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구가 달처럼 둥근 제주 다랑쉬오름
분화구가 달처럼 둥근 제주 다랑쉬오름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3.25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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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이는 ‘오름의 여왕’…4·3의 아픈 기억도

 

제주 구좌읍에 있는 다랑쉬오름은 오름의 여왕으로 꼽힌다. 산세가 웅장하고 가지런하게 균형이 잡혀 있다. 바로 옆에는 새끼처럼 붙어 있는 아끈다랑쉬오름이 봉긋하게 솟아 있고, 멀리는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따라서 다랑쉬오름은 한라산 동부의 여러 기생화산 가운데 대표적인 오름으로 꼽힌다.

다랑쉬의 어원은 ’()인데, 분화구가 달처럼 둥글다고 해서 월랑봉’(月郞峰)이라고도 부른다. 다랑쉬오름에 뜨는 보름달은 쟁반같이 아름답다고 한다. 인근 송당리 주민들은 "저 둥그런 굼부리에서 쟁반같은 보름달이 솟아오르는 모습은 송당리에서가 아니면 볼 수 없다"고 자랑한다. 멀리 성산 일출봉이 해가 뜨는 곳이라면, 다랑쉬오름은 달이 뜨는 곳이다.

 

다랑쉬오름 /제주도청 홈페이지
다랑쉬오름 /제주도청 홈페이지

 

해발 382.4m, 비고 227m, 둘레는 3,391m, 면적은 800,463, 폭은 1,013m이며, 모양은 원형으로 되어 있다.

정상에 올라 분화구를 내려다 보면 장관이다. 분화구는 깔대기 모양으로 움푹 패여 있고 바닥에 풀이 무성하다. 분화구는 둘레 1.5, 깊이 115m로 상당히 크고 깊다. 분화구의 깊이는 산 높이의 절반으로, 한라산 백록담과 엇비슷하다.

 

다랑쉬오름의 분화구 /제주도청 홈페이지
다랑쉬오름의 분화구 /제주도청 홈페이지

 

제주 설화에 따르면 제주섬의 창조주 설문대할망이 치마에 흙을 날라 다랑쉬오름을 만들었는데, 오름이 너무 두드러져서 손으로 탁 쳐서 패이게 한 것이 지금의 굼부리(분화구)가 되었다고 한다.

 

망곡의 자리 /박차영
망곡의 자리 /박차영

 

오름 정상에는 조선 시대에 이름난 효자 홍달한(洪達漢)이 이곳에 올라와 국왕의 승하를 슬퍼했다는 망곡(望哭)의 자리가 있다. 1720년 숙종이 세상을 떠나자 홍달한은 이곳에 올라와 수평선 너머 북녘 하늘을 바라보며 애곡했다고 한다.

 

아랑쉬오름에서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박차영
아랑쉬오름에서 멀리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박차영

 

다랑쉬오름 남동쪽에는 다랑쉬 동네(월랑동)와 다랑쉬 동굴이 있었는데, 제주 4·3사건 때 마을이 소개령으로 사라지고, 이 동굴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다.

다랑쉬굴은 다랑쉬마을과 300m 떨어진 들판에 있으며, 굴의 입구는 직경이 60~70로 좁고 낮아 한 사람이 엎드려서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이다. 군경 토벌대가 당시 굴 주변에 떨어진 인분을 보고 피난민을 발견해냈고, 피난민들에게 굴에서 나오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따르지 않자 굴 양쪽 입구에 동시에 불을 지펴 연기를 안으로 들어가게 해 피난민들 모두가 질식사했다. 44년이 지난 1992년에 이들의 주검이 고스란히 발견되었는데, 발굴 당시 굴 속 바닥에는 시신 11구가 누워 있었다고 한다.

 

아랑쉬오름에서 본 아끈아랑쉬오름 /박차영
아랑쉬오름에서 본 아끈아랑쉬오름 /박차영

 

다랑쉬오름을 오르다보면 동남쪽에 축구경기장 크기만한 아끈다랑쉬오름이 보인다. ‘아끈은 제주말로 작은’, ‘버금가는 것이란 뜻이다. 아끈다랑쉬는 작은 또는 새끼 다랑쉬라는 의미다아끈다랑쉬오름은 생김새뿐 아니라 둥그렇게 패인 분화구까지 다랑쉬의 축소판이다. 아끈다랑쉬는 198m 높이에 둘레 약 600m 깊이 10m 정도의 분화구를 지니고 있다.

제주도는 다랑쉬오름을 오름 랜드마크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다랑쉬오름 정상 /박차영
다랑쉬오름 정상 /박차영
용눈이오름에서 본 다랑쉬오름과 아끈 다랑쉬오름 /제주도청 홈페이지
용눈이오름에서 본 다랑쉬오름과 아끈 다랑쉬오름 /제주도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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