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만월대 디지털로 복원한다
개성 만월대 디지털로 복원한다
  • 이인호 기자
  • 승인 2022.04.0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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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를 시작으로 전시, 남북공동연구 등 추진

 

고려 유신 길재는 멸망한 고려의 도읍 개성을 둘러보고 이렇게 읊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고려 500년 사직의 궁궐터가 개성 만월대(滿月臺). 고려 태조 왕건이 송악산 남쪽 기슭에 도읍을 정하고 창건한 궁궐이다. 왕건은 돌을 다듬어서 층계를 만들어 기슭을 보호하며 그 위에다 궁전을 세웠다.

만월대는 보름달을 상징했다. 풍수지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만월대를 일컬어 청룡과 백호가 좌우를 겹겹이 감싸고, 앞산이 중첩되게 명당을 호위하며, 사방 산신이 혈을 철저히 옹위하는 산속에 우묵하게 숨겨진 좋은 고을 터라고 극찬했다고 한다.

만월대는 1361(공민왕 10) 홍건적의 침입으로 소실되었고, 고려가 망한 뒤 개성의 부유한 상인들과 민간인들이 궁궐의 석재를 몰래 가져다가 묘석을 만들고 석물로 이용하기도 했다. 길재가 개성을 둘러보았을 때엔 이미 잡초만 남아 있었다. 근래에는 남아 있는 것이 몇 개 되지 않게 되었다.

우리 정부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8차례에 걸쳐 개성 만월대 일대를 북한과 공동으로 발굴 조사했다. 발굴 조사에서 약 40여 동의 건물터와 금속활자, 청자, 도자기 등 17,900여 점의 유물을 출토했고, 궁성의 배치 등을 확인했다.

 

2018년 개성 만월대 발굴 현장 /문화재청
2018년 개성 만월대 발굴 현장 /문화재청

 

정부는 그동안의 발굴 성과를 토대로 개성 만월대를 디지털로 복원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남북역사학자협의회가 주관하고 문화재청과 통일부가 지원하는 개성 만월대 디지털복원 학술대회8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다.

개성 만월대 디지털복원사업은 2021년 시범사업 기간을 포함해 총 5개년 계획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진행된 만월대 남북공동발굴조사 자료에 대한 분석과 고증연구를 통해 1,000여년 전 고려 궁궐 만월대의 모습을 그려보고, 이를 가상현실(VR) 콘텐츠로 제작할 계획이다.

이번에 열리는 학술대회에서는 주제발표와 종합토론을 통해 그동안의 발굴조사 성과를 분석하고 디지털 복원방안이 논의된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학술대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터만 남아있는 만월대의 옛 모습을 재현할 계획이다.

남북을 잇는 고려의 흔적들을 주제로 한 개성 만월대 열두 해의 발굴전이 오는 22일 부안 청자박물관을 시작으로 천안(5.20.~7.31. 천안박물관), 하남(8.2.~9.18. 하남박물관), 대전(8.15.~10.15. 대전근현대사전시관) 등에서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전시회에는 고려 금속활자를 비롯해 청자압출양각모란절지문화형접시, 청자양각연판문잔 등을 3차원 입체(3D)프린팅 기법으로 재현해 공개된다.

 

학술대회 포스터 /문화재청
학술대회 포스터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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