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로 간 해병 “의미있는 죽음을 하자”
우크라이나로 간 해병 “의미있는 죽음을 하자”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2.03.24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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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부조리 토로, “민주주의 위해 전사하겠다”…국경서 저지당해 폴란드에 체류중

 

해병대의 한 병사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병영을 탈영했다. 그의 참전과 탈영 동기는 무엇일까.

해병대 현역인 병사 A씨는 22일 세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죽어도 의미 있는 죽음을 하자는 생각으로 왔다고 했다.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있는 검문소 측에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싸우러 왔다. 아무리 다른 나라 군인이라도 민간인이 죽어 나가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도와주러 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검문소 측이 군에 자신을 인계했다는 것이다.

SBS 보도에 따르면, 해병대 병사 A씨는 폴란드에 도착한 직후인 22일 새벽 4시쯤부터 우크라이나 국제군단 지원자 모임이라는 오픈 SNS 채팅방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A씨는 이 채팅방에 올린 글에서 어두운 밤 도로를 찍은 사진을 올린 뒤 우크라이나 국경도시 흐레벤느네로 가는 길이라고 했고, “최선을 다해 싸운 뒤 징역형을 받거나 아니면 우크라이나 시민권을 받아 새 삶을 살아볼 계획이라고도 했다.

 

해병대 A씨의 SNS 채팅글 /SBS캡쳐
해병대 A씨의 SNS 채팅글 /SBS캡쳐

 

그는 탈영한 또다른 이유로 자신이 겪은 병영부조리를 들었다. A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마음의 편지를 썼는데 가해자에게 경위서 한번 쓰게 하고 끝나더라. ‘선임을 찔렀다는 이유로 오히려 더 혼나고 욕을 많이 먹었다. 우크라이나로 오게 된 것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부대에 남아 선임 병사들에게 혼날 것을 생각하니 싫더라. 극단적인 선택을 할 바에 죽어도 의미 있는 죽음을 하자는 생각으로 왔다.”

그는 SNS 채팅방에서도 군 생활의 부조리함을 토로하며 극단적 선택을 할 바에 전쟁국가로 넘어가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전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참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A씨의 소속 부대와 군사경찰 등 관계기관은 A씨에게 귀국하라고 설득하고 있다. A씨는 세계일보에 “1분에 한 번씩 부대에서 전화가 오고 있다. 빨리 돌아올수록 처벌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부모님께도 해외로 나갔냐고 연락이 왔지만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병대 A씨의 SNS 채팅글 /SBS캡쳐
해병대 A씨의 SNS 채팅글 /SBS캡쳐

 

외교부는 213일 우크라이나 전지역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했다. 여권법은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병역법에는 25세 이상 군 미필자가 병무청장의 국외여행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군 미필자는 공항 또는 항만의 출입국심사에서 병무청과 법무부로부터 여행허가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군에 복무 중인 현역 군인은 군 당국의 출국 허가를 받았는지는 확인 절차가 없다. 법무부 측은 시스템상 출입국 단계에서는 현역 군인인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사전죄(私戰罪)에 해당한다.사전죄는 개인이 정부의 허가 없이 외국에서 전쟁 행위를 할 경우 성립한다. 사전죄의 경우 1년 이상의 유기금고에 처해진다. 현역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군무이탈죄의 적용을 받을 수도 있다.

A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돌아가면 무기징역을 받을 각오까지 이미 다 했다면서도 무사히 전쟁을 마친다면 우크라이나에 정착할까 고민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한국에서도 미래가 딱히 보이지 않았다국제의용군에 참전하면 시민권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나 독일 등 유럽에 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우크라이나에 입국하지 못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A씨는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로 입국을 시도하던 중 우크라이나 측 국경검문소에 의해 입국이 거부되었다. 한국 정부 측이 우크라이나 측에 A씨의 신병확보 협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이후 폴란드 내 국경검문소에 머물며 한국 대사관 관계자와의 접촉을 거부하고 여기 남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폴란드 측은 자국 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현행범이 아닌 이상 A씨의 인신을 구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도 폴란드 영토에서 A씨의 신병을 구속하거나 귀국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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