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김대중 전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9.06.11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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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년 97세…김대중평화재단 주관으로 사회장, 14일 발인

 

김대중 전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10일 별세했다. 향년 97.

김대중평화센터는 "이 여사가 오늘 오후 1137분 소천했다"고 발표했다. 이 여사는 지난 3월부터 노환으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이 여사는 1922년 태어나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카렛대를 졸업했다. 귀국 후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강사로 교편을 잡는 한편 초대 대한YWCA 총무 등을 역임했다.

1662년에 상처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결혼해 정치적 동지로서 평생을 함께 했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이며, 발인은 14일이다.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 이 여사의 장례는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이휘호 여사 /박지원 의원 페이스북 사진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이휘호 여사 /박지원 의원 페이스북 사진

 

김대중평화센터 김성재 상임이사는 고() 이희호 여사가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과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유언을 공개했다. 이 여사는 또 유언에서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라"고 말했다.

 

<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의 발표문 전문 >

이희호 여사님께서 610일 저녁 1137분 소천하셨습니다. 이희호 여사님께서는 1921921일생으로 만 97세가 되셨습니다. 유족들은 모두 임종을 지키면서 성경을 읽어드리고 기도하고 찬송을 부를 때에 여사님도 함께 찬송을 부르시며 편히 소천하셨습니다.

이희호 여사님께서는 두 가지 유언을 하셨습니다.

첫째는 우리 국민들께서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자신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서 행복한 삶을 사시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하늘나라에 가서 우리 국민을 위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번째로 동교동 사저를 대통령 사저 기념관(가칭)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노벨평화상 상금은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말씀하셨습니다. 이 유언을 받들어 변호사 입회하에 세 아들의 동의를 받아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유언 집행에 대한 책임은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에 맡기셨습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기념사업과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한 김대중평화센터 사업을 잘 이어가도록 당부하셨습니다.

이희호 여사님 장례는 유족, 관련단체들과 의논하여 김대중평화센터 주관으로 <여성지도자 영부인 이희호 여사 사회장>으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이희호 여사님께서는 대학시절부터 여성지도자 양성과 여성권익신장을 위한 결심을 하시고 YWCA 총무를 역임하시는 등 평생 현신하셨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결혼 후에는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통일을 위한 동지와 동반자로서 함께 고난도 당하시고 헌신하셨습니다.

영부인으로서 양성평등법 제정, 여성부 신설 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여성재단을 만드시는데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또한 IMF 외환위기 때 결식아동을 위해 사단법인 사랑의 친구들을 창립하셔서 어려운 어린이, 청소년 그리고 장애인들을 위해 사랑을 나누셨습니다.

특히 남과 복이 평화롭게 공동번영하기를 염원하셨고 20006.15 남북정상회담 대 김대중 대통영과 평양을 방문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에 앞장섰고 계속 노력하셨습니다. 2015년에도 평화적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평양을 직접 방문하기도 하셨습니다.

이희호 여사님께서는 평생 어려운 사람들,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늘 함께 하시고, 김대중평화센터의 이사장으로서 남과 북의 평화를 위한 일을 계속하시다가 소천하셨습니다.

2019611일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 김성재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이휘호 여사 /박지원 의원 페이스북 사진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이휘호 여사 /박지원 의원 페이스북 사진

 

김대중 전 대통령와 이희호 여사를 가까이서 모신 민주평화당 박지원 전 대표는 어머님이 가신 것처럼 허전하기만 하다슬프기보다는 과거 여러 일들이 회상되어 잠을 못 이루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11일 아침 KBS1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여사에 대한 회고를 했다.

 

<박지원 의원 회고>

이 여사님께서 워낙 고령이시고 3개월 전부터 입원을 하시고 있었는데 50일전 김홍일 전 의원의 상중에 위독하셨지만 겹상을 피하기 위해 응급조치를 하는 등 고비를 넘기셨다. 이번에 김 전 의원이 광주 5.18 국립묘지에 안장되시는 것을 보시고 소천하셨다.

이 여사님은 부친께서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의사 선생님으로 유복하고 독실한 감리교 모태 신앙 가정에서 태어나셔서 이화여고, 서울대, 미국 유학 등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으셨다. 귀국 후 YWCA 총무를 시작으로 여성, 사회운동에 매진하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되셨고 당시 이 여사님의 주변에서는 결혼을 반대하셨지만 결혼하셨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정도로 이 여사께서는 김 전 대통령께 많은 영향력을 끼치신 분이다. 두 분은 어디를 가시든 꼭 함께 했고, 동석했고, 그렇지만 이 여사께서는 김 전 대통령께서 대화를 하시면 언제 어떤 자리에서도 대화에 섞이지 않고 절제하셨다.

이 여사님은 여성운동에 매진하시다가 김 전 대통령과 결혼하신 후 김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한 삶과 함께 민주화투쟁을 하셨다. 특히 김 전 대통령께서 구속 되고 나서는 가족들을 비롯해 주변 사람들과 석방, 구명운동 등 끝까지 투쟁을 하셨다.

김 전 대통령께서 1980년 감옥에 끌려가서 당시 신군부의 대표적인 인사인 이학봉 보안사 수사국장이 대통령만 아니면 뭐든지 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을 때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살고 싶은 욕망에 유혹에 넘어갈 뻔 했지만 그 순간 이 여사님이 생각이 나 배신할 수 없었다고 말씀을 하셨다. 이 여사님은 김 전 대통령이 옳은 길을 갈 수 있도록 채찍질 했고 또 이탈하지 않도록 지켜보신 분이시다.

 

 

핀란드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SNS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부디 영면하시길 바란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 문재인 대통령 추모사 >

오늘 이희호 여사님께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셨습니다. 조금만 더 미뤄도 좋았을텐데, 그리움이 깊으셨나봅니다. 평생 동지로 살아오신 두 분 사이의 그리움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여사님, 저는 지금 헬싱키에 있습니다. 부디 영면하시고, 계신분들께서 정성을 다해 모셔주시기 바랍니다.

여사님은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입니다. 대한여자청년단, 여성문제연구원 등을 창설해 활동하셨고, YWCA 총무로 여성운동에 헌신하셨습니다. 민주화운동에 함께 하셨을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여성부 설치에도 많은 역할을 하셨습니다.

우리는 오늘 여성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한명의 위인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여사님은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를 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다" 하실 정도로 늘 시민 편이셨고, 정치인 김대중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만들고 지켜주신 우리시대의 대표적 신앙인, 민주주의자였습니다.

지난해 평양 방문에 여사님의 건강이 여의치 않아 모시고 가지 못 해 안타까웠습니다. 평화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벌써 여사님의 빈자리가 느껴집니다. 두 분 만나셔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겠지요.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습니다. 하늘 나라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두 분께서 늘 응원해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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