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실종사건…응애·말벌 피해에 기상이변 덥쳐
꿀벌 실종사건…응애·말벌 피해에 기상이변 덥쳐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2.03.1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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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합동조사 통해 원인 규명…농정당국, 피해농가에 종합지원 추진

 

올들어 전국에 걸쳐 꿀벌 폐사가 발생해 양봉 농가가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전남, 경남, 제주 지역의 피해가 다른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정확한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최근 민관합동조사를 통해 양봉농가의 월동 꿀벌 피해의 원인이 지난해 발생한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혀냈다. 이번 합동 조사는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한국양봉협회가 합동으로 지난 17일부터 224일까지 전국 9개 도 34개 시·99호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사진=농촌진흥청
사진=농촌진흥청

 

이번 조사에서 거의 대부분 피해 봉군(蜂群, 벌무리)에서 응애(진드기류)가 관찰됐고, 일부 농가의 경우 꿀벌응애류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여러 약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해 월동 전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밝혀졌다.

양봉농가는 응애류의 발생을 인지하지 못했고다. 또 지난해 8월까지 사양 꿀과 로열젤리 생산으로 적기 방제가 미흡해 월동 일벌 양성 시기에 응애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월동 꿀벌의 약군화(弱群化, 월동 벌무리의 일벌구성이 정상보다 적은 수로 된 경우)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말벌류 가운데 등검은말벌은 일벌을 잡아 먹는 포획력이 탁월해 유인제 또는 유인 트랩으로 완전하게 방제하기 어렵다. 등검은말벌류가 지난해 10월 늦게까지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되었다.

기생성 응애류와 포식성 말벌류는 월동 봉군 양성 시기인 89월에 최대로 번식하는 생태 특성이 있는데, 방제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응애류는 발육 번데기에 기생하고, 말벌류는 벌통 출입구에서 일벌을 포획해 막대한 피해를 준다.

 

또 지난해 910월에 저온현상이 발생해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112월에는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현상이 나타나 봉군이 약화된 것도 원인이 되었다. 이렇게 약화된 봉군으로 월동 중이던 일벌들이 화분 채집 등의 외부활동으로 체력이 소진됐고, 외부기온이 낮아지면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월동기간 일벌들은 공 모양으로 밀집되어 형태를 유지하는데, 강한 봉군들은 단단하게 밀집해 외부환경에 강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약한 봉군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농정당국은 양봉농가의 조속한 경영안정과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종합적인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피해 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업경영회생자금과 농축산경영자금 등 지원사업을 안내하고, 꿀벌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가축방역 대응 지원사업을 활용해 꿀벌 구제 약품이 신속히 지원되도록 조치했다.

농촌진흥청은 정확한 피해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 현장에 적극 보급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꿀벌응애 친환경 방제 기술과 무인기(드론) 이용 등 검은말벌 조기 방제 기술을 개발하고, 월동 꿀벌 관리기술 자료 발간과 배포를 통해 현장 기술지원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도 응애 구제제 적정 사용요령 교육을 확대하고, 질병 조기 진단과 기생성 응애류의 최적 약제 선발을 강화한다. 산업체와의 공동연구로 안전성과 효능이 뛰어난 천연물 유래 응애 구제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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