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 바투타의 세계여행, 지구 세바퀴 돌았다
이븐 바투타의 세계여행, 지구 세바퀴 돌았다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4.07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8년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세 대륙 탐험…이슬람 세계 방문이란 한계도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의 명칭이 알릴라(Al Rihla). ‘Al’은 영어의 ‘the’와 같은 아랍어의 정관사이고 릴라(Rihla)는 여정(jouney)이란 뜻이다.

알릴라의 또다른 의미는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다. 원명은 영어로 ‘A Gift to Those Who Contemplate the Wonders of Cities and the Marvels of Travelling’인데, ‘도시들의 진기함, 여행의 경이 등에 대하여 보는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로 번역된다. 1356에 발행된 이 책은 줄여서 알릴라(The Rihla)라고 부른다.

이븐 바투타(Ibn Battuta, 1304~1369)28년 동안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의 세 대륙을 여행했는데, 그 거리는 무려 117,000km에 이른다. 지구를 세 번 돈 거리다. 그가 살던 14세기엔 자동차나 비행기가 없었다. 말과 낙타가 최고의 교통수단이었다. 그는 걷거나 말, 낙타 또는 배를 타고 이 먼 거리를 걸어 여행한 것이다.

이븐 바투타의 여행거리는 바닷길로 5km를 여행한 명나라 시대의 정화(鄭和), 24,000km를 여행한 베네치아의 마르코 폴로도 감히 범접하기 힘든 거리다. 하지만 그의 명성과 인류역사에 미친 영향은 마르코 폴로에 미치지 못한다. 그가 간 곳이 신세계라기보다 이슬람의 영향력 범위에 한정되었고, 그의 업적이 아랍 세계에서조차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기록은 당대인의 삶과 역사를 연구하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이븐 바투타의 여정 /브리태니카
이븐 바투타의 여정 /브리태니카

 

이븐 바투타는 지금의 모로코 탕헤르에 태어났다. 북아프리카 베르베르인으로, 21세가 되던 1325년에 메카를 향해 성지순례를 가던 중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들렀다. 당시 알렉산드리아는 세계 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는 그곳에서 여행가가 되겠다는 열망을 불태우고,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 제1폭포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그는 탐험과 별견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는 대상들을 따라 가며 다마스쿠스를 지나 1330년에 메카에 도착했다. 1331년에 메카를 출발해 홍해를 지나 아프리카 대륙 동쪽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갔다. 이 여행에서 배를 이용했다. 그가 탄 배는 예멘, 모가디슈, 뭄바사에 정박했고 다시 북상해 오만을 거쳐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 메카로 돌아왔다. 이븐 바투타는 두번의 성지순례 여행을 통해 애초 계획했던 순례여행의 목적은 마쳤다.

 

이븐 바투타와 가이더 /위키피디아
이븐 바투타와 가이더 /위키피디아

 

그의 두 번째 여정은 1332년에 시작되어 1347년까지 무려 15년이나 걸렸다. 이 여행 도중에 그는 인도와 중국을 다녀왔다.

우선 메카에서 홍해를 건너 이집트로 들어갔다가 다시 팔레스타인에서 배를 타고 지중해를 지났고, 터키에 도착한다. 이후 터키에서 흑해 남부 항구 시노프에 도착해 오늘날 우크라이나 케르치에 도착했다.

이븐 바투타는 우크라이나에서 당시 몽골이 세운 킵차크 한국의 술탄 무함마드 우즈베크를 알현했다. 당시 술탄의 아내는 비잔틴(동로마제국)의 공주였는데, 이븐 바투타는 술탄 부인의 친정 방문을 수행해 콘스탄티노플로 갔다. 그는 그곳에서 비잔틴 황제 안드로니쿠스 3세를 알현한다. 이후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러시아, 카자흐스탄,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을 육로로 거쳐 무슬림 술탄이 다스리는 인도 델리로 향했다. 이 여행에서 이븐 바투타는 킵차크 한국의 술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델리의 술탄은 이븐 바투타를 크게 반기며 왕궁의 법관으로 채용했으며, 나중에는 중국의 황제에게 보내는 사절단의 대표로 삼았다. 1342년에 이븐 바투타는 사절단 일행과 함께 델리를 떠나 육로로 동쪽으로 향하는데, 그 와중에 인도인 폭도에게 습격을 당하고 낙오되어 위기를 겪게 된다. 위기를 극복한 후 다시 중국으로 떠나려다 폭풍을 만나 인도양에 있는 몰디브에 도착한다. 그는 그곳에서 법관으로 일하며 아내를 네 명이나 얻는다. 하지만 그곳의 유력자와의 갈등으로 이듬해에 몰디브 제도를 떠나 이번에는 인도 동남부에 위치한 오늘날의 스리랑카로 갔다.

스리랑카에서 인도로 돌아온후 다시 한 번 중국행을 시도하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거치는 여행 끝에 오늘날의 푸젠성 취안저우(泉州)에 도착했다. 그는 광저우(廣州)와 항저우(杭州)를 거쳐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 그는 당시 원나라 황제였던 순제를 알현하지는 못했다고 여행기에 썼다. 하지만 그의 중국 여행에 대해 사실과 어긋나는 대목이 많다고 한다. 이에 일부에선 그가 실제로 중국을 여행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 여행을 마치고 인도에 돌아온 이븐 바투타는 아주 귀향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해로로 아라비아 반도 남부의 항구 자파르에 도착한후 육로로 아스파한, 바그다드, 다마스쿠스를 거쳐 카이로에 도착하고, 다시 메카를 들른 후에 배를 타고 귀향 길에 오른다.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섬에 들렀다가, 고향인 모로코로 돌아갔다.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위키피디아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위키피디아

 

그는 귀향한후 잠시 쉬다가 1351년부터 다시 여행을 떠나 오늘날의 에스파냐 남부를 여행했고, 그는 스페인에서 돌아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을 여행했다. 세 번째 여행은 그의 여행기에 아주 짧게 처리되어 있다. 이븐 바투타는 1354년에 모로코로 돌아온다.

모로코의 술탄은 이븐 바투타가 세계 여러 곳을 여행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행 내용을 책으로 쓰게 했다. 이븐 바투타가 이야기를 하고 작가 이븐 주자이가 받아쓴 것이 그의 여행기다.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는 정수일 교수에 의해 국내에 소개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