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덫③…파키스탄 과다르항의 족쇄
중국의 덫③…파키스탄 과다르항의 족쇄
  • 박차영 기자
  • 승인 2022.04.1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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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회랑으로 인도양 석권하려는 시도…중국 채무, 경제에 부담

 

파키스탄 서남쪽의 과다르(Gwadar)1958년까지 아랍국가 오만 영토였다가 파키스탄이 이 땅을 매입한 곳이다. 그만큼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항구도시다. 수심이 깊어 항구여건이 좋은데다 인도와 페르시아, 아랍을 잇는 바닷길의 길목에 위치해 있다.

중국이 이 곳을 노렸다. 중국 서부 신장(新疆)에서 파키스탄 육로를 통과해 과다르로 가면 인도양을 접근할수 있다. 게다가 해양을 통해 중동 산유국을 연결하는 진주목걸이 전략의 중간에 위치한다.

20174월 중국은 해외항만지주회사(COPHC, China Overseas Port Holding Company)란 회사를 설립해 파키스탄과 과다르항 사용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사용기간은 2019년부터 2059년까지 40년간, 항만 매출의 91%, 인근 경제자유구역 매출의 85%를 중국회사가 갖는 조건이었다. 게다가 23년간 소득세, 판매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받는다. 홍콩에 본사를 둔 이 중국회사는 과다르항을 40년간 거의 독점적으로 지배하는 특혜를 받은 것이다.

중국이 파키스탄에 준 것은 과다르항 건설비용 160억 달러였다. 항만 건설은 중국건설회사가 했다. 파키스탄에 돌아간 것은 인건비와 일부 자재비 정도에 불과했다.

20177IMF는 중국에 대한 대외채무가 몇 년 내에 GDP7.5%에 이르고, 이는 파키스탄 경제에 채무상환 압박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해양진출을 우려하는 미국과 인도는 과다르 항이 중국인민해방군의 기지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중국 해군이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을 허브로 삼고, 과다르 항을 제2의 기지로 삼아 인도양을 지배하려는 의도라고 것이다.

 

파키스탄 과다르항 /위키피디아
파키스탄 과다르항 /위키피디아

 

2013년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이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추진하면서 파키스탄은 가장 먼저 접근한 나라중 하나였다. 중국의 입장에서 파키스탄은 히말라야 산맥을 관통해 인도양으로 나가는 출구를 확보할수 있는 지역이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파키스탄에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정책을 제시했다. 신장의 카슈카르에서 파키스탄의 과다르까지 잇는 도로와 철도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중국도 이익이지만 경제난에 허덕이는 파키스탄 정부로서도 중국이 기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20135월 리커창 총리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해 나와즈 샤리프 총리와 경제회랑(CPEC)에 관한 조약을 맺었다. 중국은 CPEC 정책에 무려 620억 달러나 쏟아붓겠다고 했다.

파키스탄은 돈이 급했다. 도로가 부실하고 전기가 절대로 부족했다. 샤리프 총리는 중국이 주는 돈으로 도로도 건설하고 발전소를 짓는데 쓰기로 했다. 중국 돈이 흘러들어오면서 파키스탄 경제가 빠르게 일어섰다.

하지만 공짜 돈은 아니었다. 중국은 과다르항에서처럼 항만시설 장기사용권과 수익금의 대부분을 걷어가는 조건을 달았다. 금리는 보험료 포함해서 무려 13%, 고리대였다. 상환기간도 10년 미만으로 짧았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OECD국가의 차관은 만기가 10년 넘는 것이 보통이고, 금리도 4%, 좋은 조건은 1.1%인데 중국 돈은 거의 사채 준이었다.

파키스탄 재무부는 20136월에 대외채무가 443억 달러이며, 이중 중국 채무가 9.3%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IMF 자료에 따르면, 20214월 현재 파키스탄의 대외채무는 901억 달러로 8년전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났다. 중국 채무는 247억 달러로 전체의 27.4%를 차지했다. IMF가 경고한 대로, 중국의 돈이 파키스탄 경제에 부담이 된 것이다.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위키피디아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위키피디아

 

20188월 중국에 우호적인 임란 칸(Imran Khan)이 총리가 되었다. 임란 칸은 부패를 척결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가 집권한 이후 중국에서 빌린 돈은 부담으로 작용했고, 게다가 2020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가 급강하했다.

경상수지가 흔들리면서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110억 달러로 떨어졌는데, 이는 한달보름치 수입액에 해당한다. 보통 세달치 수입액만큼 외환을 쌓아 놓아야 안전하다고 하는데, 위험수위로 가라앉은 것이다. IMF에 손을 벌려야 할 형편이다. 재정적자도 240억 달러로 사상 최대로 기록했다.

정부 곳간에 자금 실탄이 부족하다 보니,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국제유가가 치솟는데 정부가 완충시키지 못해 물가는 두자리대로 치솟았다. 올여름엔 15%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작금의 파키스탄 경제난은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만으로 설명할수 없다.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화된 모순은 대외부채의 부담이고, 파키스탄은 중국 자본이 놓은 함정에 빠졌다고 할수 있다.

 

신임총리 셰바즈 샤리프(왼쪽)와 물러난 총리 임란 칸(오른쪽) /위키피디아
신임총리 셰바즈 샤리프(왼쪽)와 물러난 총리 임란 칸(오른쪽) /위키피디아

 

파키스탄의 야당은 임란 칸 정부의 무능을 질책하며 이달초 불신임 카드를 꺼냈다. 칸 총리는 미국의 음모론을 제기했다. 미국이 중국 친화적인 자신의 정부를 붕괴시키려 획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칸은 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미국은 그 주장을 일축했다.

410일 파키스탄 의회는 총리 불신임 안건을 표결에 부쳐 재적의원 342명 가운데 174명의 찬성표를 얻었다. 임란 칸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것은 물론, 파키스탄 역사상 최초로 불신임 투표로 해임당하는 총리로 기록되었다.

새로 총리가 된 셰바즈 샤리프는 임란 칸에 앞서 세 번 총리를 역임한 나와즈 샤리프의 동생이다. 샤리프 신임 총리의 내각은 미국에 우호적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한다.

하지만 미국이 파키스탄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도와주지는 못한다. 다만 파키스탄이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벌여야 할 입장이므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보다 우호적인 것이 유리할 뿐이다.

파키스탄은 20197IMF로부터 6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로 합의했지만, 의무사항 미이행으로 30억 달러만 받은 상태이며, 나머지 절반을 받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샤리프 새 정권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를 이겨내려면 나머지 IMF 자금을 받아내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다고 샤리프 정부가 중국과 완전히 결별하기도 어렵다. 부채를 갚지 못할 경우 스리랑카처럼 영토사용권을 내주어야 할 형편이다.

파키스탄은 내년 가을에 총선을 치러야 한다. 임란 칸과 샤바즈 샤리프가 또다시 경쟁하게 되었다. 내년 총선은 친중파와 친미파의 대리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

 


<참고자료>

The Print, China’s ‘debt-trap diplomacy’ played role in Pakistan, Sri Lanka crises. But it’s not the cause

USIP, Pakistan’s Growing Problem with its China Economic Corridor

China snares Pakistan in BRI debt trap with high-interest rates, stiff repayment terms, lack of transparency

Hindustan Times, Pak caught in China's debt-trap diplomacy, seeks relief from 'iron ally’

The Diplomat, Economic Fallout of Pakistan’s Political Crisis

Wikipedia, ChinaPakistan Economic Corridor

Harbard Kennedy School, China’s Strategic Leveraging of its Newfound Economic Influence and the Consequences for U.S. Foreign Policy,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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