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김영갑갤러리에서 느껴지는 외로움
제주 김영갑갤러리에서 느껴지는 외로움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4.11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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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제주를 카메라에 담아…성산에 폐교 개조해 갤러리 조성

 

김영갑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외로움과 우울함이다. 그가 찍은 제주 오름의 사진은 공통점이 있다. 하늘이 그다지 어둡지는 않지만 밝지도 않다. 약간의 구름이 끼어 있다. 오름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가깝게 다가가지는 않는다. 어머니 젖가슴처럼 솟아있는 오름을 그는 멀찌기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고 사진으로 남겼다.

 

김영갑의 모습(갤러리내 사진) /박차영
갤러리내 사진 /박차영
김영갑의 모습(갤러리내 사진) /박차영
갤러리내 사진 /박차영
김영갑의 모습(갤러리내 사진) /박차영
갤러리내 사진 /박차영

 

김영갑을 제주도를 사랑했다.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지만 20여년 동안 고향을 밟지 못 했을 정도로 제주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는 사진을 사랑했다. 그는 돈이 없어서 2대의 사진기중 하나를 전당포에 맡겨 필름을 샀다. 밥 먹을 돈까지 아껴서 필름을 샀다고 한다.

25살이던 1982년부터 3년간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제주도에 빠졌다. 1985년 그는 마침내 제주에 정착해 살기로 했다.

 

김영갑의 모습(갤러리내 사진) /박차영
김영갑의 모습(갤러리내 사진) /박차영

 

그는 제주도라는 피사체에 예술혼을 쏟아부었다.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의 바다, 하늘, 들판, 오름, 억새가 너무나 익숙하지만 육지 출신인 그에겐 그 모든 게 신비로웠다. 하지만 4·3사건의 후유증으로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심했던 1980년대에 그는 세들 방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댕기머리를 하고 다니다가 간첩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고난의 세월 속에서도 그는 토박이들이 발견하지 못한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용눈이오름 굼부리에 들어가서 하루종일 바람 속에 원하는 각도를 찾고 시간을 기다렸다. 그렇게 15년을 보내면서 남는 것은 사진이었다. 그는 제주도에 가려진 외로움을 찾아냈고, 그 제주의 속살을 사진에 그려냈다. 수시로 변하는 제주 피사체에서 그가 담아 낸 사진은 제주도였고, 때론 그 자신이었다.

 

김영갑의 유품 /제주도청 홈페이지
김영갑의 유품 /제주도청 홈페이지

 

2001년 그는 서울 한복판 프레스센터에서 사진전을 열어 일반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땐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진단을 받은 후였다.

그는 이제 정리의 시간을 가졌다. 성산읍 삼달리에 있는 옛 삼달국민학교 폐교 건물을 얻어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의 터를 닦았다. 두모악(頭毛岳)은 한라산의 옛이름이라고 한다. 2002년 여름에 갤러리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의 몸과 영혼은 더 여위어 갔다.

20053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그의 사진전이 열렸다. 그가 20년 동안 제주도를 훑으며 바라보고 찍은 컷들이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얼마후인 2005529일 그는 눈을 감았다.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의 전경 /박차영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의 전경 /박차영

 

그는 자신이 만든 두모악의 흙으로 돌아갔지만, 그가 살아 생전에 눈에 담았던 사진은 여전히 제주도와 함께 하고 있다.

우리는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로 137 김영갑갤러리두모악을 찾았다. 입구엔 안데르센 동화에 나올 법한 소녀 인형이 환영인사를 했다. 학교를 개조해 만든 덕분에 곳곳에 나무들이 심어져 정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삼달국민학교(신산초등학교 삼달분교)1998년 폐교했다고 한다.

 

 

갤러리 입구 인형 /박차영
갤러리 입구 인형 /박차영

 

두모악에는 그곳에 잠든 김영갑의 20여년간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내부 전시관으로는 두모악관, 하날오름관이 있는데 지금은 사라진 제주의 옛 모습과 쉽게 드러나지 않는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용눈이 오름, ··안개 그리고 바람 환상곡, 구름이 내게 가져다준 행복, 지평선 너머의 꿈, 바람, 숲 속의 사랑, 오름, 마라도라 등의 작품에서 그의 외로움이 느껴진다.

 

갤러리내 솟대 /박차영
갤러리내 솟대 /박차영
갤러리 외부 /박차영
갤러리 외부 /박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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