 퇴출을 뛰어넘는 엄청난 제재"라며 "전 세계 3분의 2가 동참하게 된다"고 했다.

SWIFT11여개가 넘는 전 세계 금융기관이 안전하게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쓰는 전산망이다. 여기서 배제되면 러시아 금융기관들은 외국의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전면 중단돼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은 SWIFT 제재라는 또다른 카드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 규제

미국은 세계최대 산유국이다. 금융규제를 하면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의 서방 수출이 중단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국제기름 값이 오르게 된다. 이는 미국으로서도 부담이다.

바이든은 우선 미국의 비축유를 풀겠다고 했다. 또 미국의 석유와 가스 생산을 늘리겠다고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과의 증산 협력도 예상된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파이프라인 '노르트 스트림-2'(Nord Stream 2) 건설 주관사 '노르트 스트림-2 AG'와 그 기업 임원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노르트 스트림-2 AG는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과 유럽 에너지회사가 공동투자한 회사다.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바이든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군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미국인들의 피를 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NATO를 동원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NATO는 지난해 65,000만 달러를 우크라이나 국방비로 지원했다. 바이든은 25(현지시간) 열리는 NATO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방안을 모색한다고 밝혔다.

이번 침공에 러시아는 175,000명의 병력을 동원했다고 미국측은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총병력은 26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재래식 무기로 전쟁을 치른다면 러시아는 방어군의 3배나 되는 70만명 이상을 동원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군이 국토방위의 의지를 갖는다면 러시아는 추가파병을 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은 무기를 공급하면서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 요량인 것 같다.

또 반도체와 하이테크 기술의 러시아 수출금지 조치도 러시아 국방산업의 무력화를 노린 것이다. 다만 반도체 수출금지조치는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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