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바뀐 안보 개념…北엔 침묵, 尹엔 강경
갑자기 바뀐 안보 개념…北엔 침묵, 尹엔 강경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2.03.2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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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文, NSC 주재하며 반대…민주당도 가세

 

2017514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발사했고, 21일에는 신형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KN-15)을 추가로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던 바로 그 달에 있었던 일이다. 522NSC가 열렸지만 취임한지 며칠 되지 않은 대통령은 연차 휴가를 내고 경남 양산 사저로 내려갔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양산 사저에 머무르며 정국 구상을 하고 있다브리핑했고, 문 대통령은 다음날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후 북한이 4번째 미사일 발사하고서야 그해 68일 처음으로 NSC를 주재했다. 당시에도 문 대통령은 광화문 집무실 공약을 추진했다. 광화문 공약을 접은 것은 그 다음해였다.

5년 후인 322,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정에는 작은 공백도 있을 수 없다. 특히 국가안보와 국민 경제, 국민 안전은 한순간도 빈틈이 없어야 한다. 정부 교체기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자신이 취임하던 때의 안보위기엔 과감하게 휴가를 갔던 문 대통령이 이제 또다른 정권교체기를 맞아 국가안보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집권 5년 동은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비판한 적이 없다. 문 정권은 북한과 대화만 강조했고, 대통령이 NSC를 주재하지 않고 대부분 국가안보실장에게 맡겼다.

그러던 문 대통령이 321NSC 확대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차기 정권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이 타당한지를 논의했다. 윤석렬 당선인이 용산 이전을 밝힌지 하룻만이다. 차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NSC에서 논의할 사안인지도 의문이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206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했을 때도 NSC에 참석하지 않았다. 임기 중 북한의 수많은 도발에도 문 대통령이 NSC를 주재한 것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12차례에 불과하다. 올들어 북한의 수차례 도발 시 문 대통령 대신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유엔에서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4차례 낼 동안 단 한 번만 참여국으로 이름을 올리는 등 북한 도발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문화일보 사설문 대통령이 21일 윤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을 이유로 NSC를 직접 주재한 데 대해서도 과거 행보를 들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했다.

 

3월 22일 국무희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3월 22일 국무희의를 주재하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의 NSC 참석 이후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저희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던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오후에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말을 바꿨다. 박수현 수석은 오전에 자기 의견을 얘기했다가 오후엔 대통령의 의중을 전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뜻을 전했다. “임기가 끝나는 마지막 날 밤 12시까지 국가 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현 대통령의 내려놓을 수 없는 책무다. 국방부와 합참, 관련기관 등은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임무에 임해 주기 바란다.”

문 대통령의 의중이 전해지자 민주당은 정권을 빼앗긴데 대한 분풀이를 용산 이전에 맞추어 쏟아냈다. “(윤 당선인이) 열흘간 몰두한 유일한 일은 집무실 이전, 집무실 인테리어, 집무실 이사 비용뿐이다”(조응천),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집착,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는 막가파식 결정은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도 염두에 둔 것 같다”(배재정), “주택 가격 안정,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시 안에 있는 공공 부지를 마른 수건 짜내듯 하는 상황인데 집무실을 이전하면 용산 주변 그 넓은 부지는 손도 못 댈 수 있다”(채이배), “추진 과정도 졸속으로 하다 보니 안보 공백과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게 되고 있다. 그야말로 안보 비상사태다”(김병주)

 

민주당의 내로남불은 잘 알려져 있다. 자기네들이 집권하던 초기의 일은 새카맣게 잊어버리고, 남이 하는 것은 불륜이라고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보문제를 거론하며 당선인측을 공격하는 것은 그동안의 행태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숱한 도발에 침묵한 사례는 넘친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렇게 적시했다.

“2019년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을 연달아 쏘고, 작년 김정은이 핵추진 잠수함과 전술핵, 극초음속무기 개발을 공언했을 때 문 대통령은 침묵했다. 김정은이 남조선에 보내는 경고라며 10여 차례 미사일을 쏴도 북은 군사 합의를 한 건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방장관은 도발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작년 북한 핵 개발이 전력 질주하고 있다고 했지만, 문 대통령은 한반도 종전 선언을 하자고 했다. ……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사살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불태워지는 끔찍한 상황인데 잠자느라 몰랐다고 했다. 김여정이 한미 훈련을 문제 삼자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 사설갑자기 안보 강조하는 문 대통령, 민망하지 않나고 물었다. 중앙 사설은 이렇게 썼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에도 남침 대신 북한군의 남하라고 했다.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천안함 희생자 추모식엔 2020년 이후에야 참석했다. 위협의 주체를 희석해 버린, 국민의 자존심도 무너뜨린 지난 5년이었다. 이러니 안보 신경도 안 쓰다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얘기가 나오자 트집을 잡고 있다’ ‘지방선거 앞두고 국가 안보가 아닌 정권 안보가 비상이냐는 비아냥을 듣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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